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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연탄으로 겨울 나는 16만가구…나눔 손길은 줄어

입력 2015-12-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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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구공탄, 기억하시죠. 많은 분들에게 이제는 추억으로 남아있는 연탄인데요. 하지만 여전히 연탄으로 겨울을 나는 사람이 16만 가구가 넘습니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기부의 손길은 줄고 있다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안지현 기자가 그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대전의 한 연탄공장. 겨울을 맞아 새벽부터 분주합니다.

물과 무연탄 가루를 압축해 연탄을 만드는 윤전기가 돌아가고, 손길도 그만큼 바빠집니다.

윤전기에서 갓 나온 연탄입니다.

보시다시피 구멍이 22개여서 22공탄으로 불리는 연탄인데요.

이 연탄은 상차기를 통해서 이처럼 트럭에 곧바로 실리게 됩니다.

공장 안팎에는 하얀 달력을 제외하고 모두 까만 연탄 가루가 두껍게 내려앉았습니다.

작업복과 모자, 신발까지 모두 까맣게 됐습니다.

연탄의 주재료가 무연탄 가루이다 보니까 이렇게 입구에서부터 가루가 날리고 손과 얼굴은 이처럼 금방 까맣게 변했습니다.

추운 날씨 탓에 모락모락 연기가 나는 연탄은 트럭에 실린 채 각지로 배달됩니다.

[김병철/연탄배달 기사 : (배달하는 곳은) 2층, 3층 반지하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들요. 해왔던 거니깐 해 드려야죠. 할머니들 추우시니깐요.]

한때 전국에 400개가 넘던 연탄공장은 이제 46개만이 남았습니다.

[홍성걸/대한연탄 사장 : 많이 줄었어요. 지금은 연탄이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야. 연탄 갖다 쌓아놓으면 우선 뿌듯해서 겨울을 쉽게 날 수가 있죠.]

아직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는 전국에 16만 8000가구가 넘습니다.

대부분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인 저소득층입니다.

대전 신흥동입니다.

이곳에는 연탄을 사용하는 가구가 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차로 이동할 수 있는 곳은 저곳까지입니다.

이처럼 좁은 골목에서는 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더 좁은 골목에서는 지게를 메고 이동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변희섭/연탄 배달기사 : 지금 한 장에 3.5kg이니깐 70kg 쌀 한 가마니 정도 되는 거죠. 아이고 죽겠습니다.]

그나마 배달이 되는 곳은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배달마저 안 되는 곳은 봉사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인철/서울 정릉동 : 배달비 더 줘도 안 온다니깐, 안 갖다 줘요. 자원 봉사자님들이 여럿이 올 때는 고맙죠.]

고지대에 있는 서울 정릉동에는 이날 3000장의 연탄이 전달됐습니다.

[황성순/서울 정릉동 : 얼마나 고마워요, 늙은이 따듯하게 때라고 주는 게요.]

서울 방배동 전원마을의 비닐하우스촌도 연탄을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전원마을 비닐하우스 거주자 : 평지인데도 중간에 차가 들어오지 못한다고 해서 손으로 사람이 날라야 해요.]

하지만 기부의 손길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미애 사무국장/서울연탄은행 : 12월에만 연탄을 때는 게 아니고 사실은 3, 4월까지 때잖아요. 1~3월까지 봉사자들이 좀 많이 필요해요.]

지방의 경우는 상황이 더 좋지 않습니다.

연탄 은행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무료로 연탄을 기부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대전의 연탄은행 창고 앞인데요.

올해 메르스 여파로 기부가 특히 줄었다고 하는데요.

연탄으로 가득 차야 할 창고가 보시면 텅텅 비어서 연탄이 한쪽에만 쌓여있습니다.

[신원규 대표/대전연탄은행 : 벌써 10만 장 이상 나가야 하는데 이제 6만 장 조금 넘게 나갔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죠. 겨울나려면 1000~1500장 있어야 하니깐요.]

그렇다 보니 연탄을 한 장 한 장 아껴 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많이 열면 불이 타서 빨리 방이 더워져요. 새 연탄 2개를 이렇게 올려요. 이렇게 구멍을 맞춰서요.]

누군가에겐 추억인 연탄이 이곳에서는 겨울을 버티는 생존수단입니다.

하지만 갈수록 기부가 줄어들면서 그만큼 혹독한 겨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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