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 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아티클 바로가기 프로그램 목록 바로가기

'생활구역 도로' 아는지 모르는지…속도 제한 유명무실

입력 2016-09-01 09:18
크게 작게 프린트 메일
URL 줄이기 페이스북 X

[앵커]

좁은 이면도로에서 저래도 되나 싶게 과속하는 차량들이 많죠. 그래서 여기서 만큼은 정말 좀 천천히 가달라는 취지로 차량 제한속도를 스쿨존만큼 낮게 정해놓은 '생활구역 도로'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잘 지켜지고 있을까요.

밀착카메라 박소연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시청 뒤편에 있는 한 이면 도로입니다. 신호가 바뀌자 보행자들이 이렇게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습니다. 위쪽을 보면 차량 속도를 제한한다는 표지판이 붙어 있습니다. 아래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는데 이곳은 차량 속도를 시속 30km로 제한하는 생활도로구역입니다.

하지만 큰 도로에서 속도를 내다 이면도로로 갓 접어든 차들은 좀처럼 속도를 줄일 줄 모릅니다.

잠시 정체가 발생했는데, 그걸 참지 못하고 뒤에 있는 차들이 경적을 울려댑니다.

차들이 제한 속도 규정을 잘 지키는지 지금부터 속도를 한 번 측정해 보겠습니다. 속도 측정계 화면에 나타난 숫자가 시속 30km를 거뜬히 넘깁니다. 시속 52km로 내달리는 트럭도 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또 다른 생활도로구역에서는 아예 보행자가 차를 피해 걸어다니고 있습니다.

스포츠카가 굉음을 내며 달리기도 합니다.

[김현정/경기 일산동 : 속도를 좀 줄여줬으면 좋겠는데 야속하게 그냥 가시는 분들이 많아요. 아기 있을 때는 되게 불안해요.]

현행 도로교통법상 이면 도로의 제한 속도는 시속 60km입니다.

그런데 이런 이면도로 중에서도 특별히 보행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는 곳을 골라 시속 30km로 제한속도를 확 낮춘 곳이 바로 생활도로구역입니다.

주로 주택과 상가 밀집지역들인데 2010년 이후 지정된 곳이 전국에 277곳입니다.

하지만 지정 취지는 이미 무색해진 상황.

이면도로에 접어들면 별다른 설명도 없이 들쭉날쭉 정해져있는 제한속도들 때문에 운전자들도 생활도로구역을 지키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옵니다.

같은 이면 도로에서 제한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될지 지금부터 이 도로를 주행해보겠습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 이 도로를 시속 30km로 제한한다는 표지판이 보입니다. 300여 m를 지났더니 제한속도를 해제한다는 문구가 나타납니다.

그런데 얼마 못 가 또다시 시속 30km로 제한한다는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왜 그런지는 설명을 찾기 힘듭니다.

[심완보/인천 임학동 : 30인지 40인지 일일이 표지판을 확인하는 건 어려운 부분이에요. (제한 속도를) 통일시켰으면 좋겠어요.]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생활도로구역 같은 특수구역만 자꾸 지정할 게 아니라 이면도로의 제한속도를 일괄적으로 낮추는 걸 먼저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이면도로 차량 제한 속도는 우리보다 낮은 평균 시속 50km입니다.

[조준한 책임연구원/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 (이면 도로는) 보행자의 통행이 많기 때문에 치사율을 10퍼센트 정도 낮출 수 있는 제한 속도가 필요합니다. 그 범위가 시속 30킬로미터입니다.]

도로에 과속방지턱을 만들고 속도 제한 표지판을 설치하려면, 생활도로구역 한 곳 지정하는 데 무려 1억원 가까운 돈이 듭니다.

이 예산이 그냥 공중에 뿌려지는 돈이 되지 않기 위해선 지자체의 일관된 단속과 운전자 한명 한명의 자성이 필요합니다.

관련기사

[밀착카메라] 잡초 무성한 테마공원…관람객도 '외면' [밀착카메라] 한옥마을 인기…정작 '속 빈 강정' 수두룩 [밀착카메라] 영화만큼 위험한 실제 터널…점검해보니 [밀착카메라] 보행자 안전? 되레 사고 부르는 '교통섬'
광고

JTBC 핫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