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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전 독립운동가들이 만든 '종이 폭탄'을 아시나요?

입력 2022-03-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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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혁명통일촉진회의 대일 심리전 제안 문건. 제목은 '한국인은 추축국과 싸우는 연합국에게 종이 폭탄을 제공합니다'. 오른쪽부터 차례로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미얀마어로 각각 작성됐다. 〈사진=미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한국혁명통일촉진회의 대일 심리전 제안 문건. 제목은 '한국인은 추축국과 싸우는 연합국에게 종이 폭탄을 제공합니다'. 오른쪽부터 차례로 한국어, 일본어, 베트남어, 미얀마어로 각각 작성됐다. 〈사진=미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
1942년 10월, 중국 쿤밍에서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이 미국 연방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작성한 대일 심리전 제안 문건이 발굴됐습니다.

오늘(29일) 국가보훈처는 '한국인은 추축국과 싸우는 연합국에게 종이 폭탄을 제공한다'는 제목의 문건을 공개했습니다.


'종이 폭탄(Paper Bombs)'은 총이나 칼로 싸우는 물리적인 방법이 아니라 적군의 마음을 동요하게 하여 전쟁 능력을 떨어뜨리는 등 심리적 타격을 주는 종이 전단을 뜻합니다. '삐라'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국혁명통일촉진회(촉진회)가 미국 연방정부에 제안을 전달하기 위해 당시 임시정부 주미외교위원부 위원장이었던 이승만에게 이 문건을 보냈습니다. 이 조직은 강창제, 조중철, 김우경 등 한국독립당 소장파 인사들을 중심으로 중국 쿤밍에서 구성된 독립운동단체입니다.

문건 분량은 모두 5쪽입니다. 종이 폭탄의 제작 이유와 예상 효과 등을 설명하며 연합국이 이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달라고 요청하는 편지 형식의 자료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 베트남어, 미얀마어로 각각 작성된 선전물로 구성됐습니다.

선전물에서 촉진회는 한국 동포들에게는 3.1혁명 정신을 부활시켜 조직적 대혁명을 일으키고 일본군 병사들에게는 일본 군벌을 타도하고 진실로 일본 민중을 사랑할 것, 베트남과 미얀마인들에게는 인류와 세계의 평화를 위해 연합해 항일전선을 구축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촉진회는 이런 심리전이 한국과 우방국의 시민들을 단결하게 하고 일본 군인들에게 군국주의의 참혹성을 깨닫고 봉기하도록 해 군사적 수단만큼이나 큰 효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 문건은 지난해 12월 미국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수집한 '조지 맥어피 맥큔 문서군'에서 발견됐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한국 전문가였던 맥큔의 문서군에서 이 문건이 발견됐다는 점을 미루어 봤을 때 촉진회의 의도대로 문건이 미국 연방정부에 전달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영범 대구대 교수는 "독립운동가들이 심리전을 위해 만든 선전물의 실체가 드러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 선전물이 1943년 8월 이후 미얀마 접경지역인 인도 임팔 지역에서 활동한 한국광복군 인면전구공작대에서 실제로 활용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오영섭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교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자료"라며 "태평양전쟁 발발 이후 독립운동가들의 선전 활동을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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