[앵커]
장애 등으로 사정상 돈을 못 버는 사람은 기초생활수급 같은 복지 혜택을 받습니다. 가족이 있다면 이 혜택은 못 받는데요. 문제는 그 가족이 남보다 못할 때도 이 조건이 적용된단 겁니다. 이런 불합리한 조건을 폐지하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지만, 복지부가 이걸 잠시 미루기로 했습니다.
배양진 기자입니다.
[기자]
83살 김 할머니는 아들과 6년째 왕래를 끊었습니다.
서울역 앞 쪽방촌에 사는 것도 그때부터입니다.
[김모 할머니 : (아들) 몰래 도망와서 사는데, 사실 (내가) 여기 있는 것도 몰라요.]
방세로 나가는 16만 원은 주거급여로 생활비는 기초연금 25만 원이 전부입니다.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했지만 '아들이 있어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김모 할머니 : (공무원이) 자기 월급 곱빼기는 받는대, 우리 아들이. 그러니까 거기 가서 받으래. 후원을 받아라.]
아프다는 말은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김모 할머니 : 수급자 같으면 아프면 병원에 가지, 내가 혼자. 근데 수급이 아니니까…]
김 할머니같이 가족이 돈을 버는 등의 이유로 의료급여 같은 기초생활보장을 못 받는 빈곤층은 지난 2018년 기준 73만 명입니다.
여당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점차 폐지해 이런 경우를 줄이겠다고 공약했습니다.
3년이 지난 오늘, 정부 결정은 좀 다릅니다.
생계급여 심사에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인 의료급여는 폐지 대신 개선만 하기로 했습니다.
[박능후/보건복지부 장관 : (대통령이 의료급여) 부양의무 조건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직접 언급하시는 바는 없었습니다.]
정부는 의료 급여의 소득기준을 완화하는 등 대상을 확대하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이정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