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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가해' 내몬 공군…피해자 외부상담 결과까지 '왜곡'

입력 2021-06-09 21:19 수정 2021-06-1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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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군의 문제는 부실한 수사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자살 충동을 느꼈던 이 중사가 외부 기관에서도 상담을 받았는데 이 상담 결과마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왜곡했습니다.

윤샘이나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충남 서산에 위치한 한 상담센터입니다.

이 중사가 근무했던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차로 20분가량 떨어져 있습니다.

이미 부대 내 성고충 상담관과 20여 차례 상담을 했던 이 중사가 이곳에 오게 된 건 계속된 회유와 2차 가해 등으로 자살 충동이 심해졌기 때문입니다.

성고충 상담관에게는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서산시 상담센터 관계자 : 저희들은 자살 예방에 관련된 상담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이 중사는 이곳에서 6차례 심리 상담을 받았습니다.

상담사는 상담을 마친 뒤 공군 측에 다른 부대로 전출을 가도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공군본부가 이 중사 사망 직후 작성한 보고서엔 '자살 징후가 없었으며, 상태가 호전돼 상담을 종결했다'고 돼 있습니다.

[서산시 상담센터 관계자 : '자살하고 싶다' 이런 단어들 있지 않습니까? 이런 단어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우리 상담에서는. (좋아졌다고 해도) 지속적인 상담이 필요한데 2주간에 6번의 상담으로 다 오케이 되고 그런 건 아니지 않습니까.]

결국 이 중사는 이 센터의 상담을 마지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까지 약 20여 일 동안 상담 등 도움을 받지 못했습니다.

공군 측이 이 중사의 사망 뒤 외부 상담센터의 상담 내용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면피 논리'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군의 부실한 대응은 현장에서 또 확인됐습니다.

이 중사가 강제추행 피해를 입기 불과 몇 시간 전 문제의 회식이 일어났던 장소입니다.

직속 상관의 강요에 이 중사는 근무까지 바꿔가며 회식에 참석해야 했습니다.

그런데도 군사경찰은 성추행 사건 당일 이 중사 일행의 행적은 자세히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식당 주인 : (군부대나 군 경찰이나 국방부에서 찾아오거나 전화한 건 없었어요?) 없었어. 당시에 와야지 우리 집 CCTV도 있잖아. 몇 개월이 지나서…]

결국 피해자 보호에 소홀했던 공군은 초기 현장 수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디자인 : 송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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