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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입력 2020-05-25 09:47 수정 2020-06-05 10:59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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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27)

'코로나19의 역설'이라며 곳곳에서 자연환경의 복원 모습이 보도되곤 합니다. 앞선 취재설명서에서도 그런 모습들에 대해 전해드리기도 했고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가 급감했다는 조사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매일같이, 해마다 꺾일 줄 모르고 치솟던 탄소 배출량이 줄어든 거죠.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코로나19로 전 세계 이산화탄소 하루 배출량이 2006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제 학술지인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에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이동제한 조치 기간 이산화탄소 일 배출량의 일시적 감소"라는 논문이 실렸습니다. 이 연구엔 영국의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미국의 스탠퍼드 대학이 참여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자료: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 대학)

이 기간의 배출량, 어느 정도였을까요. 지난 4월 7일, 전 세계에선 8300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뿜어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무려 1700만 톤이 줄어든 겁니다. 1월부터 4월까지의 배출량으로 비교해보면, 전년 동기 대비 감소량은 10억 4800만 톤에 달합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산화탄소일뿐더러, 수천만 톤의 양이 와 닿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추이 (자료: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 GSCC)

그래서 그래프를 준비했습니다. 한 눈에 들어옵니다, 1970년부터 꾸준히 올라가던 그래프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꺾였죠. 얼마나 빨리, 또 많이 줄어든 것인지는 오른쪽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y축의 배출량은 그대로 둔 상태로 기간인 x축만 늘렸습니다. 1월말부터 4월초까지, 두 달 조금 넘는 시간동안 줄어든 폭은 우리가 거의 15년 동안 늘려온 배출량과 맞먹습니다. 매번 "사상 최고"라고 부를 만큼 그동안의 증가폭도 무서우리만치 큰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로 이제껏 유례가 없을 만큼 크게 줄어든 거죠.

어디서 얼마나 줄어든 걸까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육상 교통' 항목입니다. 약 750만 톤이 줄었는데, 이정도면 전체 감소량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이어 산업에서 430만 톤, 전력에서 330만 톤이 줄어들었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분야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동 추이 (자료: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 GSCC)

이들 분야 외에도 항공과 공공부문의 배출량도 마찬가지로 줄었습니다. 산업이나 육상교통만큼 드라마틱한 감소폭을 보이진 않았지만요. 반대로 배출량이 소폭이더라도 늘어난 경우도 있었습니다. 바로 거주, 집에서의 배출량입니다. 이동 제한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 분야의 탄소 배출량은 다른 분야들과 달리 늘어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래프를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집 밖에 나가는 것보단 집 안에 있는 것이 탄소 배출 측면에선 유리해 보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분야별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동 추이 (자료: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 GSCC)

그런데, 1970년부터 오늘날까지를 표현한 그래프를 조금만 더 눈여겨보면, 몇몇 '포인트'가 더 보입니다. 전반적으로 상승 추세인 것은 분명한데, 이따금 그래프가 '꺾인' 지점 말입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전 세계 이산화탄소 일 배출량 추이 (자료: 네이처 클라이밋체인지)

이걸 보면, 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지금 얼마나 큰 영향을 받고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오일쇼크 때에도, 국제금융위기 때에도 이처럼 탄소배출이 줄어든 예가 없습니다.

각각의 경우를 살펴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회적·경제적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어김없이 탄소 배출량은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위기의 지속 기간도, 배출량의 감소 기간도요. 문제는, 그 위기가 지난 '포스트 위기' 시기엔 배출량이 이전보다 더 빠르게 늘었다는 데에 있습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배출량이 줄었다"고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실제, 연구팀은 "경제, 교통, 에너지 시스템의 구조적 변화가 없었던 만큼 단기적인 현상일 가능성 크다"며 "포스트 코로나 국면의 경제회복 조치에서 기후변화를 얼마나 고려하는지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의 탄소배출 추이에 영향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일시적 감소'를 계기로 대대적인 전환에 나서지 않는다면, 배출 추이는 다시 skyrocket, 급격히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경고입니다.

위의 그래프는 최근 50년의 배출량을 다룬 것이었는데요, 그 전의 위기 상황에선 어땠을까요. 국제에너지기구의 자료집을 살펴봤습니다.

 
[박상욱의 기후 1.5] 위기 때마다 급감하는 탄소 배출량 1990~2020년 세계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 (자료: 국제에너지기구)

기준과 시기가 다르다보니 세부적인 수치는 앞서 인용한 자료와 다릅니다만 여기서도 같은 경향이 나타납니다. 대공황, 세계대전, 석유파동, 금융위기…탄소 배출량이 급감했던 시기는 곧 우리들의 위기 시기였다는 것 말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그 위기 이후엔 어김없이 배출량이 다시 급증한 것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시 현재로, 코로나 국면으로 세계의 탄소 배출이 급감한 지금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당장의 배출량만 놓고 봤을 때엔 반가운 소식일지 모르겠습니다. 논문에서조차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수십 년간 감축 노력을 이어온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평가될 정도니까요. 연구를 이끈 롭 잭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이동제한 조치 등을 통한 일시적 감축이 아닌, 청정에너지와 전기차 등을 통한 시스템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위기 후' 정책은 위기에 대비하는 정책 못지않게 우리 삶에, 그리고 지구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에선 긍정적인 움직임이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판 뉴딜에 논의 끝에 그린 뉴딜을 포함하기로 한 겁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관계부처의 그린 뉴딜 보고를 받고 "그린 뉴딜은 우리가 가야 할 길임이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한국판 뉴딜은 크게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사업으로 밑그림이 정리됐다"는 강 대변인의 설명에 기대를 가져 봅니다.

우리나라의 '포스트 코로나' 뉴딜에 앞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EU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요. 우리보다 앞서 계획을 세운 만큼, 보다 구체적인 정책들이 공개되고 있습니다.

EU는 최근, '녹색 전환'에 있어 우리나라보다 크게 뒤쳐졌던 부분을 보강하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바로, 친환경차에 대한 지원입니다. 자동차 산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각종 규제를 가하면서 '채찍'을 통해 변화를 이끌어왔던 EU가 '당근'을 준비한 겁니다.

앞으로 만들어질 '클린 자동차 구매기구(Purchasing Facility for Clean Vehicles)'에 향후 2년간 200억 유로를 투입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돈 27조가 넘는 액수입니다. 게다가 400~600억 유로(우리 돈 54조~81조원) 규모의 '클린 자동차 투자 펀드'를 조성해 '배출가스 제로' 차량을 만드는 데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친환경 자동차를 만드는 제작업체뿐 아니라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는데요, 2025년까지 충전소 200만곳을 지을 계획입니다. 자동차 소비자들에 대한 지원책도 함께 나왔습니다. '배출가스 제로'의 친환경 차량에 대해선 부가가치세를 면제해주기로 한 겁니다.

우리나라의 그린 뉴딜엔 어떤 내용들이 담길까요.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가 새로 내딛을 발걸음이 초록빛 미래를 향하길 바라며 이번 주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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