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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배춧잎마다…영흥도 석탄가루로 '몸살'

입력 2017-12-21 22:07 수정 2017-12-21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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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낚싯배 전복 사고가 발생했던 인천 영흥도가 최근에는 '배추밭 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김장 김치를 담으려고 모아둔 배추에서 석탄가루가 발견된 겁니다. 인근 발전소에서 흘러 들어왔는데,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밀착카메라 손광균 기자입니다.

[기자]

화면으로 보고 계신 건 약 한 달쯤 전에 수확된 배추입니다. 겉은 멀쩡한데요, 배춧잎을 뜯어보면 시커먼 가루가 묻어있습니다.

하나 더 뜯어볼까요. 여기는 시커먼 가루가 더 묻어있는데요.

흙은 아닙니다, 이 옆에 처음 심어졌던 흙과 비교하면 색깔이 너무 다르기 때문인데요.

그렇다면 이 검정색 가루의 정체는 뭘까요? 답은 주변에 있었습니다.

제 뒤로 보이는 화력발전소에서 넘어온 석탄가루였는데요. 이것을 처음 발견한 이곳 주민들은 이를 두고 '배추밭 사건'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증거로 보관 중인 배추들을 쏟아내자 비슷한 가루가 여기저기서 나옵니다.

석탄가루가 나온 배추 1500여 포기는 마을 독거 노인들에게 나눠줄 김치 재료였습니다.

[황순희/영흥면 외1리 부녀회장 : '우리가 이걸 먹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현장 감독님하고 환경과 직원이 나와서 '저탄장 분진이 맞다'라고 말씀하셔서…]

시커멓게 변한 건 배추만이 아닙니다.

화력발전소 주변에 운동기구들을 설치한 공간입니다. 그런데 운동기구들이 이상한 부분이 있는데요. 손잡이와 위쪽 면마다 새카맣게 변해있습니다.

제 흰색 장갑으로 만져보면 이렇게 시커먼 물질이 묻어나오고요. 얼핏 보면 운동기구가 오래돼서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나무도 사정은 똑같습니다. 아래쪽은 깨끗하지만 위쪽은 새카맣게 변해있습니다.

시민 건강을 위해 만들어놓은 운동 기구지만 흉측하게 변한 모습에 이용하는 발길도 끊어졌습니다.

발전소 인근 집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릇 같은 게 며칠 안 닦으면 새까만 먼지가 가라앉아요. 연탄재 같은 게 가라앉더라고요.]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만들고 단체 대응에 나섰습니다.

영흥화력발전소에 쌓아둔 석탄과 석탄재로 환경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건강까지 해친다는 겁니다.

[안봉균 : 좋은 데 와서 살려고 왔는데, 이런 고통을 받고. 매일 걱정거리 속에서 아파서 이렇게 사니까.]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 특별사법경찰도 수사에 나서 발전소 대표 등 관계자 2명을 형사 입건했습니다.

풍속이 평균 초속 8m 이상일 때는 석탄 하역을 중지해야 하지만, 이를 어긴 혐의입니다.

[인천시 관계자 : 협의 내용은 이행이 잘 됐는지, 또 폐기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적법절차대로 진행됐는지 등을 추후 살펴볼 예정이고요.]

환경부가 2009년부터 5년 동안 발전소가 있는 전국 11곳의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 영흥 지역 남성 사망률이 가장 높았습니다.

특히 심혈관계로 인한 남성 사망률은 당진보다 3.6배 이상 높았습니다.

[박주희/인천 녹색연합 사무처장 : 피해 상황을 파악해서 재산상, 건강상 보상을 해줘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앞으로 석탄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시설물을 설치해야…]

발전소를 운영하는 한국남동발전 영흥발전본부는 '경제적인 피해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다 할 예정'이며 '질병 발생과 관련해 자료를 확보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발전소가 방풍림이라고 심어 놓은 나무들은 유해물질을 가둬두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입니다. 형식적인 대책이 이어지는 사이 주민들의 건강은 계속해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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