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나라 남해에는 겨울철 관광명소로 꼽히는 다랭이마을이 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이 아름다운 마을에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왜일까요?
오늘(20일) 밀착카메라는 이 다랭이 마을을 강신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경상남도 남해 가천마을입니다. 확 트인 바다, 가파른 산과 다랭이 논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합니다.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이유입니다.
그런데 경치는 조화로운데 이곳 마을주민들은 불화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합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원복자/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이주민 : (수도)관이 이 밑으로 내려가서 저쪽으로까지 다랭이마을까지 가면서 왜 지나가면서 우리는 물을 안주나 이말이야.]
[김정주/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원주민 : 원주민도 못먹는 물을 저 거리가 먼데 물을 주겠습니까. 저희도 식수가 딸립니다.]
2005년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이곳에 팬션 운영을 위한 이주민들이 몰려들면서 기존 마을 주민간 상수도 문제로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이 마을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집에 와봤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옆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3천kg, 3톤짜리 탱크들입니다.
[이승환/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이주민 : 외지에서 이주해온 사람은 주민이 아니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마을 상수도 물을 연결을 안 해줍니다. 그래서 비가 오면 빗물을 가득 저장하기 위해서…]
빗물을 받는 공간입니다.
비가 지붕을 타고 내려오거나 바닥에 차서 넘치면 이 구멍으로 들어가고요. 여기 보시는 곳곳에 관을 타고 탱크로 저장됩니다.
밑에는 공간이 없어서 지붕 옆에까지 탱크를 두고 물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이 씨는 휴양을 위해 20여 년 전 이곳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하지만 물 때문에 이웃과 전쟁 아닌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창고에는 생수가 가득 쌓여 있습니다.
빗물을 받아 쓰고 있는 이주민의 집에서 산 쪽으로 300m 정도 올라와 봤습니다.
빗물만으로는 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산 계곡물을 이런 호스로 받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여름 누군가가 이 호스를 이렇게 파손했습니다.
낫으로 자른 것 같은데요. 당시의 사진입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아직까지도 누가 파손을 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 씨는 다랭이마을 물탱크 2곳에 저장된 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법원에 소를 제기했습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마을회원이 아닌 이주민들에게는 이 물을 줄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김동섭/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원주민 : 수십 년 조상 대대로 이렇게 해서 먹고 사는 것 아닙니까. 자치회가… 우리 마을에서 해줄 의무가 없다는 말입니다.]
[이모 씨/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원주민 : 물이 가장 기본인데 그걸 못 먹게 한다는 그 자체를 저도 반대를 했어요. 왜 못 먹게 하느냐.]
보이시는 능선 너머로는 펜션 등을 하는 이주민들이 주로 살고 있고요. 바로 이곳에는 원주민, 그러니까 마을 자치회원들이 주로 살고 있습니다.
이 마을엔 원주민은 59가구, 이주민은 39가구가 살고 있습니다.
당초 마을자치규약에는 선대의 본적이 마을인 사람만 회원으로 인정했다, 2012년 2년을 거주한 주민들도 마을회원으로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을 목적으로 한 자와 휴양을 위해 전입한 자 등은 여전히 회원이 될 수 없도록 해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손명주/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이장 : 여기서 쓰는 물은 우리가 70년대에 새마을 운동해서 각 가정으로 파이프를 연결한 거예요. 당시에 새마을운동 했을 때 마을 주민들의 노고라든지 어떤 자기가 의무를 해야 될 거 아닙니까.]
하지만 마을회원의 조건을 규정한 자치규약이 문제의 소지가 있음은 인정합니다.
물로 인한 갈등은 마을 공동재산분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매점은 관할 구청이 마을에 임대해준 것입니다.
그런데 이주민 중 일부는 이 매점을 마을회가 개인에게 불법으로 다시 임대해서 돈을 받아 챙겼다는 주장을 하며 소송까지 제기했습니다.
마을자치회도 공동재산처리에 있어서 일부 잘못이 있었단 사실은 인정합니다.
[손명주/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이장 : 남해군에서 임대를 받아서 우리 마을에서 저 매점을 하려고 하다 보니까 임차를 안 주면 운영이 안 되는 거예요.]
남해군청입니다.
갈등을 빚고 있는 원주민과 이주민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이 군청의 행정력 부재입니다.
[이승환/남해 가천 다랭이마을 이주민 : 남해군에서 '너는 급수구역이 아니니까 해당이 안 된다' '너네 알아서 해라']
[남해 군청 관계자 : 마을에서 관리하는 물을 마을에 가서 물어보고 그렇게.]
물은 마을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하면서도 매점임대 등 마을공동재산관련 드러난 불법 사실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입니다.
가천마을의 옛 이름은 간천입니다.
마을을 사이에 두고 이런 냇물이 양옆으로 흘러내려서 지어진 이름입니다.
이렇게 물이 풍족한 마을에서 물 때문에 주민 간의 갈등과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명승지에 걸맞게 주민들 간의 아름다운 화합이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