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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유모차 들고 계단으로…'불친절한' 지하철역

입력 2019-10-30 21:43 수정 2019-10-30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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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하루 평균 천만 명이 탄다는 서울 지하철입니다. 빠르고 편리하죠. 하지만 유모차를 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갈 엄두가 안 나는 지하철역도 있습니다. 지하 4층까지 유모차를 들고 내려가야 하는 상황도 일어납니다.

밀착카메라 이선화 기자입니다.

[기자]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지하철 2호선 잠실역입니다.

대형 몰로 연결되는 통로가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연결통로를 따라 쭉 걸어오다 보면요. 여기 몰로 들어가는 입구가 나옵니다.

그리고 안내판에는 장애인과 유모차를 위한 전용 리프트가 설치돼 있다고 적혀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계단으로는 올라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왼편으로 한 번 가보실까요.

여기 리프트가 마련돼있는데 유모차는 이용 금지라고 적혀있습니다.

[남지혜/서울 암사동 : 원래는 유모차 이용금지라는 표시가 없었는데…]

[몰 관계자 : 유모차는 원래 안 되시고요. 휠체어만 가능하세요.]

평소 이용해왔던 시민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입니다.

[허인서/경남 창원시 덕산동 : 저희는 그럼 들고 계단을 올라가야 되잖아요. 이런 것까지 없애면 사람들이 더 아기 안 낳는다고 하지 않을까요.]

일부 시민들은 최근 지하철역과 몰에 민원을 넣기도 했습니다.

[황은혜/서울 성내동 : 유모차가 (리프트를) 이용해서 장애인이 피해를 보고 있다 그래서 그런 문구를 써붙였으니 눈치껏 이용을 하라는 거예요. 똑같은 교통 약자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해당 몰에선 개장 당시 유모차 손님이 많아 이용 편의를 봐준 것이었다면서, 안전 상의 이유로 더이상 탑승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몰 관계자 : 장애인분들 불편이 발생했고요. 장애인 전용시설인 관계로 이용 중에 사고가 발생하면 일반 고객분들에게 보험 보상처리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하루 평균 천만 명이 넘는 시민이 이용할 정도로 지하철은 일상이 됐지만, 유모차를 끌고 나온 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습니다.

[이영주/서울 가락1동 : 이것도 지금 삥 돌아서 가는 거잖아요. 8호선에서 환승하는데 내부에서 못 올라가고 밖으로 나와서 다시 들어가는 거거든요.]

이번엔 스마트폰 앱에 유아수유실이 있는 역을 검색해봤습니다.

지금 저희가 서 있는 곳에서 한 정거장 떨어진 역에도 이렇게 유아수유실이 있다고 빨간색으로 표시가 되어있는데요.

직접 유모차를 끌고 한 번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가는 길부터 쉽지 않습니다.

[엘리베이터인 줄 알았어요]

엘리베이터가 없어 지하 4층까지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야 합니다.

[저기로 내려가는 데가 있는데. (어디요?) 저기 에스컬레이터. (에스컬레이터요? 타면 안 돼서요.)]

빈 유모차여서 들 수 있었지만, 아이가 타고 있었다면 혼자서는 이동이 불가능해 보입니다.

막상 지하철역에 도착하자, 수유실은 계단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1호선 승객은 계단으로 유모차를 들고 오르내리거나, 아예 지상으로 나갔다가 들어오는 수밖에 없습니다.

[역무원 : 직방으로 딱 떨어지는 게 없어요 지금. 유모차하고 휠체어만 지하 2층을 통해서 다시 지하 1층, 또 지하 1층에서 지상으로. 그다음 상가 끼고 우회전하면 돼요.]

7호선 승객은 엘리베이터로 올 수 있지만, 안내 표시를 쉽게 찾아볼 수 없습니다.

5호선 여의나루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있는 곳은 지금 지하 5층 승강장입니다.

근데 여기 보시면 지하 2층에 이렇게 아기사랑방이라고 수유실이 있다고 표시가 돼 있는데요.

한 번 엘리베이터를 타고 직접 올라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엔 지하 2층 버튼이 없습니다.

[1층? 지하 2층이 없어요.]

결국 한 층을 다시 걸어서 내려와야 했습니다.

당초 엘리베이터는 대합실과 승강장만 오가도록 설계됐는데 구조상 뒤늦게 생긴 수유실이 있는 층에 서게 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정부에선 열심히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고는 있지만 현실은 당장 대중교통 타는 것부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턴기자 : 김승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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