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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인니서 전방위 '세일즈외교'…사상 첫 공동비전 채택

입력 2017-11-09 2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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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인니서 전방위 '세일즈외교'…사상 첫 공동비전 채택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국빈방문을 계기로 9일 개최된 한·인도네시아 정상회담은 '특수관계'로 발전한 양국 협력의 깊이와 폭을 확인케 한 자리였다.

지난 2006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한 양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방산과 경제, 통상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교류와 협력의 수준을 끌어올려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는 데 합의한 것이다.

이 같은 관계 격상은 한차원 높은 공조를 희망해온 인도네시아 측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지난 11년간 양국의 협력이 다방면에 걸쳐 지속적으로 심화됐을 뿐만 아니라 미래발전 비전에도 강한 공감대를 형성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이런 맥락에서 양국 정상이 이날 채택한 '한·아세안 공동번영과 평화를 위한 공동비전성명'은 양국 관계의 중장기적 발전을 끌어가는 데 있어 매우 의미있는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 동남아국가와 첫 공동비전…新남방정책 강한 탄력

한국이 동남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고 전방위적으로 협력을 촉진시키는 개념의 공동비전 성명을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성명의 서문에서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데 합의했음을 명시하면서 ▲전략적 협력 ▲실질협력 ▲인적교류 ▲지역·글로벌 협력을 강화하는 데 합의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신 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제1위 해외투자 대상국인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전체 국내총생산(GDP)·인구·면적의 40%를 차지하는 '맹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두 정상은 성명에서 한국과 아세안이 '사람 중심'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인도네시아와의 관계격상을 계기로 한국의 대(對) 아세안 협력 노력이 한층 가속화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번영의 축 완성을 위한 신 남방정책의 기틀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 방산은 전략적 협력의 상징…잠수함 협력 강화

아세안과의 경제협력 중요성을 중시해온 문 대통령의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은 '세일즈 외교'의 성격이 강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주목을 받은 것은 양국간 전략적 파트너십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방산협력 강화다. 국산 고등훈련기 T50을 최초로 구매한 나라이자 한국형전투기개발사업(KFX)의 공동 개발국이기도 한 인도네시아는 미국을 제외한 한국의 최대 방산수출 대상국가이기 때문이다.

양국은 당장 잠수함 사업을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12억 달러 규모의 차기 잠수함 3척 입찰을 실시할 예정이고, 헬기사업과 무인기 분야에서도 양국간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 교역량, 2022년까지 300억弗로…19억弗 규모 인프라협력 MOU

경제협력 차원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협력의 '외연'을 넓히기로 한 점이다. 교역과 투자, 교통, 인프라, 해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의 폭과 질을 높이는 쪽으로 구체적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양국은 당장 경제협력의 외형적 지표인 교역량을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오는 2022년까지 교역량 규모를 300억 달러로 늘린다는 목표 아래 한·아세안 FTA 추가 자유화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의 조속한 타결을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최대 하이라이트는 19억 달러 규모의 교통·인프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점이다. 자카르타 경전철 2단계 사업 수주를 비롯해 서민형 공동주택 187만호 건설과 까리안 광역상수도사업, 봉카 수력발전사업, 리도 신도시 1단계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한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낳았다.

◇ 자동차·철강·석유화학 협력 붐업…"현대차 아세안 진출 확대"

양국이 산업협력 MOU를 통해 자동차·철강·석유화학 등 기간산업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도 의미있는 성과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경우 국내기업의 우호적 시장진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간 협의를 시작하기로 한 것이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인니 비즈니스 포럼에서 "특히 협력을 강화하고 싶은 분야가 자동차산업"이라며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최대 자동차 생산·수출국이라는 야심 찬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이 최적의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에서 사드 보복 등의 영향으로 판매량 급감에 시달려온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교두보로 아세안지역 공략에 나설 계획인 것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생산거점으로 아세안에 300만대 정도의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미국과의 FTA라든가 중국과의 사드 보복을 거치면서 경제적으로 G2 중심의 외교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고 미묘한 뉘앙스를 남겼다.

◇ 北대응 '우군' 확보…'韓 주도적역할' 지지 이끌어내

이번 정상회담의 또 다른 성과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는 한·인니 양국의 공조를 강화하고 한반도 현안에 대한 우리 정부의 '주도권'에 대해 지지를 이끌어낸 점이다.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는 한편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중심의 제재·압박과 함께 '의미있는 대화'를 조속히 재개한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이어 조코위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한국의 노력을 지지하고, 특히 한반도의 평화통일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미·중을 상대로 북핵 해법에 관한 협력을 이끌어내고 아세안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확실한 '우군'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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