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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Holiday-Bee Gees'

입력 2019-04-23 21:30 수정 2019-04-2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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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그가 실어증에 걸린 척을 했다. 난 직감으로 거짓이란 걸 알았지만 의사들은 틀림없다고 했다"
- 심재륜, 전 대검 중수부장

대검 중수부장 시절 한보그룹 비리 수사를 지휘했던 심재륜 변호사는 범죄자가 검사나 의사를 속이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당시의 정태수 회장은 실어증은 물론이고, 대장암 판정 등등으로 인해서 형 집행정지로 풀려나게 됐습니다.

진단서를 써준 의사에게는 '잘 발급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돈 봉투가 건네졌고…

그는 또 다른 혐의로 재판받던 도중에 몰래 출국해서 지금까지도 도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02년 발생한 '여대생 공기총 피살 사건'

주범인 영남제분 회장 부인 윤길자 씨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습니다.

유방암. 파킨슨병. 우울증. 당뇨 등등…

그가 진단받은 질환은 무려 열두 가지였습니다.

그러나 진단은 의사를 매수해서 받은 것이었고 호화로운 생활을 보내던 그는 6년 만에 결국 감옥으로 돌아갔습니다.

"전문의가 곧 죽을 것 같다고 강력하고 험악하게 얘기하는데 이를 거부하기는 쉽지 않다"
-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들에게 '형 집행정지'라는 제도란…

평생의 휴가, 혹은 6년 동안의 휴가였던 셈입니다.

"불에 데인 것 같은 통증과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 저림 증상"
- 유영하, 변호사

그동안 재판마저 거부해 왔던 그는 직접 의사 출신 검사 앞에 나섰다고 하죠.

그가 누군가를 매수할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상황에서 며칠 내로 의학적 결론과 함께 그의 거취는 결정될 터이지만…

그가 주장하는 고통에 흔쾌히 공감하기보다는 오히려 착잡한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아픔은 수치화되기 어려울 것이고, 그의 형이 정지되든 계속되든 논란은 여전히 분분할 것이기에…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은 또 한 번 증명되는 것이기에…

그래서 형 집행정지 신청을 내고 직접 의사 앞에 섰다는 그를 상상함에 착잡해지는 것인가…

"유전무죄 무전유죄"
< Bee Gees - Holiday(휴가) >

1988년 10월의 푸르른 하늘 아래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던 누군가가 들었던 노래는 공교롭게도 비지스의 '할리데이' 였다는…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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