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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국정교과서 집필진 비공개…법적 문제 없나?

입력 2015-11-1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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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팩트체크를 시작하겠습니다. 어제(9일) 국정역사교과서 집필진 공개 모집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여기 몇 명이 지원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고요. 또 집필진도 공개하지 않겠다,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게 베일에 싸여 있죠. 일부에서는 무슨 복면가왕 뽑느냐,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런 비공개가 법적으로 괜찮은 건지 집필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 건지 오늘 팩트체크에서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교육부가 당초에 국정화 방침을 정했을 때는 모든 집필진을 다 공개한다. 모든 과정을 다 투명하게 한다고 했었단 말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국정화를 이끌고 있는 김정배 국사편찬위원장의 그간 발언으로 보면, 지난달만 해도 "집필에 들어가는 동시에 명단이 다 공개될 것"이라고 했다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하면서는 "집필이 시작돼도 공개 못 할 수 있다. 대표집필자만 공개하겠다"고 말이 바뀌었습니다.

또 앞서는 "집필진이 원하지 않으면 공개를 안 할 수도 있다"는 말도 꺼낸 적이 있는데요.

교육부에선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되자 '역사교과서 집필진 공개 원칙은 변함없다'는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지만, 말이 이렇게 자꾸 바뀌다 보니 '작자미상'의 교과서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게 된 겁니다.

[앵커]

물론 저렇게 작자 미상이라고 돼 있지는 않겠죠. 지금은 그래서 공개된 사람이 한 사람이잖아요. 고대사 부분의 신형식 교수. 그리고 지금 사퇴하기는 했습니다마는 최몽룡 교수도 저하고 인터뷰할 때 차라리 공개해서 나만 이렇게 압박받는 걸 좀 피했으면 좋겠다, 이런 얘기까지 나왔는데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개하겠다는 얘기는 지금 그 이후로는 한 번도 나온 바가 없습니다. 교육부 말대로 정말 공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하기는 하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상황으로는 아닌 것 같다. 그러면 법적으로 보면 어떻습니까? 정부가 이 집필진을 공개할 의무가 혹시 있지는 않습니까?

[기자]

지난 4일 국사편찬위원회가 편찬기준을 발표한 기자회견에서도 기자들이 그게 궁금하니까 많이 물어봤는데 똑부러진 답은 없었습니다.

이와 관련한 법이 초중등교육법이어서 찾아봤는데, 해당 규정을 보면 검정 교과서가 교과서로 합격됐을 때 관보에 저작자의 성명을 공고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검정 교과서 이야기고, 국정 교과서의 경우에는 이런 규정이 없습니다.

국회 교문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실에서도 "현재 법 규정상으로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 공개 의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집필 과정에서, 또 그 이후에도 정부가 명단 공개 안 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 될 것은 없는 거죠.

[앵커]

그런데 그걸 한번 따져봅시다. 검정교과서는 이름을 밝혀야 되는데 국정교과서는 왜 그러면 안 밝혀도 되느냐를 따져본다면. 글쎄요, 전문가들이 어떻게 얘기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름을 밝힌다는 것은 책임을 지운다는 얘기기 때문에 검정교과서 경우에 비록 국가가 검인정을 했지만 쓴 사람이 책임자라는 뜻이 있는가 하면 국정교과서는 안 밝혀도 된다는 것은 그러면 그냥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얘기라면. 그렇죠? 이름이 안 나와도 된다는 거니까. 그건 거꾸로 얘기하면 지금 국정화로 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저자들이 써도 정부나 국가가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누구한테도 책임 지울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얘기 아니냐,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단 말이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또 그런 부분이 있어서 이제 정부에서는 공개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를 좀 믿어달라. 그래서 좋은 집필진을 확보를 해서 갈 수 있다라는 입장인 거죠.

그래서 실제로 황우여 부총리 같은 경우에도 이런 이야기를 국회에서 했습니다. 국가가 책임을 지고 좋은 교과서를 잘 만들겠다. 한번 정부를 믿어달라, 이렇게 이야기를 했던 거였죠.

그런데 2008년과 2013년, 교육부에서 검정 역사교과서에 대해 수정 명령 내렸을 때 심사위원을 비공개로 하면서 지금과 비슷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교과서 썼던 사람들이 "이 명령 받아들일 수 없다, 누가 결정한 거냐" 소송을 걸어 법원을 통해 명단을 알아냈는데, 이중엔 관련 전공자가 부족했거나 보수 성향 단체 인사들이 참석해 있던 게 밝혀졌던 거죠.

그러니 지금 정부 입장에서 '무조건 믿어달라'고만 하기엔 석연찮은 전력이 있었던 겁니다.

[앵커]

그런데 정보공개청구라는 방법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걸로 혹시 공개를 요구할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기자]

앞서 그런 논란들 때문에 교과서가 쓰여지기 전에 집필자에 대해 논의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고,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 등의 가능성도 제기가 됐는데, 전문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정민영/변호사 : 지금 이 명단 같은 경우에는 비공개할 사유가 없어 보여요. 정보공개 소송하면 공개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정보공개 청구해서 소송하고 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그게 완료될 때까지, 법원 판결 나오기까지 몇 년은 걸리거든요. 지금 교과서를 1년 만에 만들겠다고 하는 거잖아요. 그 기간을 넘길 가능성이 큰 거죠.]

정보공개법상 '의사결정 과정에 있는 사항이라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되면 그 상황이 끝날 때까지 비공개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에서 이를 근거로 공개 못 한다 하고, 또 소송 들어가고 하면 몇 년이 지날 텐데, 그러면 이미 집필은 끝나 교과서는 나와 있을 테고, 집필자 구성에 대한 논의 기회는 이미 사라져 있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앵커]

그냥 속말로 얘기하면 게임 끝난 거다, 이런 얘기잖아요. (그렇습니다) 실효성이 없을 것이다, 그런 얘기인데,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 같습니다.

1973년이었죠? 과거에 역사교과서 국정화했을 때도 논란이 많았다고 지난 팩트체크에서도 이야기했는데, 그때도 이렇게 비공개로 진행됐습니까?

[기자]

그때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기사를 보면 정부가 중고등학교 국정 교과서 집필진 8명을 선출해 발표를 했고, 각 신문에서 그 명단을 자세히 공개했습니다.

또 국정이든 검정이든 역대 역사 교과서에서 집필진 명단 없이 교과서가 나온 적은 한 차례도 없었는데요.

그런데 이번 국정화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두 인사가 꾸준히 강조했던 바가 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김정배/국사편찬위원장 (10월 12일) :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온 국민이 '아, 이러이러한 분이 이러한 절차에 따라서 집필에 참여하시게 되었구나' 하는 투명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황우여/교육부장관 (11월 3일) : 집필부터 발행까지 교과서 개발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것입니다.]

[앵커]

불과 한 달 전후로 한 얘기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모두 강조한 게 들으신 대로 투명성인데요.

어찌 보면 42년 전보다 오히려 더 깜깜한 상황인데, 지금의 국정화 추진과정을 보면서 앞서 강조한 투명성에 고개를 끄덕일 분들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팩트체크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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