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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사즉생…살기 위해 죽다'

입력 2017-02-27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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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죽어라, 죽기 전에… 그래서 진정한 보수의 가치와 이상을 담보할 새로운 정신으로 태어나 힘들여 자라가기를…"

대표적인 보수논객으로 꼽히는 소설가는 약 석 달 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도 전에 사뭇 격앙된 어조로 이런 화두를 던진 바 있습니다.

물론 촛불과 언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가다 나온 나름의 결연한 진단이었습니다. 그는 보수가, 아니 보수의 가치가 다시 살기 위해서는 부서지고 죽는 결정을 해야 한다는… 즉, 죽어도 죽지 않는 사즉생을 이야기했습니다.

꼭 30년 전 6월 항쟁 당시 시민의 거센 민주주의 요구에 직면했던 권력자 역시 살기 위해 죽는 결정을 했습니다.

"전두환 대통령은 노태우 후보가 자신을 밟고 가도록 했다. 집단의 생존을 위해서다"

권력자의 내리막이 집단의 내리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후일을 도모하고자 하는 생존의 방식이었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진영을 가리지 않고 되풀이되기도 했습니다. 퇴임 이후 검찰 수사에 직면한 전직 대통령.

"내 인생의 실패는 노무현의 것일 뿐… 진보의 실패는 더더욱 아니다. 내 인생의 좌절도 노무현의 것이어야 마땅하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좌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여나 자신 때문에 이 땅의 진보란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을까, 그는 진보의 내리막을 우려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탄핵심판 최종 변론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한 이 순간. 광장의 한쪽에선 위협의 언어들이, 헌법재판소의 심판정에선 모욕과 불복의 언어들이 날아다닙니다.

그래서 다시 펼쳐본 그 소설가의 문구…

"위기란 곧 존립이 위협당한다는 것… 이 쇠퇴하고 허물어진 정신의 허울 벗고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이 땅에서 보수는 다시 발 디디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다시 그 전직 대통령의 문구…

"정의와 진보를 추구하는 분들은 노무현을 버려야 한다. 나의 실패가 모두의 실패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즉생'…

충무공이 권했다던 그 세상의 이치를 가장 즐겨 사용한 인물은 공교롭게도 오래전의 그 대통령이었습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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