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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버스 정차 전 움직이면 과태료? '시끌시끌'

입력 2019-07-02 21:40 수정 2019-07-0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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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스가 멈추기 전에 서서 움직이면 승객한테 과태료를 물리겠다', '승객이 앉지 않았는데 출발하면 기사에게 과태료를 물리겠다' 최근 경기도 의회가 이런 조례를 만들려다가 반발에 부딪혀서 멈췄습니다. "버스를 타보고 하는 소리냐"하는 반응들이 많았지요.

얼마나 비현실적인 내용인지, 이선화 기자의 밀착카메라에서 확인해보겠습니다.

[기자]

[이동철/서울 강서구 : (정차하고 내리신 적 있어요?) 졸다가. 졸다가 깜빡하면 멈추고 나서 내리죠. 먼저 내릴 자리를 가서 잡아놓지 않으면 내리기가 힘들어요.]

[김진영/서울 평창동 : 몇십 명이 타는 건데 거기서 그렇게 한다면 너무 많이 지체되기도 하고. ]

버스가 완전히 멈춰서기 전에 움직이지 말라고 하는 것은 안전상의 이유 때문입니다.

차선을 바꾸거나 급정거를 할 때 위험하기 때문인데요.

그런데 대다수의 시민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어떤 상황들이 벌어지는지 직접 버스를 타고 한번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뒷좌석에 앉아있던 승객 두 명이 벨을 누르자마자 내리는 문 앞으로 나갑니다.

다른 승객도 미리 일어나 카드를 찍습니다.

정류장에 멈추기까지 2분가량을 서 있습니다.

도착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 승객은 카드를 찍는 사이 문이 닫히고 맙니다.

또다른 버스 안.

한 외국인 여성이 다급하게 소리칩니다.

정차한 뒤 일어나서 일행과 함께 내리려는 사이에 문이 닫혀버린 것입니다.

'버스가 완전히 정차한 후 천천히 하차하라'는 문구가 무색합니다.

버스 정류장에 완전히 멈춰선 다음에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희 취재진이 직접 타보고 비교해보겠습니다.

같은 정류장에서 내릴 예정인 두 명의 취재진.

한 사람은 미리 일어나서 문 앞에 서 있고, 다른 한 사람은 완전히 정차한 뒤에 일어나 봤습니다.

빠른 걸음으로 내려보려 했지만 문이 닫힙니다.

[어, 기사님 저 내릴게요.]

제가 지금 방금 버스 정류장에 정차한 다음에 내렸는데요.

보신 것처럼 기사님이 문을 닫아서 한 번에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최인규/서울 자양동 : 정거장 도착하기 전에 미리 문앞에 나와 있는. 아무래도 문을 안 열어주시거나 빨리 닫으셔서…]

버스 기사들도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버스기사 : 배차 시간 때문에. 출근 시간 차가 많이 밀리면 사람들도 지각할 것이고. 대중교통 이용하는 게 빨리 가라고 있는 거 아닙니까.]

[버스기사 : 지키면 다 좋은데 이게 한계가 있는 거고.]

경기도 의회는 지난달 말 조례를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버스가 멈추기 전에 일어서서 움직이면 승객에게 3만원, 승객이 앉지 않았는데 출발하면 기사에게 5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승객들의 반발로 중단됐습니다.

[황경원/경기 고양시 식사동 : 안전을 위해 발의를 했겠죠. (그래도) 움직인다고 과태료를 물린다는 건 조금 과하다 싶어요.]

이처럼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정부에서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경우가 많습니다.

광역버스 입석도 금지돼있지만 서울과 수도권을 오가는 버스에서는 일상입니다.

이미 설 자리도 부족한 버스에 사람들이 올라탑니다.

그마저도 안돼 출근 시간에 수차례 버스를 떠나 보내기도 합니다.

[(아까 보니까 계속 못 타신 거 같은데) 좌석이 없어요. 여긴 거의 서서 가요.]

자리가 없어 계단에 서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8시 정도 되면 문에 매달려서. 기사들도 애환이 있는 거죠. 못 타게 하면 난리 나죠. 전쟁통같이 타려고 하죠.]

대부분의 승객들은 버스 안에서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보고 있습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버스의 주행속도를 스마트폰 앱으로 측정해보니 평균 90km가 넘었습니다.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무조건 금지하는 방안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실을 반영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영상취재 : 강태민·김정용 / 인턴기자 : 곽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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