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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왼쪽 네 번째 발가락…'발가락이 닮았다'

입력 2017-07-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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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김동인의 단편소설 '발가락이 닮았다'에는 생물학적으로 아이를 가질 수 없었지만, 그런 사실을 도저히 밝힐 수 없었던 주인공 M이 등장합니다.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고 있지만 자신의 과거를 밝힐 수 없음으로 인해 어떻게든 만들어내고 싶었던 자기기만의 합리화…

그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면서까지 자신을 구원하고자 했던 인간의 심리였지요.

"문학이 그릴 수 있는 심리묘사의 최고봉"…. 평자들은 그렇게 얘기하기도 했습니다.

'왼쪽 네 번째 발가락'

김동인의 그 작품은 주인공도 알고 독자들도 아는 사실을 비틀어 인간 심리에 대한 공감을 얻어냈다면 그의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그는 발가락이 아파서 재판정에 나오지 못하겠다 했습니다.

그리고 내일(13일)도 모레도 나오지 않겠다는 것이 오늘 전해진 소식이기도 합니다. 거의 재판 보복 아니냐, 이런 얘기마저 나오죠.

더구나 어제 전해 드린 뉴스에 따르면 황금알이라 불렸던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선정마저 그의 지시 이후 점수가 조작되었다 하고 그동안 적폐라 불려 왔던 수많은 의혹들은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는데…

게다가 그가 그토록 상궤를 벗어나면서까지 아낌없이 지원했던 오랜 친구의 딸은 자신의 발로 법정을 찾아 그에겐 결코 유리하지 않은 증언들을 쏟아냈다는데…

이제는 지자자들만이 방청석을 메우고 여전히 우리의 대통령임을 강변하는 법정에서 왼쪽 네 번째 발가락의 고통을 호소하는 탄핵된 전직 대통령.

사람들은 그의 고통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을까.

따지고 보면 그의 오랜 친구는 공황도 아닌 공항장애로 청문회출석을 거부한 바 있으며, '딸이 사춘기여서' 못 나왔다는 그의 심복도 있었던바…

아마도 그들 역시 김동인의 M처럼 도저히 밝힐 수 없는 그 무엇을 감추고 있는 것은 아닌가…

'발가락이 닮았다.'

김동인의 M이 스스로를 기만하면서까지 어떻게든 자신을 구원하고자 한 것…

그래서 김동인의 주인공 M의 발가락과…. 아픈 역사로 남을 그와, 그의 네 번째 발가락이 어쩔 수 없이 닮아 보이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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