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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에 점령당한 아프간…카불로 밀려드는 피난민들

입력 2021-08-13 17:18 수정 2021-08-13 18:02

점령지에선 민간인 살해, 강제 결혼 만행
"한달 이내 수도 카불도 함락될 것"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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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지에선 민간인 살해, 강제 결혼 만행
"한달 이내 수도 카불도 함락될 것" 전망

현지시간 1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서 아이가 잠들어 있다. 〈사진=로이터〉현지시간 10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에서 아이가 잠들어 있다. 〈사진=로이터〉
한 남자아이가 곤히 잠들어 있습니다.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짐꾸러미들에 몸을 기댄 채로요. 이 아이가 잠든 곳은 아늑한 집이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한 공원입니다.

공원은 수백 명의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흙바닥 곳곳엔 이불이 깔려 있고, 텐트도 쳐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나무 그늘과 이불 그늘막에 의존해 한여름 폭염을 이겨내고 있습니다. 모두 이곳에서 노숙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현지시간 10일 아프가니스탄 피난민들이 카불의 공원에서 이불을 깔고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현지시간 10일 아프가니스탄 피난민들이 카불의 공원에서 이불을 깔고 노숙 생활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들은 탈레반을 피해서 아프간 북부지역에서 도망쳐 온 피난민들입니다. 먹을 음식도 마실 물도 부족해서 국제기구와 NGO의 배급에 간신히 의존해 생활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재난관리부에 따르면 지난 2주간 북부지역에서 1만 7천명 이상이 피난을 와 이렇게 카불의 공원과 거리에 머물고 있습니다. 카불로 향하는 길목도 피난민들로 가득합니다.

 
현지시간 10일 카불의 한 공원에서 피난민들이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현지시간 10일 카불의 한 공원에서 피난민들이 음식을 배급받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공원에 머물던 한 중년 여성은 11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내 아들들을 죽이고, 며느리들을 강제로 데려가 결혼했다"고 했습니다. 마을 집집마다 서너 명의 소녀들을 데려가 강제 결혼을 시켰다며 참혹한 상황을 전했습니다. 또 다른 여성은 AP통신에 "친척 12명이 살해당한 뒤 마을을 떠나왔다"고 했습니다. 경찰의 친척이란 이유만으로 탈레반이 총을 쐈다며 "그들에게 자비는 없다"고 했습니다.

이렇게 탈레반 점령지에선 주택 파괴와 민간인 살해, 강제결혼 같은 반인륜적 범죄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한 달간 천 명 넘는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집이 폭격당하면서 모든 걸 잃고 겨우 몸만 건사해 피난길에 오른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머무는 수도 카불도 안전하진 못합니다. 탈레반은 이미 아프간 전역의 3분의 2가량을 점령했고, 카불에서 불과 3시간 거리의 도시 가즈니도 장악한 상태입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카불이 90일 이내, 빠르면 한 달 이내에 함락될 수 있을 거라고 전망했습니다. 스테판 두자릭 UN 대변인은 "카불과 같은 도시에서 교전이 일어나면, 시민들에게 재앙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아프간을 벗어나 유럽과 주변국들로 탈출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데요. 수도 카불의 여권 사무소 앞은 매일같이 출국 서류를 신청하려는 줄이 길게 늘어서고 있습니다. 유럽연합 국가들은 2015~2016년 시리아 등에서 백만 명 넘는 난민들이 몰려온 난민 위기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아프간 정부가 유럽연합에 자국 난민의 추방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리스와 벨기에 등 일부 회원국들은 추방을 중단해선 안 된다고 촉구하는 상황입니다.

이 같은 혼란 속에서도 미국은 철군 입장엔 변함이 없습니다. 다만 상황이 위험해지자 자국 대사관 직원들을 일부 철수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3천 명가량의 병력을 파견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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