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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도 '차'입니다…사고 내면 형사처벌 가능

입력 2015-06-2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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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9시께 서울 성산동 홍제천 자전거 도로에서 두 자전거가 부딪혔다. 취기가 잔뜩 오른 A(54)씨가 좌우 방향이 나뉜 자전거 도로에서 혼자 반대방향으로 자전거를 타다가 B(26·여)씨의 자전거를 들이박은 것이다. 술에 취한 A씨는 자전거에서 내려 B씨를 살피거나 사과하지 않고 도망가려고 했다. B씨는 그런 A씨를 막아서고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크게 다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이리 빡빡하게 구느냐, 차도 아니고 자전거끼리 부딪힌 것인데 그냥 지나가도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술에 잔뜩 취해 심지어 대화 도중 풀숲에서 노상방뇨까지 한 A씨는 "자전거 음주 운전은 법이 없어서 처벌 할 수 없다니까"라고 외쳤다. 과연 A씨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을까.

질문에 대한 답은 '처벌받을 수 있다'다.

A씨의 주장처럼 현재 자전거 음주 운전을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없다. 도로교통법 제50조 8항에 따르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자전거 운전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하나 처벌조항이 아니라 훈시규정일 뿐이다.

지난 2012년 7월 새누리당 주영순 의원은 자전거 음주 운전을 제재할 수 있는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대표발의 했지만 현재까지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은 음주상태나 약물의 영향 등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2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하도록 하고, 자전거로 도로를 통행할 경우 제한속도 이하로 운전하도록 의무화하며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운전에 대한 처벌을 못 할 뿐이지 사고에 대해선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에 속하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와 같은 처리 절차를 밟기 때문이다.

자전거 사고 발생 시 자동차 사고처럼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와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치거나 중앙선 침범 등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1대 중과실 위반 사고라면 형사입건된다. 다만 위의 두 가지 경우가 아니라면 피해자와 합의해야만 형사절차가 진행되지 않는다.

이같이 자전거 사고의 가해자는 처벌받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 안전문화에 대한 의식은 턱없이 낮다. 특히 행락철인 요즘 사고발생 위험성을 높이는 자전거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 없이 술을 마시고 자전거를 타는 이들로 넘쳐난다.

16일 오후 9시 서울 망원 한강공원 입구에 밀집된 술집들은 거치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라이딩 복장으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주말이 아님에도 한강공원 내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삼삼오오 모여 강바람을 맞으며 술을 마시는 사람들, 공원 내 편의점 밖 파라솔에서 자전거를 세워두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요즘 운동 삼아 자전거를 타러 나와서는 술을 마시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 자전거 사고는 행락철에 집중된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자전거 사고는 5~7월에 전체 사고의 39.7%가 몰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전거 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13년에는 3410명, 지난해에는 4295명으로 껑충 뛰었다.

사망자 또한 늘어났다. 2013년에는 26명, 지난해에는 37명으로 급증했다. 이는 교통사고 전체 사망자의 7%, 9.3%에 각각 해당한다. 올 4월말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자전거 사고 사망자만 5명, 부상자는 562명에 달한다.

사망자가 전체의 10%에 육박하는 데는 자전거가 도로교통법상 차로 구분됨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여전히 자전거를 보행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법무법인 태신 금현준 변호사는 "차의 경우는 사람과 부딪치고 그냥 지나가면 뺑소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전거가 사람과 약하게 부딪치는 경우는 대부분 별것 아니라고 여기는데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차와 같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뺑소니로 처벌 받지 않지만, 도로교통법에서 사고 후미 조치 규정에 따라 처벌 받을 수 있다.

이어 "자전거 음주운전의 경우도 처벌규정이 없어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것뿐이지 음주운전을 하면 안 된다는 훈시규정은 민사상에선 살아있는 규정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과실비율이 매우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중과실 사고를 일으킨 경우 피해자와 아무리 합의해도 형사처벌을 받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처럼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자전거단체협의회 한만정 대표는 "젊은 층과 노년층은 자전거 안전 의식이 낮다. 학교와 시민사회에서 자전거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데 아직 체계가 안 갖춰졌다"고 밝혔다.

자전거 안전문화에 대한 법안은 2013년 1월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나 정부의 긴급한 법안에 밀려서 계류 중이다.

이 법률안은 자전거 음주운전에 단속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의 안전속도를 정하고 어린이에게만 의무화된 인명보호 장구를 성인에게도 확대착용 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야간에는 전조등과 미등을 켜도록 하고 운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거나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시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한 대표는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에서 법규에 따라 예산을 짜서 단속과 교육 등을 실행 할 수 있을텐데 지금의 상황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근 한강공원 부근에서는 1시간에 1만원 내외의 금액을 내고 탈 수 있는 각종 전동차가 등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정하지 않은 대여소에서 검증되지 않은 용품을 빌려줘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단속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자전거 안전문화에 대한 단속과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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