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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음반 발표…아흔에 이룬 '소녀의 꿈'

입력 2017-08-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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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9일) 수요일, 어김없이 1295번째 수요시위 이어졌습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이야기를 전해드릴 때마다 그들의 힘든 모습 뿐이었죠. 보는 이들도 안타까움과 분노가 항상 있었는데, 오늘 전해드릴 소식은 조금 다릅니다. 길원옥 할머니 얘기인데요. 그동안 가슴 속에만 가지고 있던 꿈을 아흔에 이뤘습니다. 그 꿈은 가수입니다. 오늘 음반제작 발표회를 합니다.

강버들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윤미향/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공동대표 : 길원옥 가수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이 아니라 가수 길원옥입니다.]

너스레에 길원옥 할머니가 웃음을 터트립니다.

'가수'라는 말이 아직 쑥스러운 할머니의 노래 사랑은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길원옥 : 좋아하기는 아마 13세서부터 확실히 그냥 그저 아무데서나…대개 아무 데도 없는데 가서 부르다가 들키죠. 노래 같은 거 하다 걸려들면 (엄한 부모님이) '뭣으로 나가려고' 해가면서…]

노래가 좋던 13살 소녀는 '돈 벌러 가자'는 꼬임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가 됐습니다.

4년 넘는 위안부 생활 끝에 해방을 맞았지만 17살, 어린 몸은 깊이 병들어 있었습니다.

가족이 기다리는 평양으로는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한 많은 대동강…]

위안부였던 사실을 숨기고 홀로 견딘 시간, 할머니는 노래로 마음을 달랬습니다.

[외롭다든지 마음이 부족할 때는 괜히 쓸데없이 막 노래를 불렀으니까. 왜 젊어서는 서로 괜히 이유 없이 사람을 꼬집을 때가 있지. 그럴 때는 나도 모르게 노래가 나오는 거예요.]

옥수수, 번데기 좌판까지 온갖 일로 서른 홀몸에 입양한 아들을 키우는 사이 세월은 바람처럼 흘러갔습니다.

[사는 전체가 그 아들에게 있었지요. 저 아들이 남 하는 구실을 못할 때 그 때 무슨 꼴이 될까 싶으니까…]

지난해 치매 증상이 나타나자 마음이 급해진 주변의 권유로 길 할머니는 음반 녹음에 나섰습니다.

평소 즐겨 부르는 15곡을 담은 음반의 이름은 '길원옥의 평화'입니다.

[조금 더…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잘해볼 걸…]

1928년 일제 시대 태어나 위안부 피해자로, 미혼모로, 그리고 위안부 문제를 세계에 알리는 활동가로 90년을 살아온 길 할머니는 오는 14일 신인 가수로 첫 콘서트 무대에 섭니다.

(화면제공 : 영화 어폴로지·귀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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