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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밤' 수출 10년 넘게 금지된 사연

입력 2012-02-14 11:02

북한매체 "인민 위한 장군님 사랑의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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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매체 "인민 위한 장군님 사랑의 조치"

1990년대 중반만 해도 밤(栗)을 수출하던 북한에서 그 이후엔 밤 수출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을 앞두고 연일 김 위원장의 '위대성'과 '인민성'을 선전하는 북한 매체가 최근 평양시내 군밤 매대에 공급되는 밤에 깃든 수출 중단 등의 사연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13일 오후 5시45분께 '밤 수출금지 조치'란 제목의 프로그램에서 "우리 인민은 수도(평양)의 거리에 넘치는 구수한 군밤 향기에서도 어버이 장군님(김정일)의 다심(多心)한 사랑을 눈물겹게 받아 안고 있다"며 군밤매대와 관련된 김 위원장의 일화를 소개했다.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국장 김정길은 방송에서 "1997년 1월10일 장군님(김정일)께서는 평양시내에 군밤, 군고구마 매대를 내오는 것이 좋겠다고, 가을철에 밤을 많이 땄다가 겨울에 밤을 구워 팔면 인민들도 좋아하고 도시풍경도 보기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에서 아나운서는 "당시 일부 단위에서 외화벌이를 위해 질 좋은 밤을 골라 외국에 대량 수출하고 있었다"며 이러한 내용을 간부들로부터 보고받은 김 위원장이 문건에 친필로 "무조건 중지시키고 일체 밤은 국외로 수출할 수 없다고 썼다"고 밝혔다.

아나운서는 "인민이 좋아하고 기뻐하는 것이라면 작은 것도 크게 보고 거기서 최대의 행복과 낙을 찾는 장군님의 은정 속에 밤 수출금지와 같은 사랑의 특별조치가 취해지게 됐다"며 "민족의 향기 넘치는 군밤, 군고구마 매대는 선군시대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펼쳐지게 됐다"고 김 위원장을 찬양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평양시내 군밤 매대에 밤을 공급하는 일은 인민군이 전담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해 10월28일 '군밤이 전하는 이야기'란 제목의 기사에서 "언젠가 조선인민군 총참모부의 일꾼을 부르신 자리에서 장군님께서는 인민군 부대들에서 평양시에 밤을 따서 보내주는 사업을 조직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러한 '특별조치(?)'에도 군밤 공급은 북한 주민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밤 매대는 평양시내에만 있으며 평양에서도 항상 공급물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평양 출신 탈북자 신명호(가명.34)씨는 14일 "군밤, 군고구마를 싼값에 먹을 수 있는 것은 평양시민만의 특권"이라며 "하지만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추운 겨울날 줄을 길게 서서 군밤을 사먹지 않는다"고 전했다.

한 사람이 한 봉지만 살 수 있는 군밤, 군고구마 매대 앞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 군밤을 사먹으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없는 서민층이라는 얘기였다.

신씨는 "군밤 한 봉지 먹겠다고 한두 시간씩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노인과 아이들뿐"이라며 "실컷 기다렸지만 군밤이 다 떨어져 빈손으로 돌아가야 할 땐 정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청진 출신 탈북자 김모(29.남)씨는 "지방에는 평양처럼 군밤 매대가 없지만 장마당에 가면 얼마든지 밤을 사 먹을 수 있다"며 "잘 사는 지방 사람들은 한겨울에 몇 시간씩 기다려야 군밤 한 봉지 먹는 '평양거지'들을 비웃곤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 주민들은 '차라리 밤을 외국에 팔아 식량과 바꿔 배급이나 주면 좋겠다'고 말한다"며 "지방 사람들은 평양시민만 챙기는 북한 당국의 조치에 적잖은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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