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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이법' 시행 11개월…"들어본 적 없다" 실효성 의문|강지영의 현장 브리핑

입력 2021-05-0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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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현장 브리핑의 강지영입니다. 경사진 곳에 주차할 때 미끄럼 방지 조치를 의무화하는 일명 '하준이 법'이 시행된 지 거의 1년이 다 돼갑니다. 안전 표지판과 바닥엔 고임목을 설치해야 하는데요. 현장에선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직접 확인해보겠습니다.

아마 이게 차 무게 때문에 잘 견디지 못해서 고임목이 움직이는 것 같아요. 관리를 좀 해줘야 되는데… 이렇게 또 완전히 부서져서 뒤집어져 있는 고정목도 있습니다. 무용지물이겠죠.

[이 주변에서 돌아다니면서 일을 하다 보니까 (고임목 설치) 공사 현장하고 깨지는 모습들을 봤는데요. (설치) 1~2주 만에 날씨가 추워지면서 플라스틱이랑 이런 게 얼면서 다 깨져버린 거예요. (아 관리가 안 됐네요?) 네네.]

[해당 구청 주차관리과 관계자 : 경사 주차장이 일반 수직 주차와 다르게 평행 주차를 하다 보니까 고임목을 양쪽에 설치하게 되면 일반 주민들이 주차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도로 가장자리 쪽에 한쪽씩 설치를 했었는데 한쪽만 설치하다 보니까 자동차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파손된 것 같아서 조만간 정비를 다시 할 예정입니다.]

'하준이 법'은 4년 전 한 주차장 경사로에서 미끄러져 내려온 차에 치어 숨진 아이의 이름을 따 만들어진 '주차장법 개정안'입니다.

경사진 주차장에는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과 미끄럼 주의 안내판을 설치해야 하고, 운전자는 바퀴에 고임목을 대거나 차량 앞바퀴를 옆으로 돌려놓는 등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요.

지난해 6월 25일부터 시행됐지만 아직 이 법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혹시 하준이법 아세요?) 아니요. 들어본 적 없어요. (경사로 주차할 때 고임목 설치가 의무화 됐어요. 알고 계셨나요?) 아니요.]

[시민의식의 문제도 있고요. 안전 불감증이 제일 원인이겠죠.]

비탈길 주차로 인한 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월에는 한 주택가의 내리막길에 주차된 화물차가 미끄러지며 30대 여성이 숨지기도 했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고임목이 없는 상태에서 차가 내려오게 되면 내리막길에서 더 관성이 크기 때문에 매년 사망사고까지 발생하고 있습니다. 주차 브레이크를 채워서 서있는 것 같이 보이더라도 차가 서서히 풀리면서 내리막길에 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다반사기 때문에 고임목 설치는 차를 안전하게 정지시키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엔 이동을 해서 다른 경사로 주차장에 왔습니다. 벽에는 이렇게 경사로 주차시 준수사항이 붙어있습니다.

벽 방향으로 앞바퀴 방향을 고정하라고 되어있지만 쭉 보시면 한 대도 그렇게 한 차량은 없습니다.

그리고 위에는 버팀목 보관함이 있는데요. 이렇게 사용되지 않은 고임목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고임목과 안내 표지판 설치를 하지 않은 주차장에 대해선 6개월 영업정지 또는 3백만 원 이하 과징금이 부과되고 위반 운전자에겐 벌금이 부과됩니다.

하지만 '경사진 주차장'이란 규정이 모호하고 고임목의 기준 등도 명확치 않아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김필수/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 : 예를 들어 경사로 1도 2도 정도 되면은 사람의 눈에 수평 하게 보이거든요. 그래서 혹시라도 병렬 주차를 해놨다가 차가 서서히 미끄러지면서 사고가 생기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경사로에 대한 정의가 너무 추상적이다. 또 고임목 자체도 재료라든지 형태라든지 개수라든지 이런 것들이 지정이 안 돼 있기 때문에 지금 현재 나와 있는 법은 단속보다는 계몽적인 차원의 법규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로 소중한 생명을 잃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하준이 법.

하지만 이전과 별다를 게 없는 상황이라면 이 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적극적인 홍보와 관리도 중요하지만 이런 준수사항을 제대로 지키려는 운전자 스스로의 노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까지 현장브리핑의 강지영이었습니다.

(영상디자인 : 이창환 / 영상그래픽 : 한영주 / 연출 : 강소연·윤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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