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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대한민국, 국가비상사태 상황? 확인해보니…

입력 2016-02-24 22:34 수정 2016-02-25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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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부에서 전해드렸듯이 지금도 국회에서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야당의 필리버스터, 즉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어제(23일) 정의화 의장이 의장 직권으로 본 회의에 상정하면서부터였는데요. 정 의장은 최근 IS의 테러 위협과 북한의 도발 행태를 볼 때 지금 우리나라가 비상상황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한 번 들어보시죠.

[정의화/국회의장 : IS 등 국제적 테러 발생과 최근 북한의 도발적 행태를 볼 때, 국민 안위와 공공의 안녕·질서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쟁점이 발생하는데, 정말 지금이 국가비상사태냐,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러니까 이것 때문에 논란인데…

이호진 기자, 정 의장의 말대로라면 직권상정이 가능한 겁니까?

[기자]

네, 국회법에는 모두 세 가지 경우 직권상정을 할 수 있게 돼 있는데요.

말씀하신 대로 정 의장이 선택한 것은 두 번째,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경우입니다.

[앵커]

무척 간단하게 나와 있기는 합니다, 그렇죠? 일단 국가비상사태로 직권상정을 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어떤 기준으로 살펴볼 수 있을까요.

[기자]

국가비상사태라면 어떤 것이 가능해지는지, 우리나라 법령을 통해 들여다봤습니다.

먼저 헌법이 있죠. 대통령이 계엄도 선포할 수 있다, 이렇게 돼 있습니다.

정상적인 정치활동이 중단되고, 국민의 기본권까지 제한될 수 있다는 거죠.

[앵커]

만일 비상사태라면. 계엄령에 관한 부분 방금 나왔습니다만, 물론 법률에 나와 있는 것을 그대로 전한다고 해도 너무 극단적인 경우를 얘기하는 것이 아닌가. 꼭 저것만 이번에 적용할 수 없지 않으냐 이런 의견인데 그건 어떻게 봅니까?

[기자]

그만큼 우리 법령에서 '국가비상사태'를 전시에 준하게 판단하고 있다는 건데요.

여러 가지 법령이 있겠지만 일단 국가공무원 규칙에 따르면, 공무원부터 비상이 걸려야 합니다. 연가를 중지하고, 최대 3분의 1까지 비상근무를 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예비역이신 분들 놀라실 수도 있는데요. 병역법에는 병무청장이 예비역 등을 동원해서 소집할 수 있다고 되어 있습니다.

또, 전기통신법과 철도법상 정부는 전화나 철도도 끊을 수 있습니다.

[앵커]

비상사태라면.

[기자]

네. 이 정도는 돼야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과연 이 상황을 법적으로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있느냐, 하는 겁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한상희 교수/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 군대에 비상동원령이 내려진 것도 아니고, 경찰에 전국 경계령이나 진돗개 상황이 발령된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대한민국 정부 어느 귀퉁이에도, 비상대책위원회 하나 되어 있는 게 없거든요? 최소한 국회의장이 비상사태라고 이야기를 하려면, 적어도 국회 사무처에 비상기획단을 만든다든지, 북한이 핵무기를 쏘면 국회는 어떻게 대처할 건지 계획을 짜라든지, 그 정도는 해놓고 비상사태라고 해야죠.]

발생할 가능성만으로 비상사태가 될 수는 없다는 설명입니다.

[앵커]

이렇게 말씀하시는 전문가들도 있으실 테고 아마 국회의장실에서는 다른 사람들한테 물어보고 판단을 했을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그것까지는 제가 잘 모르겠고. 현실적인 면도 고려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러니까 논란은 있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명백하게 위험한 상황이 예상된다면, 그러니까 정의화 의장의 말대로 불가피하게 결단을 내려야 하는 그런 상황, 그런 건 상정해 볼 수 없을까요?

[기자]

국회의장이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그만큼 존중해야 되지 않느냐는 주장인데요. 정치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입니다.

개정 국회법이 의장의 직권상정을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어놨기 때문에 더 그렇다는 겁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정태원/변호사 :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우리 쪽에 대한 테러를 바로 오늘이라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주장하는 입장이고, 더불어(민주당)는 무슨 소리냐 그렇지 않다, 이러는 거고, 그런 거죠. 그게 일종의 정치적인 해석이기 때문에, 그게 정답이 있을 수가 없고, 그거에 대해서 법원이 판단할 수도 없죠. 재판 가봐야 법원이 판단 안 해요, 그건.]

[앵커]

이런 건 재판 가도 법원이 판단할 수 없는 그런 문제다… 글쎄요. 그러면 의장의 정치적 판단은 법적으로 가늠하기 어렵다, 그런 얘기가 되면 지금 정의화 의장이 이렇게 판단해서 비상사태라고 얘기한 것에 대해서 뭐라고 따질 만한 그런 상황이 아니다, 그런 얘기인가요?

[기자]

사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는 상황입니다.

일부에선 법적인 개념은 맞지만 사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었고요.

또, 입법부가 스스로 판단해서 맞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1차적 판단은 의장이 독자적으로 해도 국회의원이나 위원회의 심의 표결권을 제한하기 때문에 결국 헌법재판소에서 다퉈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이 같은 논란이 이어지고, 또 국가비상사태라는 정황을 두고 국민 사이에서도 온도차가 나타나는 건요. 정 의장이 전례가 없는 중대한 결정을 내리면서 결국 설득과 설명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지적이 나옵니다.

[앵커]

지난번 직권상정 요구가 있었을 때는 국가비상사태라고 볼 수 없다, 그때 경제 관련 법안이었습니다마는. 지금은 또 국가비상사태라고 본다라고 했기 때문에 그 차이가 무엇이냐에 대한 명확한, 설득력 있는 설명, 이런 것들은 분명히 좀 필요해 보이기는 합니다. 이호진 기자였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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