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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2014년 참사의 해…'원인 규명 없었다'

입력 2014-12-31 22:06 수정 2015-01-0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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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올 한해는 세월호 참사를 비롯해서 대형 사고가 일 년 내내 이어지면서 온 국민을 안타깝게 했습니다. 문제는 참사 이후에 뒤늦은 후회를 했음에도 역시나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인데요. 또 모두 안전불감증이 빚은 사고였지만 정작 관리감독에 소홀했던 당국자에 대한 엄벌은 없었습니다. 탐사플러스 취재팀은 세월호 참사 이후의 사고 현장에 다시 나가봤습니다.

심수미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6일 부산 감천항. 오룡호 실종 선원 가족들이 망망대해를 바라봅니다.

생존자 6명과 시신 21구가 들어오는 겁니다.

[오룡호 실종선원 가족 : 돌아와. 이제 행복하게 살아야 될 거 아니야.]

흔적이라도 건지고 싶은 가족들은 애가 탑니다.

러시아 베링해에서 명태조업에 나선 '501 오룡호'가 기울기 시작한 건 지난 12월 1일 낮 12시. 인근 배가 구조에 나섰지만 4m가 넘는 파도와 강풍으로 오후 4시가 되어서야 접근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오룡호는 악천후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업을 강행하다 침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끝까지 배와 함께 하겠다'는 무전으로 국민을 감동시켰던 오룡호 선장도 사실은 자격 미달의 항해사였습니다.

오룡호 선주인 사조는 조업을 위해 '유령 선장'을 서류에 올렸습니다.

사조는 스페인에서 30년 동안 사용한 배를 2010년 수입해 오룡호로 개조한 것도 드러났습니다.

[박일선/실종자 김영훈씨 부인 : 배 수리하느라, 하루도 안 거르고 출근해요. 집에서 편안하게 쉰 적이 없어요.]

낡은 선박, 무리한 조업, 여기에 자격 미달 선장까지 바로 세월호 침몰과 꼭 닮아 있습니다.

오룡호만이 아닙니다.

취재진이 올해 대형 재난사고들을 되돌아본 결과, 대부분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켰습니다.

세월호 침몰 한 달 만에 터져 10명의 생명을 앗아간 고양버스터미널 화재 사건.

이곳이 바로 당시 사고가 났던 지하 1층입니다.

개점일정에 맞추기 위해 소방당국 허가도 없이 무리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불이 나면 즉각 반응했어야 할 현장 스프링클러엔 물이 없었고, 현장엔 소화기도 없었습니다.

천장 마감재에 불이 옮겨붙으며 유독가스가 순식간에 지상 2층까지 퍼졌지만, 정작 대피 방송은 제때 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세월호 사고 당시의 배 안을 연상시킵니다.

고양 화재 3일 만에 발생한 장성 요양병원 화재도 마찬가집니다.

[양재형/장성요양병원 화재 유가족 : 스프링클러, 소화기 같은 경우도 제자리에 배치를 해야 하는데 간호사들이 모인 그곳에 자물쇠로 잠가 버렸어요.]

지난 2월 120여 명의 사상자를 내며 붕괴한 마우나리조트 체육관도 위조된 서류로 인허가를 받은 것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부실하게 지어진 건물이 폭설을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겁니다.

리조트가 붕괴되기 일주일 전 참사를 예고한 사고도 일어났습니다.

같은 방식으로 설계된 인근 공장들이 폭설에 무너져 3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은 겁니다.

하지만 리조트를 불법 인허가해 준 공무원은 300만 원 벌금형을 받는 데 그쳤습니다.

취재진이 올해 대형 안전사고 5건의 수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관리 책임이 있는 공무원이 구속된 경우는 장성요양병원 한 건에 불과했습니다.

부정한 돈을 받은 것으로 지목된 해당 공무원도 정작 재판에선 '사적인 거래'였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광주시청 관계자 : 법원에서 판결된 내용을 누가 언급할 수 없으니까… 무죄면 무죄인 거 아니겠습니까.]

5명의 목숨을 앗아간 담양 펜션 화재 사건의 경우 2005년 불법으로 허가를 내준 공무원 2명은 '공소시효 만료'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책임을 지지 않다 보니 제대로 된 원인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담양펜션 화재에서 애초 피해자들은 질식으로 숨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모 씨/담양 펜션화재 생존자 : (경찰 조사가) '누가 물을 부었냐' 그 위주로만 자꾸 물어보고…]

하지만 정밀 조사 결과 5명 중 4명의 사인은 질식이 아니라 불에 탄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화재가 급속히 번졌다는 겁니다.

불법 증축한 바비큐장 내 갈대발과 비닐장판이 화재를 순식간에 키운 겁니다.

대책도 면피성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판교 환기구 붕괴사고가 일어나자 정부는 대형 환기구에 2m 이상의 투명 벽을 설치하도록 해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박재성 교수/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 환기구가 갖는 본래의 기능을 저하시켜서 환기의 충분한 목적을 달성할 수가 없는 부분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전문가들은 되풀이되는 참사를 막기 위해선 보다 철저한 책임 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조원철 명예교수/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 허가해준 사람도 발주기관도 책임져야 되는데… 책임지는 게 없어요. 벌금도 아주 조금이잖아요. 대한민국 참 좋은 나라죠, 거꾸로 얘기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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