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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이 돼야 산다"…휠체어 탄 감독이 담은 세상

입력 2022-04-19 20:54 수정 2022-04-19 22:13

장애인·비장애인 공동 연출, '이동권 논쟁'에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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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비장애인 공동 연출, '이동권 논쟁'에 답하다

[앵커]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게 해 달란 장애인들의 호소는 오늘(19일)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휠체어를 탄 감독이 만든 이 영화는 "더 인간답게 살려면 중증 장애인이 돼야 한다"고 말합니다.

이선화 기자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자]

교통사고로 겨우 깨어났더니 두 발로 걸을 땐 의식하지도 않았던 낮은 문턱이 쉽게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집니다.

[한동엽 '눈을 떠보니' ('복지식당' OST) : 어느날 눈을 떠보니 세상은 변해 있고]

휠체어 없인 2m도 혼자 이동할 수 없는데 지체장애 5급.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할 수 없고, 전동휠체어 비용도 지원받을 수 없는 등급입니다.

[영화 '복지식당' : (제가 안된다고 하는 게 아니고 규정이 그렇습니다.) 무슨 규정이, 그런 규정이 어디있어요?]

서류상 더 심한 장애인의 자립을 돕는다는 취지 때문에 취직도 어렵습니다.

[영화 '복지식당' : 우리 회사는 4급에서 6급까지는 채용을 못하게 되어있어요. 등급을 잘못 받으셨네요.]

살기 위해선 소송을 거쳐 중증 장애인으로 다시 분류돼야만 합니다.

같은 장애인에게 기대도 보지만 대출받은 돈마저 사기당하고 마는데,

[영화 '복지식당' : 형님 행정소송 건이 하나 들어왔는데. 그냥 아는 동생인데 애가 좀 순진합니다.]

폐쇄적인 장애인 사회의 내부 문제까지 적나라하게 그려낼 수 있었던 건, 교통사고로 12년째 휠체어 생활을 하는 감독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왔기 때문입니다.

[정재익/감독 : 레디 액션!]

첫 영화여서만이 아니라, 감독 자신이 장애인 콜택시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어서 모두가 하염없이 기다리며 제작해야만 했던 영화, 비장애인 감독과 함께 만들어 나갔습니다.

영화를 세상에 내놓을 무렵, 이동권 시위를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서태수/감독 : 정치권에서 계속 이런 걸 이슈화시켜서 논쟁거리를 만드는 것 같기도 한데. 개선되는 것도 시간이 걸린다고는 하지만 목소리를 들으려 하는 자세나 듣고자 하는 열망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영화는 저 계단을 함께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먼저 얘기를 들어달라고 말합니다.

[정재익/감독 : 당신이 '재기'였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무슨 생각을 할 것이며 어떻게 살 것인가.]

(영상그래픽 : 김지혜·박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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