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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명예훼손'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논란과 쟁점은?

입력 2014-10-10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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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명예훼손' 산케이 전 지국장 기소…논란과 쟁점은?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루머를 보도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로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8)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재판에 넘기면서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두고 일본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와 정치권까지 일제히 반발하면서 한·일간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지난 8월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 누구와 만나고 있었나?'라는 제목의 인터넷 기사에서 대통령 행적이 7시간가량 파악되지 않은 것과 관련, 증권가 관계자나 정계의 소식통 등을 인용한 사생활 루머를 보도해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려 한 것으로 보고 기소가 불가피하다고 결론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4월16일 청와대 경내에 머무르며 서면과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으며, 정씨는 당일 서울 강북 모처에서 친분있는 한학자(漢學者)를 만나 점심식사 후 귀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속전속결' 검찰…청와대 입맛 맞춘 수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외국 언론인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2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처리됐다.

윤두현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8월7일 가토 전 지국장의 인터넷 기사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반드시 끝까지 묻겠다"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히자 검찰은 닷새만에 가토 전 지국장에게 소환을 통보했다. 가토 전 지국장이 소환에 불응하거나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출국정지 조치도 이뤄졌다.

이후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을 8월18일과 20일, 지난 2일 각각 소환해 3차례 조사한 뒤 결국 그를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지난 8월부터 6차례나 가토 전 지국장의 출국정지를 연장하는 등 사법처리 수위를 두고 막판까지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죄를 전제로 불기소 처분하는 '기소유예'도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지난 8월 엄정 대응 방침을 밝힌 이후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변화가 없었다는 점에서 검찰의 기소 결정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경내에 있었다"는 청와대의 설명과 일치하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놓고 '청와대 입맛에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로부터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경내에 있었다는 내용의 서면 자료를 받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朴대통령 7시간 행적…"사생활 아닌 공적 영역에 해당" 여지 남아있어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근거도 없이 여성 대통령에게 부적절한 남녀 관계가 있는 것처럼 허위 사실을 적시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당사자를 상대로 사실 확인을 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채 증권가 정보지나 정치권 소식통 등 신뢰할 수 없는 자료를 보도 근거로 제시할 뿐 구체적인 취재의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점, 23년간의 기자생활과 4년 가까운 한국 특파원 생활을 통해 국내사정을 잘 알고 있는 점, 피해자들에게 미안함이나 사과·반성의 뜻을 보이지 않는 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벌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검찰이 향후 재판 과정에서 가토 전 지국장의 혐의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이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등에 대한 각종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히 알면서도 고의로 기사를 작성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

가토 전 지국장은 재판 과정에서 '공익적 목적을 위한 의혹 제기일 뿐 박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가토 전 지국장의 보도 내용 역시 박 대통령의 사생활에 국한된다고 보기에는 경계가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의혹을 사생활에 대한 내용이 아닌 대통령의 공적 임무 수행과 관련한 내용으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직자의 경우 공적 업무와 사생활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이른바 '쥐코' 동영상을 게시한 혐의로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를 기소유예 한 검찰의 처분을 취소한다고 결정하면서 "공직자의 공무집행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생활이라도, 일정한 경우 공적인 관심 사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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