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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찬 피해자 스토킹 신고에…경찰 "같이 있는 사진 있어야"

입력 2021-11-25 11:28 수정 2021-11-25 11:40

유족 측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해야"
"살인범 김병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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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 측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 개선해야"
"살인범 김병찬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켜달라"

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고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 〈사진=JTBC 캡처〉헤어진 연인을 스토킹하고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 〈사진=JTBC 캡처〉
헤어진 여자친구를 끈질기게 스토킹하다 결국 살해한 피의자 김병찬의 얼굴 등 신상정보가 공개된 가운데, 피해 유족 측은 경찰의 부실 대응으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습니다.

피해 유족 측은 어제(24일) 김병찬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계획적이고 잔인한 스토킹 살인범에게 살해당한 고인과 유족의 억울함을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습니다. 해당 청원은 오늘(25일) 오전 10시 45분 기준 1만 5천여 명의 동의를 받았습니다.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밝힌 A씨는 글에서 "허울뿐인 피해자 보호 제도는 누나를 살인범으로부터 전혀 보호해주지 못했고, 누나는 차가운 복도에서 고통 속에 홀로 외롭게 세상을 떠나야 했다"며 "누나는 살고자 발버둥 쳤으나 경찰의 무관심 속에 죽어갔다"고 토로했습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사진=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A씨에 따르면 피해자 B씨는 이달 7일 새벽 김병찬으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고 경찰에 신고한 뒤 임시보호소를 거쳐 같은 달 14일까지 지인의 집에 머물렀습니다. 김병찬은 B씨가 보이지 않자 9일 B씨 직장을 찾았습니다.

A씨는 당시 B씨가 두려움에 떨며 다시 경찰에 신고했지만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신고 녹취 일부를 공개했습니다. B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임시보호소에 있는 ○○○인데 가해자가 회사 앞에 찾아왔다"고 도움을 요청하자, 경찰은 "같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B씨가 "지금은 같이 있지 않다.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경찰은 "증거가 없으면 도와드릴 수 없다. 같이 있는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 도와드릴 수 있다"고 합니다.

A씨는 "기가 막힌다. 위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데 피해자가 동영상을 찍을 수 있겠느냐"며 "이게 대한민국의 피해자 보호 체계 현실이다. 경찰은 '남'이니까 저렇게 대충 넘어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김병찬이 직장으로 찾아온 날 B씨는 법원으로부터 '접근금지 신청이 승인됐다'는 문자를 받고 안도했지만, 실질적인 도움은 되지 않았다고 A씨는 토로했습니다. A씨는 "담당 수사관이 다음날 김병찬을 불러서 접근금지 대상임을 설명하는 것이 전부였다"며 "그럼 가해자들이 '그렇군요. 이제 근처에도 안 가야겠네요'라고 하겠냐. 보호 인력이 동원되지 않는 접근금지 명령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꼬집었습니다.

B씨는 법원에서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정보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조치가 내려진 이후에도 김병찬에게 시달렸습니다. 김병찬은 B씨와 통화를 시도했습니다. 이에 경찰은 김병찬과 연락한 뒤 B씨에게 "번호 지우면서 잘못 눌렀다더라. 어떻게 하겠냐"고 되물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A씨는 "이런 게 (스토킹) 증거가 아니면 도대체 뭐가 증거냐. 흉기로 공격당하기 전에 사진 찍어서 제출해야 하냐"며 "지인 집에 머물던 누나는 이달 15일부터 원래 지내던 오피스텔에서 출퇴근했고, 이사 갈 집을 알아보기 위해 휴가를 낸 19일 오전 숨어있던 살인범으로부터 무참하게 살해당했다"고 했습니다.

이어 "공격당하는 와중에 누나는 살기 위해 스마트워치를 애타게 눌렀으나, 스마트워치는 (피해자로부터 500m 떨어진) 엉뚱한 곳을 알려줬다"면서 "최초에 경찰이 현장에 제대로 도착했다면 누나는 살았을 것이다. 신변 보호를 요청한 여성에게 지속적으로 보호 인력을 배정했다면 괜찮지 않았겠느냐"며 안타까워했습니다.

A씨는 "살인범은 누나를 살해한 뒤 스마트폰을 빼앗고 위치추적을 하지 못하게 강남 한복판에 버렸고 자신의 휴대전화는 비행기 모드로 전환한 뒤 대중교통을 타고 대구로 가서 '호텔'에 안착했다"며 "이 살인범이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하냐. 극악무도한 살인을 저지르고도 아무렇지 않게 대중 속으로 유유히 섞여 들어간 악마다. 지난 19일 많은 국민이 이 악마와 같은 공간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비통해했습니다.

그는 또 김병찬이 계획적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수차례 흉기를 휘둘렀다면 본인 옷에도 피가 많이 묻었을 텐데, 어떻게 강남을 활보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했겠냐"며 "갈아입을 옷을 미리 준비하고 휴대전화는 어떻게 처리할지, 어디로 갈지 모두 계획하고 움직인 주도면밀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발적 범행이라고 진술한 이 살인범은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살인범은 징역 25년형을 받아도 60세에 출소한다. 상실감을 감당하기도 어려운 가족들이 왜 벌써 살인범(이 출소한 뒤) 복수할 것을 걱정해야 하느냐"며 "부실 대응으로 국민을 지키지 못한 책임자를 규명해 처벌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서 직접 사과하라. 유사한 피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피해자 보호 체계를 개선해달라"고 촉구했습니다. 아울러 "누나는 경찰을 믿었지만 경찰은 누나를 보호하지 못했다"면서 "정부는 책임을 받아들여 살인범에게 사형을 선고해 사회에서 격리시켜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앞서 서울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1986년생 김병찬의 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습니다. 경찰은 김병찬이 범행을 시인했고 폐쇄회로(CC)TV 영상 등 충분한 증거가 확보돼 살인 혐의가 입증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경찰은 "신상 공개로 얻는 범죄 예방 효과 등 공공의 이익을 고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김병찬은 지난 19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중구 저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스토킹하던 전 여자친구 B씨를 미리 준비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당시 B씨는 경찰로부터 신변 보호를 받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김병찬은 범행 전날 서울 중구 한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하고 종로구에서 숙박했습니다. 이후 범행 당일 오전 11시 6분 B씨 거주지인 오피스텔 주차장에서 B씨 차량을 확인하고 복도에서 기다렸다가 범행했습니다. 김씨는 도주했다가 범행 하루 만인 지난 20일 대구 한 호텔에서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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