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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강제 결혼한 지체장애 아내와 지적장애 남편의 비극

입력 2021-12-30 18:40 수정 2021-12-30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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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지체 장애가 있는 61살 A 씨는 농장주 말처럼 가족처럼 잘 지냈을까요?
 
〈사진=JTBC뉴스룸 캡처〉 〈사진=JTBC뉴스룸 캡처〉

지난 7월 A 씨가 농장을 뛰쳐나왔습니다. 농장주는 가출신고를 했고 경찰은 A 씨를 발견했습니다.

처음 A 씨를 조사한 경찰은 염전 노예를 떠올렸다고 했습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농장주는 34년간 A 씨에게 일을 시키면서 3천 4백만 원만 줬습니다. 하루 7시간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경우 2억 8천만 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겁니다. A 씨가 일하면서 오른손을 다친 것도 농장주의 부주의라고 봤습니다. 다만 학대나 폭행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농장주를 노동력 착취와 준 상습사기,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그런데 A 씨는 여전히 농장주 집에 있습니다.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A 씨 가족이 부양을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경찰 수사를 받은 직후 농장주는 가족에게 A 씨를 데리고 가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부인 B 씨는 15년간 남편을 맡긴다는 공증을 걸고넘어졌습니다. 공증에 따라 앞으로 2년간 더 농장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는 겁니다. A 씨 거취를 두고 경찰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은 하동군청 관계자도 난감하다 했습니다.

"가족들과 상담을 해서 심각성을 이야기했는데도 데리고 갈 생각을 안 합니다. A 씨를 여기서 일하게 두면 생계비는 줘야 할 텐데 통장은 모두 부인이 관리하면서 돈을 주는 것도 아닙니다. A 씨를 부산 집에도 못 오게 하고 제일 나쁜 사람은 배우자입니다. 가족들요. 딸하고 아들하고 다 성인이 됐는데도 아버지에 대해서 물어보면 엄마가 이때까지 다 관여를 하고 결정을 했는데 왜 자기들한테 물어보냐고…"
 
〈사진=JTBC뉴스룸 캡처〉 〈사진=JTBC뉴스룸 캡처〉

A 씨는 장애인 거주시설에 입소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B씨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 씨가 거주시설로 들어가게 되면 그동안 부인 B씨가 A 씨 앞으로 나온 장애인 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 등 지원금이 줄어듭니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도 가족에 대해서 방임 등 문제가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농장주보다 가족이 더 나쁘다고도 했습니다. 다만 A 씨 가족에게 적용할 혐의를 찾지 못했다고 했고 보강 수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선 경찰과 달리 명백한 범죄라고 봤습니다. 유기에 가까운 방임이라는 겁니다. 횡령 혐의도 다분하다고 봤습니다. A 씨를 경남 하동군 산골 마을에 보내 놓고 임금을 갈취하고 주소는 부산에 둬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는 겁니다.
 
〈사진=JTBC사건반장 캡처〉 〈사진=JTBC사건반장 캡처〉

한 조사관은 이들이 부부간에 아무런 감정이 없다고 했습니다. 애초 두 사람은 동네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결혼했습니다. B 씨는 가족들을 위해 남편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했습니다. 장애인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 2명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던 선택이었다며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범죄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선 B 씨에 대해 유기와 방임, 횡령 혐의로 경찰에 고발할 방침입니다.

송정문 경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장은 이런 문제는 장애인 사회에서 종종 벌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일부 장애인은 학교에 가지 못했을 정도로 우리 사회와 사실상 격리돼 기초적인 사회성과 관계성을 배우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법적인 문제에서도 매우 둔감하다 했습니다. 정상적인 판단이나 사고에 다소 어려움이 생기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몸이 불편하거나 지적 장애가 있는 장애인은 일하지 못해 정부 보조금이 유일한 수입이라고도 했습니다. 결국 이런 안타까운 배경이 가족 간의 비극을 불러왔다는 겁니다.

 
〈사진=JTBC뉴스룸 캡처〉 〈사진=JTBC뉴스룸 캡처〉
제도적인 허점도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경남에선 장애인 인권침해 실태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이런 일을 찾아내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 취지입니다. 그런데 A 씨는 조사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주소가 부산으로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산에선 이와 같은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실태조사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관련 기사
①120만원에 팔린 한 지적장애인…농장주와 부인의 은밀한 거래
→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4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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