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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훈처, '박승춘 물빼기' 본격 착수…"환골탈태 각오"

입력 2017-12-19 16:19

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 대대적 쇄신에도 나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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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 대대적 쇄신에도 나설 듯

보훈처, '박승춘 물빼기' 본격 착수…"환골탈태 각오"


국가보훈처가 19일 박승춘 전 보훈처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은 보훈처 차원의 '적폐 청산'이 본격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훈처는 이날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의 여러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박승춘 전 처장과 관련 공무원들은 해당 위법 혐의 사항을 인지하고도 조치하지 않거나 축소·방기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어 "보훈처의 공직 기강은 물론, 향후 우리 보훈 가족들의 생활 안정과 복지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보훈처는 지난 5월 피우진 현 처장 취임 직후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비위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처장 시절 비위 의혹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것은 보훈처가 강한 보수 색채의 안보교육 사업으로 정치에 개입한 의혹이다.

보훈처는 "전임 박승춘 처장의 2011년 취임 이후 나라사랑교육과가 각종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안보교육을 진행하며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예비역 육군 중장으로, 북한군 동향을 감시하는 국방정보본부장을 지낸 박 전 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6년 3개월 동안 보훈처장으로 재직하며 안보교육 사업을 통해 보수 이념 확산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2월 취임한 그는 같은 해 6월 나라사랑교육과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안보교육에 나섰다. '올바른 국가관, 역사관, 시민의식'을 확산한다는 게 보훈처가 나라사랑교육과를 신설하며 내건 목표였다.

나라사랑교육과가 편성한 '나라사랑 강사단'이 학교, 공공기관, 군부대 등에서 실시한 대중 안보교육은 정치편향적이라는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보훈처는 2010년 국무총리실 지시로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안보교육을 맡게 됐다. 박 전 처장은 재임 기간 이를 확대·강화했다.

보훈처 관계자는 "특정 정치적 성향의 편향된 강사를 채용해 주입식 교육을 해 정치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며 "지금은 강사가 하는 주입식 교육은 전면 폐지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지원하에 이뤄진 것으로 조사된 '호국보훈 교육자료집'이라는 이름의 안보교육 DVD를 제작·배포한 것도 나라사랑교육과의 업무에 속했다.

피우진 처장은 취임 직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대한 업무보고에서 안보교육 개혁 의지를 밝힌 데 이어 지난 7월 단행한 보훈처 조직 개편에서는 나라사랑교육과를 폐지했다. 보훈처는 주입식 안보교육 대신 사적지 방문 등 체험 방식의 '보훈정신 계승 교육'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보훈처의 적폐 청산은 박 전 처장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것을 넘어 관리감독 대상 보훈단체 전반의 쇄신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보훈단체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관제 데모'에 참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보훈처가 이번에 고엽제전우회가 영수증과 같은 증빙자료 없이 출장비·복리후생비를 집행하고 정확한 근거 없이 공사대금을 지급한 것 등을 적발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게 주목되는 이유다.

고엽제전우회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에서 관제 데모를 한 정황도 포착됐다. 보훈처는 고엽제전우회가 법에 명시된 설립 목적과 관계없는 정치 활동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단체는 이전 정부의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에 포함돼 대기업의 자금 지원을 받은 정황도 있다. 보훈처 조사 결과, 고엽제전우회도 2014∼2016년 전경련으로부터 5억6천만원을 지원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처장 등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라서는 보훈처의 적폐 청산 범위도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훈처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11%의 예산이 증가된 우리 처는 보훈 가족들에게 제대로 된 예우를 주문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혈세가 제대로 보훈 가족들에게 쓰이도록 보훈처 내부와 공법 단체들의 기강 확립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수사 의뢰와 내부 징계를 계기로 정부 부처로서 공공성과 중립성을 회복하고 국가유공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과거 위법 행위를 깨끗이 청산하고 환골탈태하는 새로운 각오로 보훈 가족을 위한 '따뜻한 보훈'에 매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훈처가 박 전 처장 재임 기간 보훈처의 비위를 조사해 그를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한 게 정치 보복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박 전 처장은 보훈처가 주관하는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등 강한 보수 성향으로 재임 기간 진보 진영과 충돌이 잦았다.

보훈처 관계자는 "(박 전 처장을) 수사 의뢰한 근거는 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발생한 주요 비위 사건에 대해 관리감독 책임을 정당한 사유 없이 유기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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