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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카메라] "오지는 못 가요" 보험은 알아서…불안한 대리운전

입력 2019-01-03 21:39 수정 2019-01-03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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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대리운전 이용하는 분들도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리운전이 법적 테두리 안에 있지 않다 보니까 사고가 날 경우에는 크게 문제가 될 수 있는데요. 불안한 대리운전 업계의 현주소와 함께, 그 피해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이어지고 있는 현장을 밀착카메라가 취재했습니다.

정원석 기자입니다.

[기자]

새해 첫날 서울 청담동, 대리운전 기사 이창배 씨가 손님 차를 운전해주기 위해 저녁부터 나와 대기 중입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며 대리운전 콜을 몇 차례 놓치기를 반복하다 남양주행 요청을 잡았습니다.

['따릉이'(서울시 공용자전거)를 타거나 아니면 약간 뛰겠습니다.]

자전거를 이용해 손님이 있는 곳까지 이동합니다.

서울을 벗어나 30km가 넘게 달리고 3만 원을 받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이곳이 상당히 후미진 지역이라서 딱 보기에도 택시가 쉽게 있을 것 같지는 않은 분위기인데요.

지금 시간도 11시 반이기 때문에 이곳 남양주시에서 서울로 들어가는 대중교통편은 전부 차편이 끊긴 상태입니다.

따라서 일단은 조금 걸어나가서 택시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류장 인근에는 또 다른 대리기사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기사님들 어디 가세요? (마석) 마석 나가서 서울 가는 거 타신다고 (네) 그럼 저도 같이 가시죠.]

외곽 지역의 경우 대리기사 서너명이 택시비를 나눠 도심까지 이동하는 것이 관행처럼 굳어졌습니다.

장거리를 뛰느라 9시부터 새벽 1시까지 2번을 운행해 5만 5000원을 받았습니다.

회사에서 수수료 20%를 떼가지만, 보험이나 관리비는 대리기사 몫입니다.

[이창배/대리기사 : 매달 한 프로그램당 1만5000원씩 가져가고 있는 거고, 보험료는 평균 한 10만원 정도씩을 내고 있습니다. 그다음엔 관리비라는 걸 받아가고 있어요.]

떼가는 돈이 많다 보니, 교통 여건이 안좋은 '오지'들은 대리기사들에게 기피 대상입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리기사를 나르는 셔틀 기사들을 유사운송업으로 신고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신논현역은 대리기사들에게는 일종의 터미널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싼 셔틀을 타고 이곳에 와서 내리거나, 여기에서 다시 셔틀을 타고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셔틀 수가 크게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대리운전은 각종 사고에도 취약합니다.

대리기사가 보험에 들고 있어도, 보장 한도가 낮고 인명 사고에는 적용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모 씨/대리기사 : 인사 사고 같은 경우엔 대리운전자 보험으로 저희가 혜택을 보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고객의 책임보험으로 처리해달라고 부탁해야 하는 입장이라…]

나흘 전인 지난달 말 30일 새벽 1시쯤, 충청도의 한 교차로입니다.

신호를 위반한 차량이 오른쪽에서 직진하던 차를 그대로 들이받습니다.

대리기사의 신호위반으로 차주와 동승자 2명, 그리고 상대 차량 운전자까지 크게 다쳤습니다.

[고모 씨/동승자 : 적신호인데도 불구하고 그냥 쭉 직진을 하는데 옆에서 차가 튀어나오는 바람에 들이받아서 차는 폐차할 지경이고, 친구는 수술해야 하고 한 명은 기절했다가…]

보험이 적용된다는 것을 문자로 통보받았지만, 해당 대리운전 기사는 아예 보험을 들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K씨/차주 : 업체에선 아무 연락도 없고 자기 책임이 없다고 회피를 하는 상황이거든요. 어떻게 대리운전을 부르겠어요, 누굴 믿고. 제가 피해자 차량까지 다 물어주게 생긴 입장이에요. 제가 지금 죽을 것 같은 거예요, 상황이…]

대리운전 업체 측은 당시 대리기사 동생이 운전을 하다 생긴 사고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대리운전 콜센터 : (대리기사) 형님이 나와서 일을 해야 되는데, 동생분이 나와서 일을 했기 때문…일 나올 때 화상통화라든가 하는 게 아니라서 확인이 안 되는 상황이더라고요.]

대리운전으로 각종 사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자유업'으로 분류돼 있어, 이를 규제할 법규도 기관도 없습니다.

하루 평균 대리운전 요청이 30만 건, 대리기사는 20만 명에 달합니다.

우리 사회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고충은 고스란히 시민들의 위험과 불편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인턴기자 : 박지영·우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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