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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금강산 남측시설 철거 지시…청 "의도 분석 먼저"

입력 2019-10-23 18:56 수정 2019-10-23 22:21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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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의 현지 지도하면서 금강산에 있는 남측 시설들을 모두 철거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관계에서 상징성이 아주 크죠. 청와대는 발언에 어떤 의도가 담겨있는지 명확히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잠시 뒤에는 방일 중인 이낙연 총리가 일본 아베 총리가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하는데요, 오늘(23일) 청와대 발제에서는 외교안보 뉴스를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기자]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동해선 육로가 사실상 (○) 중단됐던 동해선 육로… (○) 동해상 육로가 (X) 10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눈이 좀 안 좋아서"

♬금강산
금강산 찾아 가자 일만 이천 봉~ 볼 수록 아름답고 신기하구나~

[신혜원/청와대 반장 (노래에 약 함) : 철 따 라~ 고 운 옷~ 지금은 갈 수 없게 된 그 산,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 육로가 10년 만에 다시 열렸습니다.(○)]

지금 다시 봐도 정말 죄송합니다. 도대체 저때 왜 그랬을까요? 아무튼 오늘 청와대 발제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금강산 현지지도 소식을 다루려고 합니다. 1년 전만 해도 방금 보신 영상처럼 금강산 관련해 반가운 소식들 여러 번 전했습니다. 금강산으로 향하는 동해선 육로가 열렸고요. 남북관계 훈풍을 타고 성사된 이산가족 상봉도 금강산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이제는 일흔을 넘긴 아들을, 68년 전 헤어지던 네 살배기 마냥 부르는 목소리에 모두가 눈시울을 적셨었죠.

[이금섬/북측 아들 상봉 (당시 92살 / 지난해 8월 19일) : (아드님 이름이 뭐예요? 성함은?) 이상철! 어디서 어떻게 자랐는가… 나 없으니까 누가 키웠는가 그런 거 물어보고 싶어요… (아드님 얼굴은 좀 기억이 나세요?) 안 나요, 4살 때인데 어떻게 나…]

[이금섬/북측 아들 상봉 : 상철이야? 상철이 맞아? 상철이 맞니? 아이고, 상철이 어떻게 살았어…]

남북 정상은 첫 번째 정상회담부터 금강산관광의 재개를 하나의 지향점으로 삼아왔습니다.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양 정상은 금강산 그림 앞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사진 촬영도 했죠. 지난해 9월 탄생한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한다는 문구가 명시적으로 담겼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서 조건없는 관광 재개를 할 용의는 점을 거듭 언급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1월 1일) :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 싶어 하는 남녘 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들어온 소식은 다소 충격적입니다. 노동신문 보도인데요. 김 위원장은 오랜만에 모습을 보인 부인 이설주 여사와 함께 금강산 현지지도에 나섰습니다.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라고 했고요.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핵심은 이 부분인데요. 김 위원장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해서 싹 들어내도록 하고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시했습니다. "금강산이 마치 남북관계의 공유물, 상징처럼 되어 있는데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까지 덧붙였습니다.

금강산 관광은 김 위원장의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합의해서 1998년 시작됐습니다. 아버지의 결정을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이라 표현하면서까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인데 이것은 '수령 무오류'를 주장하는 북한에서는 아주 많이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우리 정부는 북측의 의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습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의 입장과 계획을 명확히 분석하는 것이 우선이고, 협의할 할 수 있는 부분은 협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주무부처인 통일부 역시 신중론을 폈습니다.

[이상민/통일부 대변인 : 일단, 지금 노동신문이나 중통 그런 북한의 어떤 보도매체를 통해서 관련된 의견들이 나왔기 때문에 현재 정부로서는 북측의 어떤 의도와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관련 사항에 대해서 북측이 요청을 할 경우에 우리 국민의 재산권 보호, 그리고 남북 합의의 정신 또 금강산 관광 재개와 활성화 차원에서 언제든지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주목할 것은 시찰에 동행한 인물들입니다. 대남정책을 총괄하는 장금철 통일전선부장, 대미협상을 총괄하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포함됐는데요. 결국 이번 지시는 결국 금강산 개발을 막고 있는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불만의 표시이고, 또 남측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달라는 주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유엔 제재는 대북 관광 자체를 막지 않지만, 현금의 대량 이전이나 물자 반출은 개별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는 한 고삐를 풀 수 없다는 입장도 확고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현지시간 4월 11일) :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논의하실 건가요?) 적절한 시기가 되면 적극 지원을 할 겁니다. 지금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가 되면 북한을 적극 지원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도 섣불리 관광 재개나 시설 개보수 등 지원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북한은 연일 선전매체들을 통해서 남측이 '미국 눈치'를 보는 '외세의존정책'을 중단하라고 했었는데요. 오늘 지시 중에 '시설을 우리식으로 다시 짓겠다'라는 대목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남북 경협대신 독자개발로 방향을 선회하라는 뜻일 수도 있고요. 한편으로는 '이번이 관광재개의 마지막 기회'라는 최후통첩일 수도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시설 정비에 남측의 관계 부문과 합의할 것"이라고 했고,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도 이야기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의 방일 속보 등 남은 외교안보 소식, 들어가서 더 전해드립니다.  

오늘 발제 이렇게 정리합니다. < 김정은 "금강산 남측시설 싹 들어내라", 청와대 "명확한 분석부터…협의할 것은 협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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