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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겠지?'…가짜뉴스는 어떻게 시민을 현혹하나

입력 2017-02-06 21:55 수정 2017-02-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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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문제는 이같은 '가짜 뉴스'들이 소셜 미디어, 예를 들어 카톡이라든가. 끊임없이 입소문을 타고 끊임없이 유포되면서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가짜 뉴스들이 어떻게 일반 시민까지 현혹시킬 수 있는 지, 취재 기자와 한 걸음 더 들어가보겠습니다. 이호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이호진 기자, 가짜뉴스는 지금까지 주로 소셜미디어, 주로 카톡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는 페이스북을 타고 돌기도 하고요, 그렇게 많이 퍼져왔죠?

[기자]

네, 실제 인물을 등장시켜놓고, 그 인물의 발언을 조작하거나 왜곡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뒤에 보시는 게 얼마 전 퇴임한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말씀이라고 유포되고 있는 유언비어입니다.

"특검이 태생부터 잘못됐다", "특검법이 특정한 개인을 겨누고 있다" 등 거짓 내용을 전달하다가 결국 탄핵은 인용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물론,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가짜 뉴스들은 이처럼 명백한 거짓이라고 하더라도 접하는 이들이 '사실 무근인데 이렇게 얘기가 돌겠어?', 하는 식으로 생각한다는 심리를 노리고 있습니다.

[앵커]

그게 이른바 2차대전때 나치의 괴벨스의 선전 논리라면서요? 그런데 오늘 저희가 보도한 '가짜 뉴스'들은 소셜 미디어 정도가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유인물이나 신문 형식으로 발행된 거였죠? 본인들의 주장에 따르면 300만부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기자]

이번에 배포된 유인물을 보시면요, 세월호 참사를 북한과 짜고 전교조가 기획했다는 유언비어가 적혀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아보니 미국의 한 한인 언론사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내용을 긁어온 겁니다.

표기법에 옛날 방식인 '읍니다'를 쓰고 있어 글을 쓴 이가 이에 익숙한 고령층으로 보입니다.

이 글은 처음에는 지인들을 통해 전달하는 방식으로 퍼뜨리고 있었는데요. 이번 설을 앞두고는 이렇게 유인물로 나온 겁니다.

특히 진짜 뉴스처럼 보이기 위해 '충격 증언', '진실을 말한다' 등 자극적인 표현들이 있는데요.

보신 것처럼 실제 유인물에서는 '읍니다'에서 '습니다'로 맞춤법을 바꿨습니다.

[앵커]

요즘 아무리 고령층이라 하더라도 맞춤법 잘 아시는 분들은 '읍니다'로 쓰진 않습니다. 아무튼 유인물 외에 지금 들고 있는 신문은 실제 배포된 것을 가져온 거죠?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설 전날 아파트 단지 등에 배포되어 있던 유인물을 가져온 건데요.

언뜻 보이기에는 평범한 신문처럼 보입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아파트 우편함이나 아파트 입구에 놓여져 있었습니다.

[앵커]

사진만 봐도 발행 규모가 작지 않아 보이네요. 전국 곳곳에 뿌려졌다고 하는데, 웬만한 기존 신문사들도 쉽지 않은 일 아닌가요?

[기자]

맞습니다. 박사모 등에서는 300만 부를 제작해 배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조·동 신문을 합친 것보다 많은 부수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비용은 얼마나 들었는지 확인되나요?

[기자]

정확한 비용은 확인할 수 없습니다.

다만, 통상적으로 4면 기준으로 신문을 만든다고 했을 때 인쇄에 부당 27원, 배송에 부당 40원이 듭니다.

300만 부라고 계산을 해보면요, 대략 2억원 가량이 든다고 나옵니다.

신문을 배포한 매체들은 자비로 인쇄와 배포를 했다고 주장하는데, 아무래도 적은 돈이 아닌 만큼 출처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앵커]

돈 받고 한 것도 아니고 무가지로 돌렸을 것 아니에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것 사실 알아봐야할 문제임엔 틀림없죠. 유인물이 신문에 담겨진 내용들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문제가 되는 내용은 추가로 어떤 것들이 더 있습니까?

[기자]

지면을 보시면요. '노컷 일베'라는 신문의 3면입니다.

JTBC가 보도한 세월호 참사 전후 박근혜 대통령 리프팅 시술 흔적에 대해 적어놨는데요.

보시면 "각종 소프트웨어를 동원해 영상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고의적으로 타인의 피부를 합성했다"고 단정적인 표현을 씁니다.

[앵커]

보도한 기자가 저와 얘기하고 있는 이호진 기자 아닙니까?(네 저를 비롯한 팀에서 보도했습니다.) 타인의 피부를 어떻게 합성했다고요?

[기자]

3D, 2D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중간 일부 화면을 빼놓고 다른 사람의 화면을 끼워넣는 식으로 합성을 했다, 일부 피부의 흔적이 흐리게 나타나거나 차이가 나는 부분이 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실은요?

[기자]

네, 저희 취재진이 뉴스 리포트에 사용한 건 청와대 사진기자단이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인터넷에 공개돼 있기 때문에 간단한 검색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사진을 분석해 보도했는데, 해당 유인물에서는 영상을 조작했다고 밝히고 있는만큼 명백한 허위입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시술 흔적은 한 장의 사진에만 보이는 게 아니라 여러 사진에서 동일하게 나타납니다.

복수의 성형외과 전문의들과 박근혜 대통령의 전 피부과 자문의였던 정기양 교수도 리프팅 시술 흔적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번 들어 보시죠.

[정기양/전 대통령 피부과 자문의 : 실이라는 게 보통 우리가 집어넣고 끝을 짧게 잘라요. 그런데 그게 조금 밀려 나오는 수가 있어요.]

[앵커]

이같은 주장들은 나름 출처가 있나요?

[기자]

'본지 분석에 따르면', '본지 보도에 따르면'으로 돼 있습니다.

해당 매체가 과거 어떤 내용을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홈페이지를 찾아가봤는데 역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단정적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이 내용입니다. 오늘 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고영태씨가 기밀 문서를 저장해 놓은 USB가 있고, 이게 TV조선과 한겨레를 거쳐 저희에게 왔다는 내용이고요.

저희가 앞서 보도에서도 몇 번 밝혔지만, 고영태씨의 경우 처음 저희 취재가 시작됐을 때부터 취재진에게 아주 부정적인 입장이었습니다.

또 검찰과 특검이 밝힌 것처럼 태블릿 PC는 최순실씨가 사용한 것이 맞고 입수 경위 역시 모두 밝혀진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같은 사실을 유포하고 있는 겁니다.

[앵커]

TV조선이나 한겨레를 거쳐 태블릿PC 뭐가 저희한테 왔다면 TV조선이나 한겨레 신문은 또 뭐가 됩니까? 그 사람들도 억울하겠죠. 이런 가짜 뉴스가 일단 근거없이 마구 속된 표현으로 내지른 다음에 그것을 보는 분들은 그걸 다시 다 검색해서 볼 만한 여유가 있는 분들은 아니잖아요. 그런 분들에게 이런 게 지속적으로 발송되고 문자도 가고 그러니까 자꾸 듣다보면 '이게 이런 문제가 있긴 있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현상을 적절하게 악용하고 있다고 봐야겠군요.

말씀드린대로 일반인들에게 확산되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문제는 2부에서 좀 더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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