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황일수록 매운 맛을 찾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지는데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쌓인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게 과연 과학적 근거가 있는 얘기인지 취재해 봤습니다.
손광균, 이지은, 박진규 세 기자가 차례로 보도합니다.
[기자]
[조순이/서울 동부이촌동 : 된장찌개에 청양고추를 좀 많이 넣어서 매콤하게 해서 먹으면 기분이 상쾌해요.]
최근들어 매운맛 식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고추장과 카레, 과자, 떡볶이 등 예외없이 매운맛 제품 판매량이 두드러집니다.
대형마트에서 팔고있는 고추장 제품입니다.
매운맛, 아주 매운 맛, 무진장 매운맛의 비율이 작년 1월에는 각각 20% 30% 50%였는데 올 1월엔 무진장 매운맛이 90%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이처럼 매운 제품이 사람들 입맛을 끄는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불경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오세조/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 매운맛이랑 경기랑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이 맵고 얼큰한 걸 좋아하잖아요. 경기가 불경기로 가면 이런것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 커지게 되고]
한 민간연구소가 조사한 경제 행복도 체감지수입니다.
작년 4분기 지수가 46.7을 기록해, 체감지수 조사이후 처음으로 내림세로 꺾였습니다.
계속된 불황 탓에 국민들 경제생활에 주름살이 커진데 따른 것입니다.
경제 상황이 불안할수록 매운맛으로 시름을 잊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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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 과학적 근거가 있는걸까요?
실제 그런지 뉴스 실험실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이게 맵기로 유명한 청양고추입니다.
조금만 먹어보겠습니다. 어휴 정말, 맵네요.
이처럼 매운 음식을 먹으면 우리 몸에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고추의 매운 성분인 캡사이신이 혀에 닿게 되면 통증 신호가 척수와 연수를 따라
대뇌의 시상핵으로 가게 됩니다.
시상핵에 다다른 신호는 지각중추를 건드려 통증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전달된 통증이 어떤 과정을 밟아 몸안 스트레스를 풀어낼까요.
[서유헌/서울대 신경약리학 교수 : 강렬한 자극 있을때 뇌에서 이게 진통 효과가 있는 물질이 나오기 때문에]
네. 이 진통효과를 내는 물질은 엔돌핀과 아드레날린 두 가지입니다.
엔돌핀은 매운맛 때문에 생긴 통증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아드레날린은 땀을 나게 하면서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킵니다.
이렇게 되면 개운해지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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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사이신은 진통제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강한 자극이 마취 효과를 주기 때문입니다.
많이 섭취하면 혈압이 갑자기 떨어져 순간적인 쇼크가 일어나기도 합니다.
[김경애/떡볶이 음식점 운영 : 매운 것을 잘 드시고 자주 오시는 분인데 드시다가
갑자기 눈동자가 돌아가더니 쓰러지는 거야…]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고추 소비량은 한 해 4kg.
세계 최고 수준으로 매운 맛에 지속적으로 중독되고 있는 겁니다.
[이경진/서울 상일동 : 매운 것 먹다보면 매워 매워 하면서도 계속 끝까지 먹게 돼요. 중독성도 조금 있는 것 같아요.]
[최남순/배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 혀의 감각 기관을 자극시키고 아프게 만들어서 맛을 느끼게 되는데 매운 맛을 많이 먹은 사람일수록 더 강한 자극이 와야 반응하게 됩니다.]
매운 음식은 신체 중에서도 특히 위에 부담을 주고 짠 맛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위암 발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 1위입니다.
[노성훈/세브란스병원 위암클리닉 팀장 : 매운 음식을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맛에 감각이 떨어지니까 좀 더 짠 음식을 계속 먹게 되고 짠 맛이 위암과 관련이 있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위암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고 본다.]
습관적으로 뿌리게 되는 고춧가루.
과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는 커녕 되레 건강만 해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