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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첫끼에요" 코로나 속 늘어나는 결식아동…'푸드트럭'이 떴다|한민용의 오픈마이크

입력 2020-11-1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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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픈마이크, 오늘(14일)은 코로나19 속 우리 아이들 이야기입니다. 밥 굶는 아이가 늘고 있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도 '결식 아동'이 있겠냐고 생각하는 어른들 많은데요. 코로나 이후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끼니를 걸렀다고 답한 아이가 2년 전보다 14%포인트나 훌쩍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직접 만나보니, 라면도 없어 그냥 굶었다는 아이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보다는 조금 더 벌어서 지원은 못 받으면서도 형편은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사각지대에 놓여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위해, 아이라면 누구나 와서 눈치 보지 않고 따뜻한 밥 한 끼 먹을 수 있는 '특별한 푸드트럭'이 있습니다. 오픈마이크에서 담아왔습니다.

[기자]

[밥이요? 라면으로 때우죠, 뭐. 라면 떨어졌을 때는 굶죠?]

[사각지대, 10원이라도 더 그 (소득) 기준에서 넘어가면 (정부 지원을) 못 받잖아요.]

그래서 동네 엄마들이 모였습니다.

얼마나 가난한지 따지지 않고,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려는 겁니다.

[강미숙/자원봉사자 : 오늘 50인분이에요. 좀 양이 있으니깐 바쁘기는 한데 이런 거 손질해주시고 이러면 너무 좋죠.]

인터뷰 할 틈도 없이 바쁜 엄마들, 요리를 거들며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강미숙/자원봉사자 : (오늘 메뉴는 뭐예요?) 오늘은 닭다리스테이크랑 고구마샐러드, 그리고 버섯볶음.]

닭고기를 노릇노릇 굽고, 버섯에 당근도 몰래 숨겨 볶으면 '완성'입니다.

올 초만 해도 따뜻하게 먹일 수 있도록 배식을 해왔지만,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도시락에 담아야 합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도시락들을 보며 엄마들은 '식지마라, 식지마라' 주문을 외워봅니다.

도시락을 싣고 공원에 도착하자, 아이들이 기다렸다는 듯 몰려와 상 펴는 것부터 돕습니다.

[나도 도와드릴래요.]

3시간 전부터 나와서 기다렸다는 아이들.

갑자기 찾아온 겨울 날씨에, 고사리 손이 다 얼었습니다.

[아, 추워.]

자원봉사 나온 동네 언니, 오빠들이 손 녹일 핫팩을 나눠주고, 차가운 바람을 막아줄 천막을 치며 밥 먹일 공간을 만듭니다.

그사이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서로 수학 문제를 내며 놉니다.

어느덧 해가 지고, 불이 켜지자,

[와, 너무 신기한 일이야.]

[와, 너무 신기하다!]

이제 식사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아 배고파.]

[아, 배고프다.]

[빨리 밥 먹고 싶다.]

체온 재고 명단을 작성한 뒤, 도시락을 받아가는 아이들.

야속하게도 도시락은 차게 식었지만, 맛있게 먹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먹으면 따뜻해요.]

아이들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명랑한 목소리가 공원을 가득 메웁니다.

유독 즐거워 보이는 아이들 모습에 문득 걱정이 밀려옵니다.

푸드트럭은 2주에 딱 한 번만 오는데, 나머지 날에는 누가 아이들 끼니를 챙겨주고 있을까요.

[없어요. 저 혼자예요. 거의 다 굶어요. 배고프죠, 당연히. (배고플 땐 어떡해?) 배고플 때는 뭐…참죠.]

하루 종일 굶다가 이곳에서 첫끼를 먹은 아이도 있고,

[밥이 없었어요. (배 안 고팠어?) 고팠어요.]

혼자 밥을 해먹다가 화상을 입었다는 친구도 있습니다.

[불을 무서워해가지고, 제가 (요리하다) 화상을 좀 많이 입었어가지고…]

뭐가 제일 먹고 싶냐고 묻자, 햄버거도 피자도 아닌, 어린 아이 답지 않은 음식들을 이야기합니다.

[제일 먹고 싶었던 건 된장찌개거든요. 그걸 먹고 싶었어요.]

[저 김치찌개요.]

모두 도시락으로는 챙겨줄 수 없는 음식들이죠.

어쩌면 아이들은 누군가 갓 끓여준 보글보글한 찌개가 놓인 밥상이 그리운 것일 수도 있습니다.

도시락 하나를 뚝딱하고도, 음식 주변을 떠나지 못하는 아이들.

간식을 집는 아이의 외투 소매가 많이 짧습니다.

문제는, 이런 아이들이 도처에 숨어있다는 겁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사각지대에 있는 친구들이 많아요. 열심히 살려는 사람들이 더 어려운 게 엄마가 혼자 벌어도 두 식구인 경우에는 거의 안 되더라고요. 지원 대상이 아닌 거예요. 노인은 노인이면 되는데. 애들은 가난한 걸 증명해야만… 그러니까 애들은 애들이기만 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동생들 줘도 되냐며 주머니가 잠기지 않을 정도로 간식을 챙기고

[누나가 해줄게, 됐다.]

취재진도 배고플까봐 자신의 간식을 나눠주는 순수한 아이들.

[(먹으실래요?) 나? (아껴뒀던 건데) 진짜? 나도 주는 거야? (네!) 고마워.]

누구 하나 상처받지 않고, 아이라면 누구나 찾아와서 밥도 먹고 놀고갈 수도 있는 곳들이 전국에 더 많아지기를, 그리고 올 겨울 따뜻하게 밥 먹일 공간을 마련하기를, 이곳 어른들은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보민/헝겊원숭이운동본부 대표 : 저는 다른 거 바라는 것 없고 진짜 공간 작아도 돼요. 노인정도 좋고 교회도 좋고, 그런 곳을 좀 같이 이용해주실 수 있는 마음을 내주셨으면…]

(영상그래픽 : 이정신 / 연출 : 홍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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