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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플러스] '디자인 약탈자' 대기업들…"몰랐다" 발뺌하는 경우도

입력 2015-05-28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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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영세한 기업의 디자인을 무단으로 가져다쓰는 대기업이 사실 이랜드뿐이 아닙니다. 하지만 디자인을 베꼈다라는 걸 입증하는 게 쉽지 않아서 별 문제 없이 넘어가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보니 이런 상황이 계속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박소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창작아케이드. 한때 시장이었던 곳인데 서울시가 영세 디자이너들을 위해 작업 장소로 내놨습니다.

박종원 씨는 이곳에서 디자이너의 꿈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2010년 그가 만든 휴대폰 거치대는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레드닷 디자인어워드를 수상했고 뉴욕 모마와 스페인 구겐하임, 파리 꼴레뜨 등 내로라하는 전시회에 초청됐습니다.

이런 박씨도 도용의 검은 그림자를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박종원/디자이너 : 제품 출시하고 나서 한 2개월, 3개월? 반년이 안 됐어요. 그러고 나서 시중에 나온 걸 봤어요.]

이랜드를 포함한 유통업체들이 모조품들을 시장에 쏟아내면서 매출은 급감했습니다.

박 씨는 이들이 의도적으로 모조품을 주문했다고 의심합니다.

[박종원/디자이너 : 해외업체 있죠? 아는 생산업체에 바로 의뢰를 한대요. 그러니까 그렇게 발 빠르게 몇 개월, 2개월, 3개월 만에 제품이 나오니까.]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겁니다.

[박종원/디자이너 : 그거(도용)는 사실 다 알고 있어요. 왜냐면 애초에 이렇게 빠르게 중국에서 바로 짝퉁이 나올수가 없거든요. 너무 똑같이.]

도용 피해를 상담해온 변호사도 비슷한 얘기를 합니다.

[추승우/변호사 : (정품을) 슬쩍 가져와서 복제하고 그것을 디자인권리가 침해되지 않을 정도로 법무적으로 연구하는 그런 회사도 꽤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 디자인 도용 실태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한국디자인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디자인업체 10곳 중 7곳이 무단 도용 등 불공정 거래를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디자인을 등록하기 전에 6개월 동안 한시적으로 보호해주는 제도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모조품 판매량을 알 길이 없는 데다, 베낀 업체가 발뺌을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추승우/변호사 : 거래처가 생산했다, 아니면 이런 게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제품을 우리가 많은 제품을 취급하다 보니까 잘 몰랐다고…]

디자인 권리 등록을 하는데 길게는 1년까지 걸리는 점도 문제입니다.

[강필현 실장/한국디자인지흥원 : 제품 라이프사이클이 출시하고 6개월 정도 힘차게 팔아야 되는데 권리 보호는 1년 후에 되는, 카피나 모방에 무방비 상태로…]

금전적 손해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더 큰 피해로도 이어집니다.

[김진우 수석/동대문디자인플라자 : 디자인 작업에 대한, 그 자체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많은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산업 전체에서 디자인이 갖는 부가가치는 약 69조원. 72조원대인 금융산업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10억 원을 투입할 때 만들 수 있는 일자리 숫자도 16명으로 자동차 8명, 반도체 5명 등보다 훨씬 큽니다.

디자인을 훔치는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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