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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메르스 방역 공식…한국에서 왜 깨졌나

입력 2015-06-10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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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동안 저희가 보내드린 보도 내용이었는데, 보신 것처럼 국내에서 벌어진 메르스 양상은 외국 사례와 다른 게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부 대응에 있어서 혼란도 더 커졌던 모습인데요. 외국 연구 내용과 어떤 부분이 달랐고 또 이에 대해 미리 대비할 순 없었던 건지, 오늘(10일) 팩트체크에서 짚어보겠습니다.

김필규 기자, 기존 외국의 연구결과만 너무 그대로 믿다 보니 새로운 상황에 대처할 수 없었다, 이런 경우가 좀 있었던 거죠?

[기자]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게 감염을 결정하는 '밀접 접촉의 범위'였는데요, 정부에선 메르스 발생 초기, 감염자와 2m 이내에서 한 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을 관리대상으로 보겠다고 했습니다.

이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 CDC 기준을 그대로 적용한 건데, 여기서도 '클로즈 컨택', 밀접접촉 기준을 6피트, 2미터 정도로 규정한 건 맞습니다.

하지만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자가 있던 병실 밖에서도 2차 감염이 일어났죠? 또 삼성서울병원에서도 의사였던 35번 감염자가 원래 환자와 밀접접촉을 안 했는데도 감염된 게 드러나면서, 우리에겐 기존 2m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구나 알게 된 겁니다.

[앵커]

그리고 정확히 1시간이라고 그랬잖아요. 1시간 아닌 것 같은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정부에선 외국 연구사례를 바탕으로 한 시간 이상 감염자와 접촉하면 위험하다고 봤는데, 어제 서울아산병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청원경찰은 6번 환자와 접촉한 시간이 단 10분이었습니다.

WHO에선 한국에서 5분 접촉 후 감염된 사례도 있다고 밝혔는데요. 결국 오늘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미터 이내 1시간 이상 접촉이라는 기준을 앞으로 수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앵커]

하여간 한국에서 이게 메르스가 전염되는 그런 경로 내지는 시간 때문에 연구가 다 바뀌어야 되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원래 그리고 또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3차 감염자는 없다. 이게 가장 틀린 것 같은데요.

[기자]

지난달 27일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국회 상임위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3차 감염이 보고된 사례는 없다"고 대답했는데요.

그런데 이 발언이 나온 지 불과 엿새 만에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 3차 감염자가 발생했고, 심지어 이 가운데 사망자도 나와서 현재 3차 감염자는 77명에 달합니다.

[앵커]

전체 감염자 수 중의 사실은 대다수가 3차 감염자가 되어버렸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자 외신이나 해외기관들도 "한국에서 3차 감염 사례는 이례적이며 한국은 중대한 국면에 들어섰다"는 내용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

[앵커]

3차 감염 이후에 이제 또 지역 감염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여태까지는 아니기는 합니다만 그것도 상당히 좀 우려할 만한 상황이고.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다는 것만 가지고 다 안심하고 그럴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이 부분이 그래서 특히 중요한 부분이었던 건데요.

또 정부가 최장 14일이라고 한 바이러스 잠복기에 대해서도 혼란스러운 내용이 있는데요.

일단 WHO에서도 메르스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와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 잠복기를 1.9일에서 14.7일로 봤습니다. 그러니까 잠복기 14일로 최장 본 것은 그것에 따라서는 틀린 건 아닌데요.

그래서 이를 바탕으로 각 병원별 감염 의심자의 잠복기를 14일씩으로 계산해 '9일이 고비가 될 거다' '12일이 고비가 될 거다' 예상했던 건데요.

그런데 일부에선 14일이 지난 뒤에도 증상이 나온 경우가 있고, 무려 18일 후에 발병한 경우도 보고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메르스가 한풀 꺾일 거냐에 대한 정부의 예상도 흔들릴 수 있는 거죠.

[앵커]

그러면 국내에선 왜 이렇게 외국 연구사례와 달라진 겁니까?

[기자]

사이언스지에서는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한 과학자 이야기의 입을 빌려서 "한국에 퍼진 메르스가 변형된 바이러스일 수도 있다", 그리고 또 "한국인이 다른 나라 사람보다 유전적으로 메르스에 취약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인용을 하기도 했는데요.

[앵커]

다른 계열 바이러스 아니라고 지난번에 결과가 또 나오지 않았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그리고 또 유전적으로 취약하다는 것도 현재까지는 전혀 입증된 바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차이가 났을지 국내 전문가에게 들어봤습니다.

[임승관 교수/아주대 감염내과 : 국제 기준의 의료환경에 맞는 것과 우리가 안 맞았던 거죠. 미국, 캐나다 병원에서의 '2m와 같은 병실'이라는 개념을 한국 평택성모병원의 '2m와 같은 병실'이라는 개념으로 똑같이 생각한 것. 이게 상식이 없는 거죠, 어떻게 보면 현장 감각이 없는 거예요.]

병원 환경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이야기였는데요.

또 우리 문화상 보호자가 환자 바로 옆에서 간병을 하고, 가족 친지가 자주 문병 오지 않습니까. 이런 부분도 감안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앵커]

하기는 임 교수 말씀마따나 미국 병원환경과 우리 환경하고 그렇게 다른데 똑같이 2m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너무나 난센스가 아니냐 이런 얘기거든요. 굉장히 공감이 가는 그런 내용인 것 같습니다. 글로벌 학회연구 결과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우리 상황에 안 맞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라는 거 그걸 생각할 수밖에 없는…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거, 이번에 아주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어떻게 해야 했을까, 정부는 어쩌면 그 답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들어보시죠.

[최경환/경제부총리 (어제) : 현 상황은 감염병 위기경보 주의단계이나 지역사회 감염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서 정부에서는 심각단계 수준에 준하는 그런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더 나쁜 상황을 가정해 선제적으로 대처하겠다, 옳은 방법인데, 하지만 저 이야기 나온 게 메르스 최초 환자 발생한 지 20일만입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건 아닌지,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앵커]

김필규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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