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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사가 넉 달 넘게 폭언·욕설…직장 내 괴롭힘, 현실은 제자리걸음

입력 2020-06-19 09:27 수정 2020-06-19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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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직장 내의 괴롭힘을 금지하는 법이 시행된지 1년이 다 돼갑니다. 3000건이 넘는 사건이 접수가 돼 있다고 하는데요. 가해자는 그에 맞는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은 잘 보호가 됐는지 현실을 좀 들여다보겠습니다.

먼저 박준우 기자입니다.

[박준우 기자]

대형 금융사의 부장인 A씨는 지난해 4월 경력직으로 입사한 B씨를 괴롭혔다는 이유로 감봉 6개월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욕설과 협박을 했다는 건데,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피해자 B씨에게 다른 계열사로 이동을 권유했습니다.

B씨는 거부했습니다.

[B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저는 이 지금 몸담고 있는 부서에서 계속 제 일을 하고 싶다.]

그제서야 회사는 가해자 A씨를 다른 계열사로 보내려 했지만, 이번엔 계열사가 거절했습니다.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가 괴롭힘이 발생한 장소에서 지금도 함께 근무 중입니다.

B씨의 부서 위치를 옮겼지만, 가해자와 20m 거리입니다.

회사 안에서 계속 마주치게 됐습니다.

[B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혹시 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 앞에 있나? 좀 늦게 나갈까?' 계속 저 스스로 눈치를 보는 거죠.]

회사 측은 "회사가 건물의 1개층만 사용하고 있어 다른 계열사 전출이 아닌 이상 층간 이동은 어렵다"며 "피해자 보호조치는 다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사건을 공식화하지 않고, 조용히 해결하려 한 정황도 있었습니다.

[B씨/회사 임원 면담 : 사장님은 이렇게 징계나, 서류를 남기면 OO부장도 그렇고 OO차장도 그렇고 다 안 좋은 거 아니냐, 징계위원회를 안 하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없겠냐…]

B씨의 반대로 징계위는 열렸지만, 징계 결과는 공지되지도 않았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근무 장소만 변경하도록 돼 있을 뿐,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사측의 조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윤지영/직장갑질119 변호사 :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에도 과태료를 부과하거나 처벌하는 조항 자체가 없기 때문에 사실 회사가 마음대로 조치를 취하고…]

■ 가해자 검찰에 고소…'막말·협박' 어떻길래?

[앵커]

지금 보신 이 사례 회사가 제대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피해자가 가해자를 검찰에 고소한 상태입니다. 막말과 협박 그동안 어떤일이 있었는지 이어서 하혜빈 기자가 보도합니다. 

[하혜빈 기자]

[B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제가 설거지를 하는 와중이었기 때문에 핸드폰 내용을 스피커폰으로 들었죠. 그러니까 온 가족이 다 들은 셈이죠.]

지난 4월 B씨는 퇴근 후 직장 상사인 A씨 전화를 받았습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 밤이었습니다.

[A씨/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B씨와 통화 내용, 지난 4월) : 야! 너 차장이지? 내가 너 대리 만들어줘? (아닙니다.) XXX야?]

욕설은 10분 내내 이어졌습니다.

직속 상사가 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말도 이어졌습니다.

[A씨/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B씨와 통화 내용, 지난 4월) : 어차피 내가 네 위에 가면 너 그냥 연봉 20%씩 매년 삭감할 거야.]

B씨는 술자리 참석도 강요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 도저히 나갈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나와라.' 그러면서 이제 육두문자가 나오는 거죠.]

넉 달 넘게 괴롭힘을 당한 B씨는 지금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A씨는 회사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소명서에서 "B씨의 업무보고가 미흡했고, 부서원들과 관계도 원활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동료들 이야기는 다릅니다.

[C씨/동료 직원 : (B씨는) 우수한 직원이거든요. 그 친구(A씨)가 좀 무례한 거죠. 같이 근무했던 부서 직원들도 그렇게 안 당한 친구가 없거든요.]

B씨는 지난주 A씨를 모욕과 강요 미수, 협박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습니다.

(영상디자인 : 김충현·조영익·황수비 / 영상그래픽 : 김정은·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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