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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월 100만원도 못 받던 기사들

입력 2018-05-05 13:59 수정 2018-05-0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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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설명서] 삼성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월 100만원도 못 받던 기사들


2013년 한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의 월급 통장입니다. 3월과 4월, 5월 연속 50만원을 받았습니다. 2013년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4860원, 주 40시간 근로 기준 월급은 101만 5740원입니다.

 
[취재설명서] 삼성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월 100만원도 못 받던 기사들


기본급 없이 수리 건별 수당만 받았기 때문에 이처럼 최저임금을 밑도는 월급을 받았던 날이 적지 않았다고, 노조는 설명합니다. 2013년 7월 노조가 출범할 즈음에서야 기본급이 생겼다는 겁니다.

지난달부터 삼성의 노조 와해 공작 의혹을 연속 취재하고 있습니다. 기사 댓글 가운데에는 "노조가 왜 꼭 필요하냐"라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에는 '귀족노조'의 횡포가 없었던 덕분"이라는 취지입니다. 삼성이 지난 80년간 주창해 온 이른바 '무노조 경영' 신화 입니다. 하지만 노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과연 삼성에서 먼저 수리기사들에게 기본급을 제안했을까요?

노조 활동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입니다.(※헌법 제33조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은 신화가 아닌 위헌적 행위일 뿐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와해 공작은 이 노조가 별다른 단체행동을 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악질적이라고, 검찰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극심한 노조활동으로 인한 경영상의 피해가 심각했다'는 둥 최소한의 변명거리조차 없는 행동이라는 겁니다.

삼성 측은 "실행되지 않은 다양한 검토 의견에 불과하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을 살펴볼 때,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검토의견'들이 실제로 이뤄졌습니다. 2013년 노조 와해를 목적으로 만든 '마스터플랜' 문건의 골자는 이렇습니다. 1)노조 결성을 최대한 방해하고 2)출범하더라도 노조 탈퇴를 유도해 세를 약화시키며 3)임금협상 등 단체교섭은 경총을 동원해 최대한 미루고 4)노조 측의 실익이 없도록 해서 무력화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노조 탈퇴, 이른바 '그린화' 작업은 집요하게 이뤄졌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에 꾸려진 '종합상황실'은 전국 100여개 하청업체 대표들로부터 매주 노조원의 가입·탈퇴 현황을 보고받았습니다. 노동조합 가입 여부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보호되는 민감한 정보인데, 불법으로 수집해 온 겁니다. 노조원의 숫자를 줄이지 않는 하청업체는 본사로부터 나쁜 평가를 받았습니다.
 


 

분명히 내가 이야기하지만 노조에 가입되는 그 순간 우리는 폐업해야 돼요. 폐업.

- 포항센터 대표 (음성 녹취 파일)
 

 
 
노조원들은 말로만 탈퇴 압박을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위에 언급했지만 수리기사들은 건당 수수료가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큽니다. 그런데 노조원에게는 수리 건수를 아예 배당하지 않는 방식으로 일감을 줄였습니다. 아래는 부산 지역 한 노조원이 노조 측에 제보했던 사진입니다.
 
[취재설명서] 삼성에 노조가 왜 필요하냐고?…월 100만원도 못 받던 기사들


에어컨 수리 등이 급증하는 여름은 성수기로 분류되는데, 이렇게 되면 사실상 일을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2014년 5월 사측의 노조 탄압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은 염호석 양산분회장의 마지막 월급은 41만원, 그 전달에는 70여만원에 불과했습니다.

이같은 압박은 실제 큰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노조 출범 당시 관심을 보이며 모인 사람이 약 4000명, 실제 가입 원서를 낸 사람은 1600명이었는데, 불과 6개월여만에 3분의 1이 탈퇴했습니다. 숫자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올해 초에는 600여명 가량 남아있었다고 합니다.

삼성 측은 수사가 빨라지자, 하청업체 소속 수리기사 8000여명을 직접 고용으로 전환할 계획을 발표하고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 된 거 아니냐고요? 노조 활동을 하다 자살한 노조원만 2명, 고의적인 일감 끊기로 생활고에 시달리다 가정 파탄에 이른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위장폐업' 등으로 해고된 노조원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지지도 않았습니다. 이 같은 부당노동행위가 삼성 미래전략실까지 보고됐다는 진술을 검찰은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지시의 출발점은 어디인지, 모두가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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