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101세 할아버지의 상봉 준비…"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입력 2018-08-19 17:46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101세 할아버지의 상봉 준비…"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그동안 다리가 아파서 1년을 고생했다고. 그런데 오늘 (몸 상태가) 조금 좋네. 그래서 온 거야."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여하는 백성규(101) 할아버지는 19일 상봉을 하루 앞두고 집결지인 속초의 한 리조트에서 건강을 묻는 취재진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백 할아버지는 20일 시작하는 1차 상봉 남측 방문단의 최고령자로, 이번 행사에서 며느리와 손녀를 만난다. 백 할아버지의 남동생 둘과 여동생은 북한에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상봉이 성사된 소감을 묻자 "처음에 몇 번 (신청) 했는데 다 안 됐다. 그런데 이번에 소식이 왔다. 다 죽게 됐으니까(웃음)"라며 "나는 울 줄도 모른다"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백 할아버지는 이번 상봉을 위해 여름·겨울 옷과 내의, 신발 30켤레, 치약, 칫솔, 수저 등을 선물로 준비했다. 그는 '스뎅수저'(스테인리스 수저)도 20벌 샀다면서 "마지막이니까 좀 많이 샀다. 없는 것 없이 다 샀다"며 웃었다.

그는 기억에 남아있는 고향과 가족의 모습을 묻자 "없다. 다 돌아가셨는데"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가족을 기다린 오랜 세월에 대해서도 "무슨 말을 하겠나"라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며느리와 손녀를 만나 하고 싶은 말을 묻자 "'뭐를 좀 많이 사오려고 했는데 돈이 없어서 많이 못 샀다'라고 말하면 되지 뭘"이라며 오랜 세월 마음에 담아둔 애정을 에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어쩌면 마지막 만남일 수도 있는 이번 상봉, 백 할아버지는 "마지막이지 뭐, 내가 40년 더 살면 모를까"라며 설렘과 아쉬움을 함께 드러냈다.

이날 리조트에서 만난 유관식(89) 할아버지는 여성용 내복과 화장품, 영양제, 과자 등을 곧 만날 67세 딸을 위한 선물로 준비했다.

유 할아버지는 전 부인과 헤어졌을 당시에는 딸을 임신한 상태인지도 조차 알지 못했다고 했다. 이번 상봉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딸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다.

유 할아버지는 "통지가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 딸이 태어났구나. 가슴이 정말 얼마나 기쁜지 몰랐다"며 "이번 기회는 정말 기적이다. 내생에 지금까지 중에 제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연합뉴스)

관련기사

"꿈인가 싶다" 설레는 이산가족들…양손엔 선물보따리 정부, 남북연락사무소 올해 운영비 35억 협력기금서 지원 "살아서 만나게 돼 감사하다"…68년 기다림 끝에 상봉 문 대통령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동력"…경협 로드맵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