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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아파트 계층사회 '성(城)'…초고층의 현기증

입력 2015-01-20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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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 뉴스룸 2부를 시작합니다.

오늘(20일)의 앵커브리핑입니다.

"머리 위에서 불을 때고 그 머리 위에서 또 불을 때고 오줌똥을 싸고 그 아래에서 밥을 먹고, 그러면서 자식을 키우고 또 자식을 낳고…"

소설가 조정래 씨의 작품 중 한 구절입니다.

어디를 말하는 걸까요? 바로 아파트입니다. 오늘 앵커브리핑이 주목한 단어. 바로 '성'입니다.

우리 손으로 지은 최초의 아파트는 1958년에 지어진 5층짜리 종암아파트입니다. 지금이야 너무나도 익숙한 공간이지만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아파트는 그야말로 난생처음 보는 별천지였습니다.

당시 신문 만평을 보고 계신데요.

"저렇게 높은데 무서워서 어떻게 잠을 자나"

이런 말이 나왔을 정도입니다.

연탄보일러와 실내로 들어온 화장실.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었죠. 그러나 더불어 살던 풍속은 그때까지만 해도 그대로였습니다. 당시의 아파트는 복도에 이불을 널고 함께 김치를 담그던 모두의 공간이자 나만의 공간이었습니다.

아파트가 이른바 '성'처럼 되어버린 것은 고층아파트가 지어지면서부터입니다. 5층짜리 아파트에 '현기증' 나던 시대는 옛말이 됐고 이제 아파트는 높을수록 인기도 높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됩니다'

이런 광고문구 기억하시는지요.

초고층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자 최고의 조망을 자랑하는 도시생활의 이상향이 됐습니다. 안에서 모든 걸 다 해결하니, 나갈 필요도 다른 이와 섞일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철옹성'이 되어버린 것이지요.

며칠 전 안동의 한 초등학교 예비소집일날.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편의상 살고 있는 아파트로 학생들을 분류했는데 '소득수준에 따라 줄 세우기 하지 말라'는 문제제기가 나온 겁니다.

유독 이곳이 문제시 된 이유는 자그마한 지역에 얼마 전 값비싼 아파트가 들어섰기 때문이었습니다.

세상이 아파트 이름과 평수로 등급을 나누고 비싼 아파트와 임대 아파트가 마주하고 있는 경우엔 출입구마저 구별한다고 하지요. 아파트가 아파트를 차별하고 주민이 경비원을 차별하는 초고층의 현기증 나는 '성'을 쌓은 셈입니다.

"거인의 성 안 정원에는 꽃이 피지 않았다."

극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작품 중 한 구절입니다.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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