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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취직해라? 그런데 '노동법' 왜 안 알려줘요?

입력 2019-05-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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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일상을 법으로 바꾸다

금요일 6시 30분 JTBC 유튜브 라이브 <로비스트>

 

대상 의원 : 김동철 바른미래당 의원

통과 가능성 : ★★★★☆

현재 진행상황 : ★☆☆☆☆

예상 통과시점 : 2019년 연말

 

공부해서 취직하라면서 '노동법' 안 알려준다?

우물쭈물하다보니 끝이었다. "여기에 사인하고 이쪽에 표시해주세요." 설명은 없었다. 표정 없는 얼굴로 서류를 뒤적이는 사장님에게 질문은 가당치않아 보였다. 마치 은행에서 형광펜으로 표시한 칸에 서명해야 되니까 서명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생애 첫 근로계약서는 무력한 마음으로 뜻 모를 서류에 이름을 적어낸 기억으로 남았다. 어엿한 사회인으로 당당히 '협상'하겠다는 다짐은 망상에 그쳤다. 협상은커녕 제대로 된 질문조차 버거웠다. 월급은 무엇이고 수당은 무엇인지, 성과급과 상여금은 다른 개념인지, 식비는 받아야하는지, 연차 안에 병가가 포함되는지 등. 무엇을 물어보려고 해도 개념 자체를 몰라서 질문하지 못했다. 나중에서야 야간이나 휴일에 일할 때 받는 할증 수당을 한 푼도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구는 태양이 아니라 사장님 중심으로 돌았다. 모두 사장님 마음에 들기 위해서 학원에 다니고 자격증을 따며 스펙을 쌓았다. 반면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공부하지 않았다.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 열심히 배워서 취직하라고 가르치지만 노동법을 교육하지 않았다. 학교는 미분도 적분도 영국의 혁명과 에피쿠로스 학파의 쾌락주의도 알려주지만 노동법만은 가르치지 않았다. 용돈벌이로 아르바이트를 해도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 세상에서 이상한 일이었다.

 
[로비스트] 취직해라? 그런데 '노동법' 왜 안 알려줘요?


로비 대상 : 노동교육법

누구도 근로계약서 작성법을 가르치지 않는데, 모두가 근로계약서를 써야하는 모순. 룰을 알려주지 않고 게임을 시키는 현재 상황을 고치려면 '노동교육'이 필요했다. 로비스트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고 멈춰있는 법률안을 들여다보니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이 낸 '노동교육 활성화에 관한 법'이다. 내용은 구체적이다.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노동교육위원회'를 만들어 5년 마다 '노동교육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동시에 노동교육을 초·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포함하도록 교육부 장관에게 요청할 권한도 줬다. 요약하면 학교에서 근로계약서 작성법 등 노동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법안의 가장 큰 장점은 실효성 논란이 없다는 점이다. 법만 만들면 당장 교육이 가능한데다가 해외 사례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프랑스는 1999년 필수과목으로 '시민교육' 교과를 만들어 노동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근로계약서 작성과 같은 실질적인 문제부터 노동조합, 파업, 실업 등 추상적인 개념까지 체계적으로 교육한다. 영국도 2002년 필수과목으로 '시민교육'을 지정했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노동교육이 포함돼있다. 구체적으로는 '아르바이트 시 점검 목록' '노동조합과 노사분쟁' 등 경제생활에 필요한 내용 위주로 구성됐다. 독일은 실용적인 교육을 강조한다. 모의 노사교섭을 실시해 학생이 직접 노동자 대표·사용자 대표 등 역할을 맡아 보드게임을 하듯 노사관계를 경험한다. 학생이 노동 현장에 견학가거나 노동조합 관계자가 학교에서 수업하는 등 현장 밀착형 교육도 이뤄진다. 스웨덴도 비슷하다. 한국의 중학교에 해당하는 과정에서 2주간 직업체험을 하며 자연스레 노동법과 현장에서의 안전 수칙 등을 익힌다.
 

[로비스트] 취직해라? 그런데 '노동법' 왜 안 알려줘요?
 

로비 포인트 : 좌파교육 의심을 해소해 보수정당 설득을

로비스트가 '노동교육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김동철 의원을 찾았다. 김 의원도 첫 직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쓸 때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고 작성했다고 고백했다. 서울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조차 노동법 앞에서 무력했다. "제가 1983년 산업은행에 취직했어요. 근로계약서를 썼는데 교육을 받지도 않았고 중요하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어요. 그냥 의례적으로 작성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 김 의원은 노동법을 교육하지 않는 상황 자체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통일에 대해 교육받잖아요? 환경교육·경제교육 등 여러 가지를 배워요. 그런데 평생을 일하면서 사는데 노동법을 안 가르친다? 이게 도저히 앞뒤가 안 맞아요."

 

노동교육법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노동교육이 좌파교육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해소해야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그래서 노동교육이 알바와 직장인 같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 등 '사장님'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노동교육이 노동자들만 받는 교육이 아니라 사장님에게도 필요해요. 큰 회사는 인사팀·노무팀이 있어서 사람들을 관리하지만 자영업자·소상공인은 혼자서 다 해야 하잖아요. 예를 들어서 미성년자를 알바로 쓸 때 부모 동의를 받지 않으면 500만원 이하 벌금을 물어요. 자영업자들이 교육을 안 받으면 이런 조항을 몰라서 피해를 입게 되거든요. 노동교육이 노동자만 챙기는 법이 아니에요. 사용자도 꼭 알고 받아야된다고 생각합니다."

 

김 의원은 노동교육이 진보세력의 이념 교육이라는 우려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교육위원회' 제도를 제안했다. "법안에 보면 (노동교육 내용을 만드는) 위원회를 설치하게 했어요. 여기에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경영계도 참여하고 각 부처 차관들도 다 참석해요. 균형적인 시각에서 노동교육을 할 수 있게 해놨습니다." 현재 이 법안은 법안 통과 5단계(발의→상임위→법사위→본회의→대통령) 중 1단계에 멈춰있다. 향후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로비스트] 취직해라? 그런데 '노동법' 왜 안 알려줘요?
 

로비 결과 : 100% 통과 목표로 올해 말까지

김 의원은 다른 의원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번 6월 국회에서 통과하는 걸 목표로 해볼 겁니다. 쟁점법안은 아니기 때문에 통과를 확신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회가 정상화돼서 회의가 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의를 해야 하는데 1월 국회는 민주당이 보이콧했고, 2월 이후로는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한국당이 논의를 거부해서 국회가 안 열리고 있어요. 6월에 국회가 열린다면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심으로 법을 바꿉니다.

JTBC 로비스트

기획·제작 : 고승혁, 김민영, 김지원
<로비스트>에 로비 의뢰하기 ▶ https://bit.ly/2PUFdg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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