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일제 강점기, 일본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다가 해방이 된 뒤에도 돌아오지 못한 동포들이 모여서 살던 마을이 있습니다. 일본 교토에 있는 우토로 마을인데요. 한 때 쫓겨날 위기도 있었지만, 여러 도움으로 간신히 함께 살 공간은 지켜냈는데 대신 마을의 옛 모습은 3년 뒤면 거의 다 사라지게 됩니다.
지금 철거 작업이 한창인 이 마을에 조보경 기자가 직접 다녀왔습니다.
[기자]
마을 입구부터 공사가 한창입니다.
일본 교토의 우지시 우토로 51번지.
1941년 일본군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 노동자들이 해방된 뒤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모여 살았던 곳입니다.
[강경남/우토로 마을 1세대 : 먹을 게 있나. 들에 가서 나물 해서 먹는 거, 그런 거를 해서 먹고 그래 살았습니다.]
살던 집은 비만 오면 잠겼고,
[김수환/미나미야마시로 동포생활센터 대표 : 원래 높이가 여기였고요. 이런 언덕을 캐고 깎아서 (마을로)]
1980년대까지 수도 시설조차 없었습니다.
1987년 마을 부지가 팔리면서 주민들은 강제로 퇴거될 위기에 내몰렸습니다.
이후 한국과 일본의 시민단체와 한국 정부가 나서 부지의 3분의 1을 사들여 살던 곳을 지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머지 땅은 비워줘야 하기 때문에 마을 흔적들도 하나둘 철거되고 있습니다.
비행장 건설에 동원됐던 조선인들의 합숙소 함바입니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집 역시 터를 지키고 있는데요.
2022년이 되면 모두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마을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오사카 조선고등학교 학생들은 해마다 이곳에서 역사 실습 수업을 받습니다.
[김애령/오사카 조선고급학교 1학년 : 재일 조선인으로서 반드시 절대로 잊어버리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자기의 루트(뿌리)라고 할까.]
한국인들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송한별/'기억할게 우토로' 캠페인 기부자 : 빚진 마음이 분명히 있었고요. 그만큼 내가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셨던 분들을 잊고 살았구나.]
일본인에게도 몰랐던 역사를 알려주는 곳입니다.
[다가와 아키코/우토로를 지키는 모임 대표 :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사람의 역사도 우토로에서 처음 배웠고]
사라져가는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오는 2021년에는 기념관이 지어질 예정입니다.
[우토로는 재일 동포들의 고향]
[과거와 미래가 함께 존재하는 곳]
[우토로는 잊지 말아야 할 길]
(화면제공 : 우토로 주민회·아름다운재단)
(촬영협조 : 아름다운 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