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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 발전 기금으로 전통예술 진흥?…'쌈짓돈' 된 예산

입력 2019-01-0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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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통신 사업의 발전을 위해 사용돼야 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이 공영 방송 사업자의 TV채널 확대에 사용되는 등 특정 사업자를 위한 '주먹구구식' 집행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방발기금 집행의 주무부처인 방통위와 국회 담당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기금의 사용처를 예산안 확정 뒤에야 알게 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발기금이 '깜깜이 예산', '동네 쌈짓돈'이 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라디오방송사인 '국악방송'에 내년도 예산 23억 6500만원을 책정했다. 국악방송은 국악 대중화를 위해 지난 2000년 설립된 국악 전문 공영 라디오 방송국으로, 지난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TV 방송을 추진해왔다. 문제는 23억 6500만원 중 절반 이상인 13억원이 방송통신발전기금에서 충당하는데, 정작 기금의 운용 주체이자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물론, 국회 과방위에서도 이를 전혀 몰랐다는 점이다.

◇ 담당 상임위도 모르게 책정된 방발기금
방발기금은 방송통신의 발전을 위해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운용하는 기금이다. 정부가 매년, 전파를 사용하는 지상파나 승인 대상 방송사인 종편, 보도전문채널, 통신사 등으로부터 징수하는 사실상의 '산업 진흥 기금' 성격의 금액이다. 매년 1조원이 넘게 징수되고 있다.

방발기금은 통상 '방통 연구개발 사업' '방통 인력 양성 사업' 등 방송발전기본법에서 지정한 용처에 따라 방통위·과기정통부 동의와 국회 과방위 의결, 예결위 의결을 거쳐 집행된다. 그런데 이번 국악방송의 경우에는 예결위 의결 이후에야 뒤늦게 방통위와 과방위가 알게 됐다. 기금 운용의 주체도 모르게 용처가 정해지는 허점이 발견된 셈이다.

확인 결과, 국회 과방위 의결 단계까지는 국악방송 TV채널 관련 예산이 방발기금으로 책정돼 있지 않았다. 하지만 예결위 소소위에서 콘텐트 제작비 2개월분인 13억원을 방발기금에서 충당하도록 조정됐다. 국악방송 관계자는 "우리는 애초 문체부 예산으로 요청을 했었고 실제 처음에는 문체부 예산으로 책정됐기 때문에 방통위와는 협의하지 않았다. 그런데 예결위에서 일부를 방발기금에서 충당하게 했다"며 "우리도 국악방송 TV방송 준비에 방발기금이 사용되는 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방통위원들 "방발기금 편법 사용 안 돼"
국회법 제84조는 '예결위는 소관 상임위의 예비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하며,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한 세출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소관 상임위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다만 방발기금의 경우 일반 예산이 아닌 '기금'이기 때문에 소관 상임위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예결위 측 입장이다. 즉, 예결위 의원들만 설득할 경우 주무부처와 담당 상임위 감시를 피해 방발기금을 얼마든지 끌어다 쓸 수 있는 구조라는 얘기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26일 열린 전체 회의에서 "원칙적으로 예술의 진흥은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이기 때문에 문체부의 일반 회계 재정으로 이뤄지는 게 마땅하다"며 "방발기금은 방송 발전을 위해 방송사로부터 분담 받는다. 그 돈이 부족해서 지역 지상파 방송에 제대로 지원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전통 예술을 진흥하는 데 쓰는 건 논리상 맞지 않다"고 말했다. 표철수 위원은 "13억원이 1년치 예산이 아닌 2개월치 예산이란 점에서 더 심각하다"며 "방발기금이 사용될 곳이 많은데 이렇게 편법 예산처리가 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방통위 관계자는 "국회 예산 확정의 권한이긴 하지만 앞으로 계속 이런 방식이 이어지면 모든 부처에서 국회 예결위를 통해 방발 기금을 끌어다 써도 소관 부처나 상임위에서 관리할 방법이 없다. 체계적인 방발 기금 운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노진호 기자 yesno@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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