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 본 길인데 어디선가 가 본 듯한 길, 처음 본 사람인데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
우리는 이런 걸 바로 '데자뷰'라고 합니다.
이미 체험한 것 같은 것인데요, 지난주 우리는 또 하나의 데자뷰를 봤습니다.
지금 보는 세 사람은 1963년부터 1979년까지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비서실장 3명입니다.
그런데 주요 경력을 볼까요?
이후락 실장은 약 6 동안 비서실장을 한 뒤 주 일본대사로 갔다가 중앙정보부장이 됩니다.
그 다음 비서실장인 김정렴 비서실장은 9년을 재직하는데요, 경제통이어서 중앙정보부장 경력은 없지만 주 일본대사로 똑같이 갑니다.
비슷한 경력은 김계원 비서실장에게도 볼 수 있는데요, 김계원 실장은 순서가 조금 바뀌는데 중앙정보부장을 먼저 하고 주 대만대사로 갔다가 이후에 다시 비서실장을 합니다.
경제통인 김정렴 실장을 빼면 이 정도면 박정희 시대에 비서실장과 중앙정보부장은 하나의 공식 같기도 합니다.
한때는 양지에서, 한때는 음지에서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권력을 보좌한 것입니다.
'군사정부가 다 이랬냐?' 아닙니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도 10명의 비서실장이 있었지만 안기부장 출신은 하나도 없습니다.
즉, 이 공식은 박정희 시대에만 쓰였던 공식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지난주 놀랄 정도로 비슷한 데자뷰를 봤습니다.
바로 이병기 신임 비서실장인데요, 주일본 대사를 거쳤고, 국정원장을 한 뒤에 비서실장으로 왔습니다.
79년 이후에 사라졌던 공식을 박근혜 대통령이 36년 만에 다시 끄집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