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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전환대출 '완판 행진'…문제점은 없나, 살펴보니

입력 2015-03-25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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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원래 한 달에 5조원으로 예상했던 게 하루 만에 다 나가버렸죠. 연간 20조원이 한도라는데, 이런 식이면 일주일도 못 버틸 것 같습니다. 이게 일반 상품이라면 오랜만에 보는 히트상품인 셈이죠. 하지만 이런 쏠림 현상 이면에는, 막대한 가계부채와 초저금리 시대의 불안한 현실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안심전환대출, 대체 무엇인가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 경제산업부 이한길 기자와 함께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이한길 기자, 이틀 만에 9조원이 다 나가버렸잖아요? 대출받은 사람 입장에선 뭐가 좋은가. 아직 안 한 사람들도 많이 계시니까요, 어떻습니까?

[기자]

우선 이자 부담이 줄기 때문인데요,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1억원을 연 3.6%의 이자만 내고 원금은 10년 뒤에 한꺼번에 갚는 거치식으로 대출받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사람은 현재는 매달 30만원을 이자로 냅니다.

그런데 10년짜리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면 금리가 연 2.6% 정도로 내려갑니다.

그럼 매달 내는 이자는 8만원이 줄어든 22만원. 일 년이면 100만원 가까이 아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서가 있습니다. 무조건 원금도 함께 갚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매달 내는 돈은 이자에 원금을 더해 100만원이 넘게 됩니다.

[앵커]

다 알고 하셨겠습니다마는. 액수는 굉장히 높아지네요, 이 예시에 의하면. 그래서 일부에선 이런 얘기도 나옵니다. 원금, 이자 다 갚다 보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서 가계지출이 더 줄어들 게 아니냐, 그럼 경기가 더 안 풀리지 않겠느냐 하는 우려도 나오더군요. 그동안 안 갚던 원금도 함께 갚는다… 이걸 알면서도 정부가 이런 상품을 내놓은 이유는 뭔가요?

[기자]

가계부채의 규모가 커지는 것도 문제지만, 구조가 너무 나쁘기 때문입니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365조원 중에서 변동금리 대출이 76%. 이자만 갚다가 원금을 한번에 갚는 거치식 일시상환대출이 74%나 됩니다.

이런 대출은 요즘처럼 금리가 낮을 때는 괜찮지만 금리가 오르면 가계에 큰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정부는 원금을 평소에 조금씩 나눠 갚는 형식으로 대출 구조를 바꿔나가겠다는 방침입니다.

[앵커]

정부의 의도는 알겠는데, 안심전환대출을 신청한 분들은 좀 달리 생각하는 측면이 있다면서요?

[기자]

네, 제가 오늘 오전에 현장을 가봤는데요, 안심전환대출을 단순하게 금리가 낮은 새 대출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낮은 금리만 지나치게 부각된 겁니다.

직장인처럼 매달 일정한 소득이 있다면 좋겠지만, 소득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당장 원금상환 부담이 커질 수도 있습니다.

[앵커]

다른 문제점도 있다면서요.

[기자]

네, 보험회사 등을 제2금융권이라고 하는데요, 규모는 작지만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이 많이 이용합니다. 금리도 은행보다 높은 편이죠.

안심전환대출은 원래 이런 제2금융권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수요가 별로 많지 않다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일자, 금융위원회는 오늘 제2금융권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뒤늦게 밝혔습니다.

형평성도 문제입니다.

정부는 계속 고정금리, 분할상환을 권고해 왔는데요, 이 말을 듣고 대출을 미리 바꾼 사람들은 안심전환대출로 갈아타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더 높은 고정금리를 부담해야 합니다.

정부 말을 따랐더니 오히려 손해를 봤다는 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앵커]

결국 정책의 취지가 좋다고 해도, 시장의 상황과 여러 가지 여건을 면밀히 따져봐야 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한길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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