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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탱크 옆에 잔디…유증기 회수 장치·감지센서도 없었다

입력 2018-10-10 08:47 수정 2018-10-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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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앞서 전해드린 대로 작은 풍등 하나가 국가 기간 시설인 저유소를 뚫었습니다. 화재와 테러 등 비상 사태에 대비한 안전 관리가 엉망이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습니다. 안태훈 기자와 좀 더 짚어보겠습니다.

안 기자, 가을 잔디는 특히 불에 잘 붙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CCTV 화면을 보면 휘발유 탱크 옆에 잔디가 심어져 있어요.
 

[기자]

이번 사건을 맡은 고양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또한 그 점을 문제로 지적했습니다.

어제(9일) 경찰 브리핑이 있었는데 이 내용 잠시 듣고 이야기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장종익/경기 고양경찰서 형사과장 : 보이는 잔디가 있습니다. (예초 등) 작업을 해서 잔디가 뭉쳐있는 데가 있습니다. 불이 붙을 요소가 상당히 많다는 게 국과수의 자문 내용입니다.]

저유소를 관리하는 대한송유관공사는 이에 대해 현재로서는 모른다는 입장입니다.

"시설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잔디가 있었고, 왜 심어졌는지는 조사과정에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송유관공사가 관리하는 전국 저유소 8곳 가운데 기름탱크 외부에 잔디가 심어져 있는 곳은 고양 저유소 뿐이고, 나머지는 아스팔트로 돼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조사가 좀 더 이뤄져야 겠지만 저유소 부근에 잔디가 심어져 있다는 것도 관리 부실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액체인 기름이 기화된 상태인 유증기를 회수하는 장치도 없었다고 하던데 그 장치만 있었더라도 풍등의 작은 불꽃이 휘발유 탱크로 옮겨 붙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어떻습니까?

[앵커]

유증기는 기름, 증기입니다.

액체 상태인 휘발유가 증발하면서 생긴 물질인데 공기 중에 유증기가 많다면 불이 쉽게 붙을 수 있는 위험한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유증기 회수 장치'는 이런 유증기를 다시 액체로 만들어 줍니다.

유증기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못하게 막는 일종의 방패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전문가에 따르면 이런 장치는 일반적으로 동네 주유소에도 설치돼 있습니다.

그러나 송유관공사 측은 "설치하는 건 소방법 상 의무가 아니고, 효율에 비해 비용도 너무 많이 든다"고 주장했습니다.

송유관공사가 돈을 아끼려다 재산 피해액 43억원이 넘는 큰 불을 막지 못한 것 아니냐, 즉 소탐대실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처음 저유소 바깥 잔디에 불이 붙어서 연기가 나기 시작한 시각이 오전 10시 36분입니다. 그리고 저유소 탱크가 폭발한 것이 10시 54분이니까 18분 뒤였습니다. 이 18분 동안 누구라도 불이 난 사실을 알았더라면 큰 폭발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왜 아무도 몰랐을까요?

[기자]

송유관공사 측은 고양 저유소에는 CCTV가 45대 설치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CCTV만 보는 전담 인력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CCTV를 볼 수 있는 통제실에는 사고 당시 단 1명만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앵커]

화재 감지센서도 없었다고요?

[기자]

네, 탱크 외부에는 유증기 감지기만 있었을 뿐 화재 감지센서는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경보음도 울릴 수 없었던 것입니다.

탱크 내부에도 온도계와 질량이나 깊이를 측정하는 장치만 있었고 불꽃이나 연기를 감지하는 센서는 없었습니다.

특히 판교에 있는 또 다른 저유소에도 화재감지기는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뒤늦게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안전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사고 과정을 봤을 때 안전 관리에 총체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경찰이 추가 조사를 통해서 화재 원인을 밝히겠다고 했으니까요. 원인을 명확히 규명해서 다시는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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