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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통합 주도권 줄다리기…김종인, 장외서 '쓴소리 훈수'

입력 2021-04-12 19:07

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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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선거는 끝났지만, 정치권은 복잡하죠. 일단 합당을 둘러싼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간 본격적인 줄다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서로 패를 먼저 보여달라고 겨루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이미 자연인이 된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 모두에게 쓴소리를 내뱉었는데요. 관련 상황을 박준우 반장이 정리해봤습니다.

[기자]

제가 어렸을 때는 매 명절이면 TV에서 씨름대회를 중계하곤 했는데요. 씨름은 준비 시간이 긴 스포츠였습니다. 본 경기는 시작도 안 했는데 서로 샅바를 잡았다 풀었다, 심판이 선수 사이를 왔다 갔다, 경기 시작을 할 듯 말 듯. 관중들과 썸을 타는 것 같았는데요. 어린 마음에 '그냥 잡고 일어나면 되는 거 아냐?'라고 투덜대기도 했더랬죠. '샅바 싸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된 건 나중이었습니다. 시간 끌기가 아니라 서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힘 겨루기는 이미 샅바를 잡을 때부터 시작됐던 거죠. 선거가 끝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도 이제는 합당을 둘러싼 샅바 싸움에 돌입했습니다.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국민의당에서 합당에 관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먼저 알아보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서 국민의당쪽 의견을 요청해놓은 상태이고 국민의당 의견이 전달되면 다시 우리 쪽 의견을 모아서 정리하려고 합니다. 가급적 빨리 의견이 정리되는 대로 알려 달라고 했습니다.]

국민의힘은 국민의힘이 야권을 하나로 묶을 최적의 플랫폼이란 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주도로 합당을 이끌 생각인데요. 일부 국민의힘 중진들 사이에서는 합당이 아니라 국민의당을 흡수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비례대표가 3명 밖에 되지 않는 정당과 똑같은 지분으로 합당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인데요. 특히 주호영 당 대표 권한대행은 전당대회 전에 합당을 서두르자는 입장이지요. 국민의당과 합당 의사가 일치하면 통합 전당대회를 열고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힘 단독 전당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국민의당을 연일 압박하고 있습니다. 반면 국민의당은 '선(先)혁신 후(後)통합론'으로 맞서고 있는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국민의힘도 의견이 그렇게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는 않고, 저희도 바로 오늘부터 시·도당부터 시작해서 당원들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바로 오늘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수요일까지 국민의힘의 통일된 그런 의견들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저는 그것부터 한번 여쭤보고 싶은데요.]

둘 다 서로 먼저 패를 보이지 않겠다는 심산입니다. '안철수 대표의 진짜 속마음을 알고 싶다면 이태규 사무총장의 말을 들어봐라'. 어디까지나 제 뇌피셜이긴 하지만요. 이 사무총장은 선거 이후 "처음부터 단일화의 판을 만들고, 판을 키우고, 끝까지 판을 지키고 완성시킨 사람은 안철수였다"라고 강조했는데요. 재보선 승리의 결정적 요인은 안 대표가 처음 쏘아 올린 '야권 단일화'였다는 점을 내세우는 겁니다. 결국 안 대표가 정말 하고 싶은 말은 '합당 논의의 주도권은 국민의당에 있다'인 것 같은데요.

여기서 또 제동을 걸고 나선 이가 있습니다.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쳤던 분이죠. 물러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돌아가는 판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장외 훈수를 뒀는데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11일 연합뉴스 인터뷰) : 실체가 없는데 무슨 놈의 야권인가. 국민의힘은 바깥을 기웃거리지 말고 내부를 단속해서 자생력을 갖는 정당이 돼야 한다. 내가 비대위원장으로 가기 전에 당에서 '자강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었나. 이번에 승리했으면, 그걸 바탕으로 (대선 승리를 위해) 스스로 노력할 생각을 해야지, 지금부터 무슨 대통합 타령인가.]

밤낮 '통합, 통합'하는데 자신 없으면 집어 치우라며 다소 격한 쓴소리도 내뱉었습니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다시 한 번 국민의힘 자강론에 힘을 실은 겁니다. 국민의당이 무슨 실체가 있냐고도 반문했는데요. '야권=국민의힘'이라는 뜻일까요? 안철수 대표가 짠 야권 통합 프레임에 말려들지 말라는 의미인 것 같은데요.

국민의힘은 김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김 전 위원장이 국민의힘에 서운함을 드러낸 것 아니냐, 재추대 절차를 밟아야 한다, 그저 '킹메이커'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발언이다 등등인데요. 글쎄요. 김 전 위원장의 속마음, 노래로 표현하자면 이런 거 아닐까요? 잊혀질 만하면 살아 돌아오는 불사조 코너죠. 박 반장의 '온 더 레코드' 뮤직 큐!

[거짓말-god : 정신차려 바보야 정신차려 제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이제 니가 정말 싫어 그러니 제발 돌아가 제발 저리가 난 니가 싫어 니가 정말 싫어 잘 가 (가지마) 행복해 (떠나지마) 나를 잊어줘 잊고 살아가줘 (나를 잊지마) 나는 (그래 나는) 괜찮아 (아프잖아)]

나를 잊어달라는 건지 잊지 말라는 건지 여러모로 헷갈리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자신이 이끌었던 당에 대한 애정을 담은 고언일까요, 아니면 잔정마저 모두 떨쳐내고 싶은 진저리일까요? 늘 그래왔듯 김 전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를 깎아내리기도 했는데요.

[김종인/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음성대역 /11일 연합뉴스 인터뷰) : (안철수 대표가) 오세훈 당선을 축하하면서 "야권의 승리"라고 했다. 어떻게 건방지게 그런 말을 하나. 자기가 이번 승리를 가져왔다는 건가. 야권의 승리라고? 국민의힘이 승리한 거다. 안철수는 지금 국민의힘과 합당해서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이 딱 보이는 것 아닌가.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나라가 또 엉망이 된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와의 합당 주도권 싸움 자체를 아예 할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읽히는데요. 김 전 위원장은 안 대표의 말에 반응해 싸움을 받아주면 그 자체로 안 대표의 몸집을 키워주는 셈이라고 본 듯 합니다. 국민의힘은 그냥 안 대표가 뭐라 하든 내버려 두고 'My way'를 걸으라는 조언을 '안 대표 때리기'를 통해 전달한 것 같은데요.

안철수 대표로서는 당연히 기분이 좋지 않았을 텐데요. 속으로 삭힌 건지 겉으로 크게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김 전 위원장의 도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건데요.

[안철수/국민의당 대표 : 정확한 표현은 그게 아니었던 거 같아요. 그러니까 야권의 혁신, 대통합,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그걸 부인하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뭐 김종인 위원장께서 이번에 많이 노력하셨다는 건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투트랙 전략인 걸까요? 안 대표는 점잖게 대응한 반면, 국민의당 최고위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구혁모/국민의당 최고위원 : 야권은 오로지 국민의힘만 있다는 오만불손함과 정당을 단순히 국회의원 수로만 평가하고 이를 폄훼하는 행태는 구태 정치인의 표본이며 국민에게 매우 건방진 행동입니다. 애초에 국회의원 시절 뇌물수수로 징역형을 받아 의원직이 박탈된 범죄자 신분이었으니 쌓았던 공도 그렇게 크진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제는 안 대표의 본심을 알기 위해선 구혁모 최고위원의 말을 들어야 하나 봅니다. 구 최고위원은 김 전 위원장을 향해서 "정치에 미련 없이 깨끗하게 물러나 남은 시간 무탈하게 마무리하시길 바란다"고도 쏘아붙였는데요. 김 전 위원장의 발언으로 인한 후폭풍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습니다. 관련 내용은 들어가서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정리합니다. < 국민의힘-국민의당, 야권 통합 샅바 싸움…김종인 장외 훈수 후폭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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