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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 위협하는 '석면 덩어리'…안전 무시한 철거 공사

입력 2017-05-1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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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재개발이 되고 있는 곳 인근에서 공사 과정에서 나오는 소음과 먼지, 특히 발암물질로 사용이 금지된 석면에까지 노출된 주민들이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 심각한 미세먼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밀착카메라로 손광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부산광역시의 재개발 구역 한복판입니다. 공사가 완료되면 약 5000세대에 가까운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인데요. 현재는 보시는 것처럼 작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입니다. 그 이유는 사방에서 발견되는 이 석면 덩어리들 때문입니다.

해체하다 멈춘 집들은 바깥으로 완전히 드러났습니다. 곳곳에 파란색이나 회색 지붕들이 눈에 띕니다.

세계보건기구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고 우리 정부가 2009년부터 사용을 금지한 석면 슬레이트입니다.

산업안전보건법과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철거 전 차단막이나 포집 장치를 설치해 먼지가 바깥으로 날리는 걸 막고, 폐기물은 비닐 등에 담아 밀봉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은 겁니다.

주민들은 철거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1월부터 제대로 된 준비 작업은커녕 공사에 대한 안내도 없었다고 주장합니다.

철거 초반에 촬영된 영상에는 석면해체공들이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지만, 옆집에 사람이 사는데도 차단막 없이 작업하는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박진호/부산 연제구 거제동 : 석면 조각들이 너무 많아요. 석면을 굴착기로 다시 파면서, 석면 먼지까지 날아오는 거죠.]

4달 가까이 참다못한 주민 100여 세대가 지난달 중순, 환경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나서야 석면 처리 작업은 중단됐습니다.

그때부터 가림막이 본격적으로 설치되고 그물이 덮어졌지만 주민들은 보여주기식에 불과하다고 주장합니다.

[박성현/재개발구역 비상대책위원회 사무국장 : 저희들이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너진) 건축물 더미 안에 있는 석면은 제거가 안 되는 거죠.]

문제는 주민들뿐만 아니라 재개발 구역 끝에 자리 잡은 중학교의 학생들도 피해를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도로와 인도의 구별이 없어서 학생들은 이렇게 한쪽 끝으로 걸어가야 하는데요. 공사장 차단막이 이렇게 얇은 소재라 날카로운 아스팔트 조각과 철골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걸어다닐 수 있는 길이라고 구분해놓은 건 도로 바닥에 그려진 선이 전부입니다.

철거된 잔해를 바깥으로 실어나르는 대형 덤프트럭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학생들을 위태롭게 합니다.

잔해물에 미끄러져 다쳤다는 사진도 올라옵니다.

[노정민/학부모 운영위원장 : (보행로 폭을) 1m라도 확보를 해 달라, 가이드 레일 만들어 주고 도색만 해도 아이들이 안전하게 다닐 수 있을 텐데 계획도 지금 나와 있지 않고…]

공사장 주변의 피해를 최소화해달라는 환경단체의 요구에 담당 지자체는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더라도 책임은 구청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연제구청 관계자 : 내일 저희가 보건환경연구원이랑 한 번 더 현장 확인하고 측정도 할 겁니다.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 강제로 할 수 있는 사항은 없죠.]

철거 업체는 구청 의뢰로 진행된 감리에서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최근 학교와 주민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다만 이 업체와 계약한 재개발조합 측은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작업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5달 가까이 막무가내로 진행된 철거 작업으로 소음과 먼지, 석면에 노출된 한 주민은 "차라리 미세먼지는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라고 말합니다.

지자체와 시공사, 조합 측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책을 미루는 동안, 학생들은 오늘도 대형 트럭을 피해 나쁜 공기를 마시며 등교길에 오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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