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앵커브리핑] '하얀 손수건, 신사의 품격'

입력 2017-12-19 21:56 수정 2017-12-19 23:14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문화 칼럼니스트 박선경 씨에 따르면 손수건은 시대에 따라 몇 가지의 코드로 읽힙니다.

물론 그것은 주로 남녀지간에 일어나는 손수건에 얽힌 일화들로 설명되기는 하지만, 의외의 장면도 등장합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손수건을 정성껏 다렸다. 아버지가 시작한 사업은 70년대 유류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자금이 회수되지 않아 거래처를 일일이 돌며 미수금을 받으러 다니셨는데 하루는 빨랫감에 아버지 손수건이 없는 것을 보고 잃어버렸냐고 물었다. 미수금을 받으러 간 아버지는 거래처 사장이 돈을 갚을 수 없다며 울음을 터뜨리자 손수건을 건네주고 왔노라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아버지의 손수건은 '신사의 품격'이었다."

좀 길게 인용을 해드렸습니다.

신사의 품격, 아니 그것은 그냥 인간의 품격.

"하얀 손수건이 검은 손수건이 되었다…"

오늘 법정에 섰던 인물 역시 변호인의 입을 통해 또 다른 손수건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내린 적법한 지시가 실무진의 오해와 과잉 충성으로 인해 변질되어 집행됐다고 강변합니다.

하얀 손수건…즉, 그가 입버릇처럼 입에 올리던 '충'과 '사심 없는 마음'으로 정책을 지시했으나. 그것이 아랫사람들의 성급함으로 인해 오염되어 검은 손수건이 되어 버렸다는 것.

그의 말은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았다"는 그의 주군의 말과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에게 지시받았다고 주장하고, 윗사람은 아랫사람들이 망쳤다고 주장하는 볼썽사나운 배신의 계절…

칼럼니스트 박선경 씨가 읽어낸 손수건의 마지막 코드는 바로 '이별'이었습니다.

그 옛날 트윈 폴리오가 부른 '하얀 손수건'도 이별을 절절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근자에는 세상을 떠난 전직 대통령에게 그의 평생 반려자가 마지막으로 건넨 손수건도 바로 작별을 상징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탄핵된 주군의 도승지가 주장하는 손수건의 색깔이 무엇이 됐든 광장을 겪어낸 시민들에게 그 손수건은 과거의 어두웠던 세상과의 작별을 상징합니다.

또한 그 어두웠던 세상과의 작별이야말로 인간의 품격, 시민의 품격을 되찾는 것이기에….

오늘(19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메릴 스트립 발언 인용…김기춘·조윤선에 '중형' 구형 '블랙리스트' 2심 김기춘·조윤선 징역 7년·6년 등 중형 구형 '다이빙벨 비판 기사' 뒤엔…박 청와대, 보수매체 동원 정황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