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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이랜드, 중국에 '짝퉁 발주'…국내 디자이너 제품 베껴

입력 2015-05-28 21:58 수정 2015-07-0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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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매출 10조원이 넘는 유통 대기업 이랜드가 최근 젊은 층을 겨냥해서 각종 악세사리 소품 등을 출시하고 있는데, 확인해본 결과 이곳에서 팔리는 제품 가운데 상당수가 국내 디자이너의 제품을 똑같이 베낀 것들이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랜드가 국내 디자이너의 인기 상품을 골라 중국 업체에 이른바 짝퉁을 만들어 달라고 주문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진택 기자입니다.

[기자]

중국 이우시. 짝퉁 천국이면서 전 세계 도매 물량이 몰리는 곳입니다.

[류연경/현지 상인 : 2구역에 넘어온 거죠. 위에 3층도 있고 4층도 있는데 우리는 간단하게 2층으로 곧장 가면 되는 거고요]

이우시에서는 일주일이면 핵폭탄도 만든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인근 광저우에서도 모조품들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이우시의 가격이 훨씬 쌉니다. 전 세계 모조품의 주문이 이곳 이우 시에 몰리는 이유입니다.

[판매원 : 여기서 예쁜 거, 마음에 드는 거 찍기만 하면 다 원하는 사이즈로 맞춰드려요]

공장들이 인근에 있어 바로 값싼 모조품을 찍어낼 수 있습니다. 매장 직원은 한국에서의 주문이 특히 많다고 얘기합니다.

[판매원 : 한국 사람들은 이런 핑크색이나 하얀색, 주로 작은 것들을 주문하세요.]

디자이너 이성진씨가 사무실 한켠에서 박스를 꺼냅니다. 1년 반에 걸쳐 개발한 상품. 큰 기대를 걸고 시장에 내놓자마자 몇 개월 만에 재고품 신세가 됐습니다.

내용물부터 포장까지 감자의 캐릭터를 살려내기 위해 많은 시간을 쏟았습니다.

감자 냄새까지 입히자 젊은층에서 입소문이 났습니다.

[이성진/디자이너 : 이거 만드는 데만 세 달 걸렸습니다. 이게 포테이토 향이에요.]

하지만 기쁨도 잠시.

[이성진/디자이너 : 처음에 겉포장지는 정말 저희 제품이 아닌가 할 정도로 놀랐고요. 너무 똑같으니까요.]

한 대기업의 소품 샵에서 똑같은 제품들이 절반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만든 사람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결국 이씨는 제품 판매를 포기했습니다.

[이성진/디자이너 : 7년 동안 브랜드 제품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는데 너무 순식간에 저희 제품들을 모방하고… 이 일을 그만둘까 생각도 하고 있었습니다.]

소비자들은 두 제품의 차이를 거의 구분하지 못합니다.

[김보미/경기도 광명시 : 내용물도 똑같고 안에 이런 거 들어있는 것도 똑같고 생김새도 완전 똑같고]

반값도 안 되는 모조품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김보미/경기도 광명시 : 아무래도 고객은 이걸(모조품) 사겠죠. 싼 것을.]

서울 홍대에 있는 해당 기업의 매장을 가 봤습니다.

모조품은 인기 상품으로 홍보가 되고 있습니다. 재고가 바닥났을 정도입니다.

[판매원 : (이건 상품안내만 있는데 제품은 없는 건가요?) 네. 품절된 상태고요. 창고에 재고가 있어야 하는데 없어요.]

경기도 평촌의 다른 매장에서도 상황은 같습니다.

물량이 몇 개 남지 않았습니다. 판매원은 이미 모조품인 걸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판매원 : (이랜드에서 다 디자인해서 나온 오리지널 제품인가요?) 그런 건 아닌 걸로 알고 있어요.]

해당 소품샵은 이미 전국에 7개가 문을 열었습니다. 이랜드는 한마디로 실수라고 해명했습니다.

[이랜드 관계자 : (모조품인지) 전혀 몰랐죠. 저희쪽에서 그걸 알았다면 (판매를) 안 했을 거고. (중국) 시장 자체에서 들여오다 보니까.]

중국 시장에서 팔리는 모조품이 우연히 끼어들어갔다는 설명입니다. 정말 그럴까.

이랜드에서 팔리는 상품 중 디자인 도용 의심 품목이 몇 개나 되는지 전문가와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당장 확인이 가능한 경우만 감자칩 모양 메모지를 포함해 13개.

[박진기 변리사/서울지식재산센터장 : 100% 똑같습니다. 완전히 데드카피(시판제품 복제)예요. 포장지도 완전히 똑같아요. 두 개를 놓고 대조해 보면 오직 하나 차이 나는 건 가격표.]

공교롭게도 모조품들은 모두 인기 상품들이었습니다. 잘 팔리는 제품들을 골라서 모방했다는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박진기 변리사/서울지식재산센터장 : 시장에서 먹히는 상품들을 검증 없이 고르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부당하게 이익에 편승하는 행위인데.]

그런데 라벨을 보니 도용 상품의 제조사가 대부분 중국 A사로 돼있습니다.

A사를 추적해 봤습니다.

취재팀은 관세청에 등록한 비슷한 이름의 중국 회사 5개를 일단 추렸습니다.

이중 중국공상국 홈페이지에서 주소가 나오는 회사 한 곳을 확인했습니다.

중국 저장성 이우 시내로부터 좀 떨어진 주택가. 도용 제품들의 현지 공급처인 A사의 주소지로 가 봤습니다.

물류 운송 회사라고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대표와 직원이 모두 한국 사람입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랜드와 직접 거래하고 있다고 털어놓습니다.

[A사 관계자 : 이랜드는 저희가 직접하고 있어요. (직접요?) 네. 저희가 이랜드랑 직접 연락하고 있어요. (이랜드와 거래한 지는 얼마나 됐습니까?) 한 2년 정도? (2년이요?) 네. 이우 시장이 특수해 가지고 지금 저희랑 같이하는 건데 이런 거는 아마 내용이 오픈되면 안 될 수도 있어요.]

이랜드 본사에서 직접 주문이 내려졌다고도 말합니다.

[A사 관계자 : 사진을 보내온다든지 샘플을 보내온다든지 저희보고 찾아달라고 해 가지고 저희가 비슷한 공장을 찾아서 샘플 만들어서 똑같게 나오면 진행하는…]

판매처도 일치합니다.

[A사 관계자 : 모던하우스 아세요? 이랜드 모던하우스. 거기 들어가는 일부 물건. 버터에 들어가는 일부 물건. (버터샵?) 네 버터.]

구매 직원 실수로 모조품이 들어왔다는 이랜드 측 해명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취재팀이 확인한 중국 A사와 이랜드 측과의 거래 품목은 23개. 전문가들은 이중 상당수가 모조품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합니다.

[정헌주 교수/경희대 경영학과 : OEM(주문자생산)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남의 제품을, 남의 지적 재산권을 훔치는 행위가 되는 거죠.]

이랜드의 디자인 베끼기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3년 계열 외식업체가 중소업체의 인테리어와 메뉴를 도용한 것이 문제가 돼 해당업체 대표가 사임했습니다.

또 지난 2월에는 이랜드의 패션 악세사리가 디자인 도용문제에 휘말려 피해 소송이 제기됐습니다.

++++

<알립니다>

중국 이우시에 위치한 세진은 한국인 사장을 비롯해 조선족과 중국 현지인 등이 일하고 있는 물류업체입니다.

모조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업체가 아니며 물류 기업 활동을 해 왔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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