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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거부 단속한다더니…' 시민들 여전히 택시잡기 전쟁 중

입력 2014-12-21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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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 거부 단속한다더니…' 시민들 여전히 택시잡기 전쟁 중


함박눈이 날리던 지난 19일 자정 무렵.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 도로에서는 귀가하려는 시민들이 택시를 향해 연신 손을 흔들었다.

매서운 추위에 눈까지 내리면서 택시를 향한 시민들의 구애(?)의 손길이 늘었지만 택시들은 무심한 듯 이들을 지나쳤다.

'빈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 한 대가 다가오자 여기저기서 "화랑대요", "잠실이요" 등 자신의 목적지를 외쳤다. 창문만 살짝 내리고 서행하던 택시는 행선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속력을 높여 많은 승객들을 지나쳤다.

택시가 잡히지 않자 몇몇 취객들은 차도 한복판까지 뛰쳐나가 택시 문을 붙잡는 위험천만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모임이 많은 연말 서울 도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 이날도 어김없이 반복됐다.

택시 잡기가 '하늘에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워지자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이 '연말 택시 승차난 해소대책'을 내놓았다.

택시 승차거부가 상습적으로 나타나는 24개 지역을 골라 400명 가까운 공무원과 경찰을 투입하고, CCTV가 장착된 단속차량까지 동원하고 있다.

승차거부뿐 아니라 장기정차, 호객행위 등도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택시표시등이나 예약표시등을 끄고 승객을 골라 태우는 얌체 행위 또한 간과하지 않기로 했다.

무엇보다 적발된 차량에 대해서는 '경고' 없이 곧바로 2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택시기사들의 하루 벌이에 가까운 큰돈을 물리기에 단속에 실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날 밤 11시부터 자정을 지나 오전 1시까지 2시간 가량 상습 승차거부 지역으로 알려진 종각역과 홍대입구역, 강남역 등 3곳에 서울시 단속요원들이 투입됐다.

'교통질서'라고 적힌 검은색 조끼를 입은 단속요원이 빨간색 지시등을 흔들며 택시들을 지휘하자 시민들은 평소보다 손쉽게 택시를 잡아타는 듯 보였다.

하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버스와 지하철이 끊기고 택시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자 곳곳에서 불법행위가 고개를 들었다.

애초에 적은 인력으로 강도 높은 단속을 펼치기란 한계가 있어 보였다. 과태료 20만원을 부과하겠다던 약속은 공염불에 그쳤다.

지하철 운행이 종료되고 단속활동이 뜸해지는 새벽 1시가 가까워지자 시민들은 강추위 속에서 집에 가고자 연신 손을 흔들지만 쉽게 택시를 잡을 수는 없었다.

직장인 김모(31)씨는 "금요일 밤 종로 한복판에서 택시 잡기란 복권에 당첨되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며 "추운 날씨에 집에 빨리 가고 싶은데 승차거부까지 당하면 정말 화가 난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더욱이 단속과 함께 시민들의 원활한 택시 승차를 돕기 위해 설치된 '임시 택시 승강장'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단속 지역을 조금만 벗어나면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승차거부가 만연했다.

강남역 사거리의 경우 임시 승강장이 있는 지역에서 100m만 걸어가면 택시를 잡으려는 시민들로 1차선이 점거되다시피 했다. 쏟아지는 함박눈도 택시를 잡으려고 분주히 움직이는 시민들의 발길에 쌓일 틈이 없을 정도였다.

시민들은 급한 마음에 지나가는 택시의 문고리를 잡고 당겨봤지만 합승을 요구하거나 '배차지로 돌아가는 중이다'라는 애기를 듣고는 이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20대 여성이 '빈차' 표시등이 켜진 택시로 다가가자 운전석 쪽 유리창이 한 뼘 정도 열릴 뿐 차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이 여성은 '구로 가나요'라고 물었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한채 택시는 바로 자리를 떠났다.

이밖에도 손님을 가려 받는 '얌체' 택시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예약' 표시등을 켜놓고 서행하며 시민들의 행선지를 묻는 택시, 심지어 '휴무'로 바꿔놓고 서행하는 택시 등 승차거부 방법도 여러 가지였다.

이진하(26·여)씨는 "왕십리로 이동하려고 하는데 거리가 짧아서 그런지 택시가 도통 잡히지 않는다"라며 "20여분 넘게 택시를 잡고 있는데 오늘내로 집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단속 및 계도활동이 끝난 새벽 1시가 넘자 '임시 택시 승강장'이 설치됐던 지역에도 시민들의 택시잡기 전쟁은 이어졌다.

서울시 교통지도과 관계자는 "승객들이 택시에 달려들 때 조수석 창문만 살짝 열고 지역을 물어봐 택시 운전수들이 원하는 지역에 가는 손님만 태우려는 승차거부가 많다"며 "분명한 승차거부로 단속대상이지만 그때 손님을 태우고 가면 단속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한 서울시 단속이 정해진 요일과 시간에 진행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표시등을 꺼놓고 단속지역을 그냥 지나쳐 가는 택시도 있었다.

한 택시기사는 "최근 서울시 단속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택시들이 종로나 홍대, 강남역에 가는 것을 꺼리기까지 한다"며 "그 지역을 지나갈 때는 아예 표시등을 꺼놓고 단속지역을 벗어나 다른 곳에서 손님을 태운다"고 귀뜸했다.

이어 "사납금을 내고 나면 정작 손에 쥐는 돈도 얼마 없는데 단속까지 걸려 과태료를 내게 되면 낭패"라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경찰의 단속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여전히 도심 곳곳에서는 수많은 택시들이 입맛에 맞는 승객만 골라 태우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한편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택시 승차거부 적발 건수는 1만4718건이다. 지난해 10월 택시요금이 인상된 이후 올해 8월까지 9155건 적발돼 택시요금 인상에도 여전히 승차거부가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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