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어제(15일) 열린 남북 축구 대결은 우리에게는 문자로만 짤막하게 전달된 '깜깜이 경기'였죠. 모든 것을 막아버린 김일성 경기장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짧은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북한에 머무는 스웨덴 대사의 휴대전화까지는 막지 못했습니다.
온누리 기자입니다.
[기자]
< 한국 0:0 북한|월드컵 예선 (평양) >
김일성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애국가, 태극기를 바라보며 애국가를 부르는 선수들.
[장내 아나운서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가를 쏘아 올리겠습니다.]
한 줄로 늘어서 서로의 국가가 연주될 때까지만 해도 차분했던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자 서로 뒤엉켰습니다.
이 장면 때문에 경기감독관이 그라운드 옆에 안전요원을 불러오기도 했는데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북한 선수를 말리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경기가 TV로 중계되지도 않고 지켜보는 팬도 하나 없었지만 그라운드 주위에는 북한 기업들의 광고판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텅 빈 관중석에는 북한 군인들이 띄엄띄엄 선 채로 통제하는 모습도 담겼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1시간 뒤 북한에 머무는 스웨덴 대사가 찍은 휴대폰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타고 전 세계에 공개됐습니다.
남북의 역사적인 월드컵 예선전을 제3자의 입장에서 지켜본 뒤 상황마다 감상평도 덧붙였습니다.
"평양에서 한국 국가가 연주되는 희망적이고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적었고, 선수들간 충돌 장면에선 "아이들 앞에서 싸우면 안 된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무도 없다"고 썼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베이징을 거쳐 오늘 자정을 넘겨 인천공항에 도착하는데 이런 경기 영상이 담긴 DVD도 함께 들어옵니다.
(영상그래픽 : 이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